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필리핀: 코로나19의 위협과 계속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마라위의 국내 실향민

2020.08.05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비전염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건강 상태는 특히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치료제를 받을 수 있도록 가정 방문을 실시했으며,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와 환자 및 가족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책자를 제공했다. ©Chika Suefuji/MSF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하자 필리핀은 엄격한 지역사회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2020년 7월 기준 필리핀 남부 도시 마라위(Marawi)에서 전염이 없었고, 이를 통해 필리핀 정부가 취한 조치가 코로나19 통제에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도시 거주민, 특히 마라위 및 인근에 거주하는 실향민의 생계에 영향을 미쳤다. 

마라위는 가톨릭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거주민 대다수가 무슬림인 도시다.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마라위 주민은 라마단 기간이 다가올 때는 지역사회 격리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예방 조치를 엄격히 준수했습니다. 하지만 격리 조치는 지속되었고, 주민들은 회교서원이나 모스크를 방문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라마단 기간 중 가장 중요한 관습입니다. 

 

일부 주민들은 올해 라마단을 평소처럼 지킬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낙담했어요. 이해할 만한 일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를 지역사회 및 종교 지도자들과 의논했고, 바이러스가 어떻게 확산되는지 설명했어요. 지도자들이 이에 대해 이해했고, 주민들에게 안전 조치 준수를 당부했습니다.

 

이와 같은 접근방식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파할 수 있었고, 많은 주민이 조치를 따르도록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주민들은 가족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질서를 존중했고 덕분에 지역사회 내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_치카 수에후지(Chika Suefuji) / 국경없는의사회 마라위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코로나19로 깨끗한 식수와 의료가 부족해진 지역사회

코로나19 대유행의 피해가 큰 지역은 아니지만 마라위 주민은 이차적인 부담을 안게 되었다. 지역사회 격리 기간 동안 의료시설의 진료가 중단되었으며, 깨끗한 물이 부족해져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권고사항을 지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비전염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은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가정 방문을 진행했고,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와 환자 및 가족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책자를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마라위의 실향민을 대상으로 비전염성 질환 치료제, 위생 키트, 코로나19에 대한 예방 조치를 담은 책자를 배포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사곤손간(Sagonsongan) 임시 보호소에서 국내 실향민 캠프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아 환자 가정 방문을 실시하고 있다. © Chika Suefuji/MSF

 

포위로 폐허가 된 마라위

마라위는 2017년 5월 도시를 통제하고자 한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관련 단체에 의해 포위당했고, 이 단체와 군대 간 분쟁이 일어났다. 포위는 5개월 간 이어졌고 37만 명이 대피해야 했다.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도시 곳곳은 폐허로 남아 있다. 7만여명이 여전히 임시 거처의 열악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5만여명이 다른 친척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모두 포위 당시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말한다. 34세 아지바 수말레그(Ajibah Sumaleg)는 가족이 불과 며칠 만에 통지를 받고 집을 떠나야 했으며 5개월 뒤 돌아와보니 집이 전부 파괴되어 있었던 상황을 상기했다. 

필리핀 남부 방사모로 민다나오 이슬람 자치 지역(Bangsamoro Autonomous Region of Muslim Mindanao)에 위치한 마라위에는 약 2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은 현재 필리핀으로부터 자치권을 높이기 위한 과도기에 있다. 필리핀 내 가장 취약한 보건 및 경제 지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17년 10월 포위가 끝난 이후 홍역과 뎅기열, 소아마비가 유행했다. 
2017년 이전에는 다양한 무장 세력 간 잦은 분쟁으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은 정치적 변화로 장기적인 안정과 번영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여덟째 아이를 임신한 34세 아지바 수말레그가 2020년 1월 마라위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동안 고혈압 검사를 받고 있다. © Veejay Villafranca

 

이슬람 도시 마라위에서 이슬람국가(IS) 관련 지역 단체들이 주도한 2017년 포위로 무너지고 무너지고 총알이 박힌 건물의 잔해. © Veejay Villafranca

 

열악한 환경에 놓인 실향민

초기에는 실향민을 위한 대피소나 임시 거처가 마련될 때까지 텐트가 제공되었다. 마지막 남은 가정이 텐트에서 임시 거처로 이동한 시점은 2020년 1월이다. 

