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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예멘은 기근 직전에 처해 있는가?

2018.10.25

© AGNES VARRAINE-LECA/MSF

2018년 3월 예멘 암란 주 카메르 지역 전경. 사람들이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우고 있다.

최근 불거진 예멘 기근 경고에 관해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 매니저 캐롤라인 세귄(Caroline Seguin)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전해 주었다. 예멘에서는 근 4년간 전쟁이 계속되어 왔다.

 

Q. 한 달 전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예멘 아동 520만 명이 기근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고, 얼마 후 유엔도 예멘에 “100년 만에 최악의 기근”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예멘은 정말 기근 직전에 처한 것인가요?

기근이란, 식량이 부족해 영양소 결핍으로 사람들이 병에 걸려 죽어 가면서 성인, 아동 할 것 없이 대규모 인구가 피해를 입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중증 급성 영양실조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이에 따라 사망률도 극도로 높아지죠. 1984년 에티오피아, 1998년 남수단, 2002년 앙골라, 가장 최근에는 2016년 나이지리아 북부 오지에서 그런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예멘에서 우리가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하고 있는 하자, 이브, 타이즈, 암란, 사다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상황을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지원하는 현지 보건소들이 수집한 자료에도 기근이 나타났다거나 임박했다고 할 만한 근거는 없습니다.

 

Q. 그러면 이러한 기근 경고는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인가요?

예멘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이 예멘 전역의 영양실조 상황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접근 자체가 어려운 지역이 많아서 유엔 기관과 NGO들이 대규모 영양 조사를 할 수가 없거든요. 공습, 전투 때문에 치안이 불안하다는 문제도 있지만, 그런 지역에 들어가려면 현지 당국의 신뢰가 필요하다 보니 행정적, 정치적 문제도 따릅니다. 결국 기근이 임박했다고 선포할 만한 타당한 자료를 마련할 수가 없는 거죠. 사망자 수도 마찬가지입니다. 2016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사망자 수는 1만 명에 멈춰 있습니다. 이렇게 예멘의 현실은 완전히 왜곡되어 있습니다. 당국에서 언론인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그러니 언론에서는 정확한 사실과 수치를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Q.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이 보는 현지 상황은 어떤가요?

영양실조 측면에서는, 주로 어린 아이들이 중증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경우를 많이 봅니다. 모유를 너무 금방 뗐거나, 이미 그 전에 다른 병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죠. 우리는 고열량 치료식을 제공하고, 영양실조를 일으킨 질병을 치료하는 약을 써서 아이들을 치료합니다. 문제는 중증 급성 영양실조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지역들이 있다는 겁니다. 카메르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수집한 자료를 보면 암란 주 상황이 그렇습니다. 2018년 9월 영양실조로 입원한 아동 수는 작년 9월 대비 두 배에 달했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상황은 다릅니다.

활동하면서 보면 사람들의 생활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되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일단 갈 수 있는 보건소가 별로 없습니다. 전투 중에 파괴된 곳도 있고, 2016년 8월 이후로 봉급을 받지 못해 의료진이 떠나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민간인, 특히 북부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공습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있고, 전투 속에 부상을 입거나 탈출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권단체 ‘예멘 데이터 프로젝트’가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2015년 3월 이후 벌어진 공습의 근 1/3은 비군사 지역을 겨냥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민간 차량 폭격도 더 많아졌습니다.

경제 상황도 분명 나빠지고 있습니다. 구매력이 거의 바닥입니다. 밀가루 가격은 전쟁 전보다 80% 가까이 올랐고, 휘발유 가격은 130%나 올랐습니다. 다행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예멘 시민사회가 노력한 덕분에, 적게나마 식량 결핍을 겪지 않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예멘 사람들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것은 또 있습니다. 예멘에서 계속 운영되는 의료 시설 자체가 별로 없는데 사람들은 교통비가 없어서 그곳에도 가지 못합니다. 이 외에도 예멘 사람들은 많은 장애물에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치안과 접근성 문제가 만만치 않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는 예멘 사람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