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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필리핀: 마닐라 빈민가의 어린 소녀들 지원하기

2017.12.12

사춘기 전 소녀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실시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항구 여러 부두와 연결된 톤도 빈민가에는 30만여 명이 비좁게 살아가고 있다. 톤도 주민 3만6000명당 단 1명의 의사가 있을 정도로, 이 곳에는 의사가 드물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빈민가에서 대대적인 지원 활동을 실시해 어린 소녀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이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인 중 하나다.

좋은 향기’와 ‘행복의 땅’이 있는 미로 같은 곳

매일 12명의 필리핀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2015년, 필리핀 정부는 이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고 가장 빈곤한 지역들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금융 수도이기도 한 마닐라는 그 지역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 몇 킬로미터를 사이로 부유한 비즈니스 구역과 톤도 동네가 나뉘어 있는데, 두 곳의 빈부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2017년 2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마닐라 시 보건부의 지원을 받고 현지 단체 리칸(Likhaan)과 협력하여 첫 번째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이로써 9세~13세의 어린 소녀 2만5000여 명이 첫 번째 접종을 받았다. 온전한 예방의 효능을 얻으려면 6개월 뒤에 또 한 차례 접종을 받아야 한다.

마치 미로와도 같은 톤도 빈민가의 주민 다수는 앞날을 알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생활 여건이나 경제적 기회에 따라 별안간 이사를 가는 일도 흔하다.

1평방 킬로미터당 7만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닐라는 세계적으로도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얼핏 아름답게 들릴 수도 있는 빈민가 이름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해피랜드’(행복의 땅)라는 이름은 원래 해필란(hapilan)이라는 용어를 재미있게 바꾸어 부르는 것인데, 사실 이 단어는 현지말로 ‘쓰레기 처리장’을 의미한다. 한편 ‘아로마’(좋은 향기)라는 이름은 빈민가를 둘러싼 쓰레기산에서 풍겨 오는 강한 악취를 떠오르게 한다.

이런 데다가 거주지 및 주민 대부분에게는 공식적인 주소가 없다. 거대한 폐기 창고들이 임시 거처로 변해 버렸고 그런 창고에는 최대 수백 가구가 모여 산다. 이런 혼란 속에서 연초에 어린 소녀 2만5000명을 찾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웠다. 6개월 후에 이들을 다시 찾기란 더더욱 힘겨운 일이었다.

톤도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보건 교육을 받기도 힘든 곳이어서 2차 접종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이 어린 소녀들에게는 6개월 후의 일을 미리 약속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빈곤한 여건 속에 살아가는 가족들은 그야말로 하루살이처럼 살아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지 단체 리칸의 슬럼가 정보가 매우 중요했다.

지역사회 동원하기

국경없는의사회는 리칸과 함께 대대적인 ‘알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리칸은 20여 년간 필리핀에서 여성 보건 및 가족계획 분야를 지원해 온 단체다. ‘알리기’ 캠페인의 목적은 사람들을 동원해 어린 소녀들이 2차 접종을 맞으러 오도록 독려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지역사회 홍보단원들로 알려진 현지 사회복지사들은 집집마다 방문해 최대한 많은 소녀들을 만나고자 노력했다.

그들은 또한 문자 메시지 캠페인도 기획했다. 1차 접종 때 등록한 1만 개의 전화번호로 2차 접종에 오라는 공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빈민가 교육 시간을 활용해 임신∙출산 보건 정보 및 가족계획에 관한 교육에 더하여 예방접종의 중요성도 알렸다.

몇 주 동안 수고한 끝에 팀들은 기대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1차 접종을 받은 소녀 중 무려 90%가 2차 접종을 받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직접 보건소까지 찾아와야 하는 이 같은 예방접종 캠페인에서는 보통 1차 접종을 받은 사람 중 60%~70%가 다시 찾아오곤 한다.

자궁경부암 퇴치하기

세계보건기구(WHO)는 장래에 자궁경부암에 걸리지 않도록 15세 미만 소녀들이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필리핀 정부는 2011년에 국가예방접종사업에 HPV 백신을 포함시키고 2015년에 이를 확대했지만, 안타깝게도 십대 시절에 이 백신을 받지 못한 성인 여성들은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국경없는의사회와 리칸은 검사 및 치료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팀들은 톤도 진료소에서 자궁경부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상담과 치료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나아가 이동 진료소도 운영한다. 이동 진료소 팀은 밴을 타고 마닐라 내 빈곤 지역들을 돌며 최대한 많은 여성들을 만나고자 노력한다.

정기 검사는 단 3분이면 된다. 검사 결과 전암세포가 있는 여성들은 즉시 냉동요법 치료를 받으며, 병이 더 진행된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들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으로 이송된다. 팀은 각 단계에 있는 모든 여성들을 지원한다.

2017년 1월~9월, 1200여 명의 여성들이 검사를 받았다.


자궁경부암 백신, 이것이 궁금해요!

Q1. 이 백신은 소녀들에게 해롭다고 하던데, 약한 소녀들에게 어떻게 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나요?

HPV 백신은 지난 10여 년간 임상적으로 활용돼 왔고 그 동안 2억7000만 개의 HPV 백신이 배급되었습니다. HPV 백신은 매우 안전하다고 인정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예방접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방접종 캠페인을 실시하는 동안 자체 안전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우려사항은 없었습니다. WHO(국제백신안전성 자문위원회)를 비롯한 전 세계 규제 단체에서는 지금도 HPV 백신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Q2. 이 백신은 효능이 입증된 적이 없지 않나요? 그런 백신을 어떻게 어린 소녀들에게 쓸 수 있나요?

모든 임상 증거들이 HPV 백신의 효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 백신을 맞은 소녀들은 장래에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고 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 백신과 함께 (WHO 권고에 따라)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검사 및 예방을 제공하는 포괄적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HPV 백신의 효능성에 관한 보다 정확한 수치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께서는 아래 WHO국제백신안전성 자문위원회에서 제시한 정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PV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운영했을 때의 유익은 이미 자명하다.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프로그램에 도입한 국가들의 보고에 따르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자궁 경부의 전암 병변 발생률이 50% 감소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HPV 백신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일본의 경우,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1995년에서 2005년 사이 3.4% 증가했고, 이는 2015년까지 5.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질병 발생률이 급속도로 커지는 것은 특히 15세~44세 사이의 여성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처음 백신이 도입된 이후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HPV 백신의 세계 보급률은 여전히 낮으며,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이 가장 큰 나라들은 이 백신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들일 가능성이 크다."

(출처: www.who.int/vaccine_safety/committee/topics/hpv/June_2017/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