60세 소바이다 코마더그(Sobaida Comadug)는 도시가 포위당했을 때 남편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던 일을 떠올렸다. 당시 임시 거처는 텐트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고 말한다. 

“임시 거처가 5년은 거뜬할 것이라고 들었어요. 정부가 더 장기간 유지될 수 있는 거처를 만들까요? 아니죠!” _소바이다 코마더그

평생을 마라위에서 살아온 코마더그는 현재 실향민이 마주하고 있는 일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물이 부족하고 임시 거처는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식료품은 비싸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은 대부분 인스턴트 식품을 먹게 되는데, 의사는 비전염성 질환 치료를 보완하기 위해 건강한 음식 섭취를 권장한다. 

“건강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더 어려워요.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인들과 멀리 떨어져 있고 구할 수 있다 해도 씻을 수 있는 물이 없어요.” _소바이다 코마더그

깨끗한 물이 부족한 것은 여러 어려움을 초래한다. 

“주민들의 생활 환경이 우려스럽습니다. 물 트럭 공급은 당장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 조치일 뿐입니다. 마라위와 라나오 델 수르(Lanao del Sur) 지역의 국내 실향민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알려져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_치카 수에후지 / 국경없는의사회 마라위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현재까지 마라위에 코로나19 대유행의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지역주민들에게는 이차적인 부담을 가중시켰다. 지역사회 격리 기간 동안 의료시설의 진료가 중단됐으며, 지역사회 격리 기간 동안 의료시설의 진료가 중단되었으며, 깨끗한 물이 부족해져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권고사항을 지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Chika Suefuji/MSF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4월과 5월 지역사회 격리 기간 동안 주민 대부분이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각 가정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가진 돈으로 음식을 구입할지 아니면 아픈 가족 구성원을 치료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 것이다.

지역사회가 격리되기 전에도 도시가 포위되며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어려웠다. 마라위에 있는 의료기관 39개 중 15곳만 운영되었고 나머지는 파괴되었거나 운영을 재개할 수 없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마라위 지역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포위 기간 이후 진료소 4개의 운영을 재개했고, 깨끗한 식수 공급과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15년 방사모로 민다나오 이슬람 자치 지역주민 사망원인 중 41.5%는 비전염성 질환이었다. 가장 흔한 상위 10개 질환에는 고혈압과 당뇨가 포함된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지역에서 진료소 세 곳을 지원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혈압 및 당뇨 같은 비전염성 질환을 치료하며, 무상으로 의약품을 제공하고 있다.

“마라위 주민, 특히 비전염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있어 코로나19 확산을 지속적으로 통제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_자노아 만가나르(Janoa Manganar)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 책임자

필리핀에서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코로나19 감시 및 접촉 추적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 보건 당국과 협력해 마라위 내 72개 지역에서 활동하는 팀을 대상으로 감시 및 접촉 추적, 코로나19 예방 관련 정보 공유 방법, 자가격리 및 정신건강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마라위 주민은 현재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포위 기간 동안 파괴된 마라위 중심가를 재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다. 불발탄을 비롯한 전쟁의 잔해와 다른 여러 가지 요인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정치적 변화가 미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희망하지만, 포위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집을 잃고 기약 없이 임시 거처나 친척 집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 

도시가 포위당한 것과 코로나19 대유행이 마라위 주민의  우려를 더했다고 사라 오랑가가(Sarah Oranggaga)는 말한다. 오랑가가는 마라위에서 운영하던 작은 식료품점을 포기하고 집을 떠나 형제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지금은 괜찮아요. 현실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_사라 오랑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