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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에서 봉급도 없이 생명을 살리고 있는 정부 소속 의료진

2017.09.29

카우캅(Kawkab)은 예멘 사나에 위치한 알 쿠웨이트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카우캅 역시 지난 1년간 봉급을 받지 못한 의료진 수천 명 중 한 사람이다. “우리 집은 정말 가난해요. 저는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 때때로 먹을 것을 살 돈이 없을 때도 있어요.” ©Florian Seriex/MSF

 

2017년 9월 29일

예멘 정부 소속 의료진들이 1년간 봉급을 받지 못해 의료 서비스 지원이 붕괴 직전에 처해 있다고, 국경없는의사회가 오늘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진들이 즉시 급여를 받도록 하기 위해 예멘 당국과 국제사회에 시급한 답변을 요청하고 있다. 충분한 급여를 제공하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공중보건 체계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며 그 결과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현재 예멘에서는 예방 가능한 질병에 대한 감염 및 사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공공 의사 급여 미지급에 따른 적절한 의료 지원 부족도 그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예멘에 살고 있는 민간인들은 폭격, 전투, 대규모 피난, 나아가 대규모 콜레라 확산을 비롯한 각종 질병 창궐을 겪어 왔다. 약 120만 명으로 추산되는 예멘 공무원 대다수는 지난 1년 사이에 봉급을 거의 받지 못했고, 예멘 전역에서 공공 의료 부문에 종사하는 의료진 수만 명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봉급 없이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Saving Lives Without Salaries)에서는 의료진에 대한 급여 미지급이 공중 보건에 초래하는 영향을 논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국경없는의사회, 예멘 공공보건주민부 의료팀, 환자 및 가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지난 6월에 공식 발표되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대규모 콜레라 확산은 의료진에게 봉급 지원을 보장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공중보건 여파를 여실히 보여 주는 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록에 따르면, 4월 이후로 콜레라 감염이 의심돼 치료를 받은 사람이 70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 미지급은 이미 미흡했던 공중보건 체계의 붕괴를 부추기고 있는데, 사실 보건 체계의 핵심은 의사, 간호사, 조산사, 그 밖의 의료계 종사자들이다. 예멘 의료진들은 막대한 전쟁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의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들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하고, 때때로 공격을 받는 의료 시설에서도 의료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예멘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멜리사 맥레(Melissa McRae)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 직원들이 날마다 보여 주는 헌신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1년간 봉급도 없이 일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의료 서비스를 계속 지원하려고 백방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가족들을 먹이고 입히고 안전하게 보호할까 걱정하하죠. 그런가 하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원래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의료 서비스에도 값을 부과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2009년 알 쿠웨이트 병원에서 활동을 시작한 조산사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는 이렇게 말했다.

“2016년 9월까지 저는 38,000리알을 벌었어요. 미화로 100달러 정도 되는 돈이죠. 그게 제가 마지막으로 받은 급여였어요. 그때 이후로 전혀 봉급을 받지 못했어요. 어떤 날은 교통비로 낼 돈이 모자라서 병원까지 걸어와야 해요. 제가 하는 일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다만 지금은 무보수로 하고 있다는 것만 다르죠. 너무도 괴롭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며칠간 파업도 해봤지만 결국 업무에 복귀했어요. 가족들이 제게 때때로 돈을 주곤 했는데, 우리 식구들도 공직에 일하면서 저처럼 봉급 삭감에 처해 있어요. 제 형제 중 1명은 전쟁 전에 파일럿으로 일했는데, 지금은 아바야(의류) 상점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동안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슬퍼져요.”

많은 시설들은 인력 부족에 더해 물자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후다이아 주에 위치한 정부 소속 알-카미스 보건소에서 활동하는 한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보건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이동 진료소를 운영한다.

“보건소에 언제나 약이 있지는 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해요. 우리는 우리 돈을 들여서 약을 사야 해요.”

의료진이 필수 물품을 제공하지 못해 환자들이 절망할 때도 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소리 질러요. ‘대체 여기 왜 있는 겁니까?’”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내 10개 주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 및 지원하는 의료 시설에 근무하는 1200명의 공공 의료진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프로젝트 활동을 위해 6,600만 달러 이상을 사용하였다.

영문 보고서 다운로드: <봉급 없이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Saving Lives Without Sala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