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가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Borno)주 마이두구리(Maiduguri)에서 운영 중인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에 입원하는 아동의 수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즉각적인 행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영양실조 위기가 머지않아 인도적 재난으로 심화할 것이다.
2023년 4월 닐레파 키지(Nilefa Kiji) 센터에서 퇴원하는 아동 환자 및 보호자와 함께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올해 초부터 보르노주에서 발생한 영양실조 입원 환자 수는 ‘기아 공백(Hunger Gap)’ 시기를 앞두고 집계된 수치 중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아 공백은 추수기에 수확한 곡물이 바닥나 영양실조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를 일컫는다.
영양실조 예방 및 치료 활동을 즉각적으로 확대하여 기아 공백기가 닥쳤을 때 발생할 위기를 막아야 합니다.”_텟 아웅 치(Htet Aung Kyi)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가 마이두구리에서 운영하는 닐레파 키지(Nilefa Kiji)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의 경증 및 중증 급성 영양실조 입원 환자 수가 급증했다. 1월에는 중증 영양실조 아동이 주 평균 75명씩 입원했는데, 이는 지난 5년간 같은 시기에 발생한 평균 대비 3배나 높은 수치다. 4월 초가 되자 주 평균 입원 환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2배나 높은 150명까지 치솟았다.
2017년 영양실조 관련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처럼 영양실조 환자 수가 치솟는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주간 입원 환자 수가 지난 5년간 평균과 비교했을 때 2~3배 높고, 점점 더 증가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기아 공백이 시작되면서 입원 환자가 급증하던 6월부터 대응 경보를 울렸는데, 올해는 아직 기아 공백이 몇 주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취해야만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_텟 아웅 치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나이지리아 닐레파 키지 센터에서 위급한 아동 환자를 보살피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2023년 4월.
즉각적인 대응 필요
수년간 이어진 갈등과 불안정한 치안으로 심각한 인도적 상황에 처한 마이두구리에서 영양실조는 흔한 일이다. 해당 지역 출신의 국내 실향민 다수는 비공식 캠프나 수용 지역사회, 구금 센터를 오가며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중증 영양실조 환자 수는 2022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특히 집중 치료식 센터에 입원한 아동 수가 8,000명을 넘을 정도였다. 7명 중 1명은 전(前) 무장 반군과 가족, 무장 반군의 통제 하에 살던 이들을 수용하고 있는 하지(Hajj) 구금 센터 출신이다. 치료센터에 도착하는 이들의 건강 상태는 이미 위험 수준인데, 임시 캠프의 열악한 거주 환경 탓에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 2021년 말 공식 피난민 캠프가 폐쇄되고, 인도적 지원과 식량 지원이 축소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대다수 국내실향민과, 이동이 제한되어 생활비를 벌거나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이들이 더욱 취약한 상황에 노출되었다. 게다가 2022년 말에는 나이지리아가 추진한 화폐 개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마이두구리의 대규모 시장들이 문을 닫자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영양실조 아동에게 입원 및 외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증 영양실조 아동에게는 집중 치료식을 제공해 상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하지 캠프와 무나(Muna), 마이산다리(Maisandari) 비공식 정착지에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며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닐레파 키지 센터에서 영양실조로 치료받는 5개월된 쌍둥이와 그 보호자. 2023년 4월.
“식량 지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식량 지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당국과 구호단체는 당장 영양실조 관련 활동을 확대하고, 집중 치료식 센터의 병상을 늘려야 합니다. 더 나아가 임시 캠프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캠프 거주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해야 합니다. 이러한 활동이 실현되려면 지원금이 신속히 확대돼야 하며, 마련된 재원을 적절히 분배해 필요한 이들에게 식량이 지원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영양실조 대응 활동에 필요한 재원의 겨우 16%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경종을 울립니다.”_가브리엘 산티(Gabriele Santi) / 국경없는의사회 마이두구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올해 1월 초부터 4월 20일까지,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에 입원한 집중치료 아동은 1,28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증가한 수준이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는 마이두구리의 영양실조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활동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보건 및 영양실조 위기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다. 현재 카노(Kano), 카치나(Katsina), 케비(Kebbi), 소코토(Sokoto), 잠파라(Zamfara) 지역의 외래 치료식 센터 32곳과, 입원 치료식 센터 10곳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중증 급성 영양실조 아동 147,860명을 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