북동부 피난민 캠프를 겨냥한 공격 이후, 환자와 의사가 전한 이야기
2017년 1월 23일
폭격 이후 피난민 캠프의 모습 ⓒMohammed Musoke/MSF
1월 17일 나이지리아 보르노 주(州) 북동부 란(Rann) 지역의 피난민 캠프를 겨냥해 나이지리아 군이 벌인 공습으로 최소 90명이 숨지고 120명이 부상을 입었다. 공격일로부터 불과 며칠 전에 캠프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국경없는의사회는 천막 진료소에서 부상자 120명에게 응급 처치를 제공했다. 이 진료소는 이 지역 유일의 의료 시설이다.
아래 내용은 환자, 그리고 란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사가 전한 이야기이다.
바바(Baba, 37세)는 란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 중 1명이다. 현재 마이두구리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바바는 10개월 전, 고향 칼라(Kala)에서 탈출해 그 이후로 란에서 살아 왔다.
첫 번째 폭탄이 떨어졌을 때 저는 멀리 있었어요. 그런데 사고 장소가 군대 막사에서 가까운 곳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폭탄이 저렇게 막사 가까이에 떨어진다면 우리도 진짜 위험하겠다 싶었죠.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어요. 가다가 울고 있는 여성을 만났는데, 딸 아이가 막사에서 가까운 수돗가에 있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아마 아이가 폭격을 맞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 아이가 달아나는 것을 봤다고 말해 줬죠.
두 번째 폭격이 일어났을 때 저는 계속 뛰고 있었어요. 폭발물 조각에 맞았지만 그런 줄도 모르고 나무 밑에까지 계속 움직여 갔어요. 그때부터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다리를 보니까 구멍이 난 거예요. 발에도요. 피가 흐르고 있었어요.
전에도 란 하늘로 제트기가 날아가는 걸 봤어요. 하지만 그저 우리 위를 지나갈 뿐이었지 한번도 상공에 멈춘 적은 없었죠. 그런데 화요일엔 달랐어요. 항공기가 상공을 왔다갔다하기에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싶었는데, 폭격이 일어났어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모하메드 무소케(Mohammed Musoke)는 부상자들이 보르노 주도 마이두구리까지 올 수 있도록 대피하는 일을 도왔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모하메드가 란 피난민 캠프 공중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환자를 헬리콥터로 대피시키고 있다. ⓒMohammed Musoke/MSF
폭격이 일어난 화요일, 란 현장에 있던 팀은 사상자 일부의 응급 처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수요일, 저와 간호사 1명은 환자들의 대피를 돕고자 헬리콥터를 타고 란까지 갔습니다.
폭격이 일어나고 하루가 지났지만 많은 환자들은 그때까지도 상태가 몹시 나빴어요. 수십 명이 다중 외상을 입고 있었죠. 개방성 골절에다 복부, 가슴 부상까지… 사망자·부상자 대부분은 여성과 아동이었습니다.
허벅지 넓은 부위에 큰 부상을 입은 열 살배기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떨어진 살이 한쪽으로 늘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뼈가 다 드러날 정도였죠. 이런 부상은 정말 고통이 심해요. 하지만 제가 붕대 처치를 하는 내내 아이는 아무 표정도 없이 무감각하게 가만히 있더라고요. 폭격 발생 24시간 후의 일이에요. 아마 이 사고를 다 소화해 내려면 상당량의 심리사회적 지원이 필요할 거예요. 게다가, 다시 걸으려면 대대적인 물리치료도 받아야 할 거고요.
또 다른 환자는 유산탄 조각에 맞아 손바닥에 구멍이 나고 화상을 입어 괴사가 일어난 여섯 살짜리 남자아이였어요. 이런 경우, 그 손을 잃을 확률이 높아요
란에는 병원이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의료 시설이 은갈라(Ngala)에 있는데, 최소 30km는 떨어져 있죠. 거기까지 차로 가려면 2시간은 걸려요. 도로 사정도 나쁜데다 치안도 불안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차량들은 모두 군의 호송을 받아야 하죠. 우리가 환자들을 마이두구리로 이송한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저와 동료는 수많은 중상 환자들을 일일이 대피시켜, 마이두구리 내 여러 병원으로 옮겼어요. 한 환자는 생후 6개월 된 아기였는데, 목에 유산탄 파편이 박혀 상처를 입었어요. 헬리콥터에 있는 내내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었습니다. 탈수 상태인 것이 확연히 보였고,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뭐 마실 거라도 줄 수 없느냐고 물었죠. 저는 제가 가지고 있던 물을 건넸고, 아이 엄마는 손에 물을 덜어 아이 입에 넣어 주려고 했어요. 아이가 그 물을 받아 먹는데, 생후 6개월의 아기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였죠. 그러더니 이내 잠에 들더라고요.
란에서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장소는 사막처럼 탁 트인 넓은 장소로, 군데군데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입니다. 피난민들은 나뭇가지, 자루, 낡은 옷, 지푸라기로 만든 임시 거처에 지내면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거기서 우리가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면, 먹을 것을 충분히 얻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치안 불안이 주된 원인이죠. 사람들 대부분은 수풀에서 모아 온 장작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어디라도 나가려면 군의 허락을 받아야 되거든요. 장작을 찾으려면 수풀 깊은 데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사람들은 혹여 그런 곳에 보코 하람이 있으면 어쩌나, 공격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