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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로힝야족을 향한 폭력 사태 후 2년, 여전히 보이지 않는 해결책 

2019.08.23

8월 25일은 2017년 미얀마군의 폭력 탄압으로 로힝야족 74만 5000여명이 피난을 떠나 방글라데시로 이주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로힝야족에게 이날은 수십 년간 계속된 정부의 폭력, 박해, 차별, 착취 및 기본권 박탈, 국적 상실의 아픔이 서린 날이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 난민은 91만 2000명에 이른다. 현재까지도 로힝야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실질적 지원 노력이 부족해, 이들은 계속되는 폭력 속에서 권리를 박탈당한 채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 캠프에서 만난 비비 잔(Bibi Jan)은 소매를 잡아당겨 흉터를 가렸다. 2017년 8월 로힝야족을 겨냥한 사상 최대 규모 폭력 사태로 상처를 입어 생긴 흉터다. 비비 잔은 왜 방글라데시로 떠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이야기 했다. 비비잔은 남동생 두 명이 살해되고 자신도 칼에 찔리기까지 했다. 온 마을이 황폐화 되고, 비비 잔은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미얀마 라카인(Rakhine)주의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은 지난 수십 년간 정부로부터 배척당하고 박해 받아 왔으며, 이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2년 전 로힝야족을 겨냥한 폭력사태가 큰 화제가 됐지만 이후 법적 지위를 상실한 로힝야족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없었고, 로힝야족 배척의 배경에 대한 어떤 논의나 관심도 없었다. 

압둘 아민(Abdul Amin, 80세).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캠프 거처에서 그늘에 앉기 위해 힘겹게 걷고 있다. 압둘은 2017년 이주해온 이후 이 난민캠프에 머물고 있다. ⓒDalila Mahdawi/MSF 

지금까지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실질적인 해결책도 나오지 않았고, 이들은 미얀마를 떠나 여러 국가로 이동했지만 모든 사회에서 소외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로 이주한 91만 2천명에 이르는 로힝야 난민은 이주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대나무로 지어진 정착촌 거처에서 머물고 있으며, 이동하거나 일을 하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외부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로힝야 난민 정착지인 콕스바자르(Cox’s Bazar)의 진료소에서 열악한 생활 환경과 깨끗한 화장실 및 식수 부족으로 질병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하는 환자는 한 달에 수만 명에 이르며 2017년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130만회의 진료를 진행했다. 로힝야 난민 자녀들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어 이들에게는 이후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기회조차 없다.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캠프에서 만난 로힝야 난민 비비 잔(Bibi Jan)과 5살 아들. ⓒDalila Mahdawi/MSF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돈이 없어요. 난민 캠프를 떠날 수도 없고요. 아이들의 미래를 계획할 수 없죠.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면 식량 배급을 받지 않고 스스로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_ 비비 잔(Bibi Jan) 

 

미얀마: “절망은 마음 속으로 삼키고 살아갈 뿐입니다.”

미얀마에 남아있는 로힝야족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암울하기만 하다. 1982년 시민권법에 따라 이들은 실질적으로 무국적자가 되었고 최근 몇 년, 시민권부터 교육, 결혼, 가족 계획에 대한 권리뿐 아니라 이동의 자유와 보건의료를 받을 권리까지 박탈당했다. 

2012년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과 라카인 지역주민 간 폭력 사태가 일어나 온 마을이 파괴되기도 했다. 이후 라카인 중심에는 로힝야족과 카만 이슬람교도 12만 8천명이 과도하게 밀집되어 실향민 캠프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동과 생계 유지 활동이 제한되고, 생활에 필요한 기본 시설과 서비스를 누리지 못한 채 이들은 오로지 외부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미얀마 라카인주에 위치한 아 나우크 예 난민캠프 외곽. 이 캠프에는 거의 5천명에 이르는 난민들이 과도하게 밀집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곳은 우기가 되면 홍수에 취약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난민캠프에서 난민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유일한 단체이며 일반 이동진료소도 운영하고 있다.  ⓒScott Hamilton/MSF 

“여기서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물고기도 거의 없어 낚시도 할 수 없죠. 상업 활동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원하는 것들을 살 수도 없어요.” _ 술라이만(Suleiman) / 인구 9천명 규모 지역 느옛 차웅(Nget Chaung)에 사는 로힝야족

“로힝야족은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슬프고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해 알릴 수도, 그럴 기회도 없기 때문에 절망을 속으로 삼키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조차 없어서 모든 것을 체념하고 슬픔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_ 술라이만(Suleiman)

라카인주에는 55만명에서 60만명에 이르는 로힝야족이 살고 있다. 미얀마군과 라카인 무장 단체인 아라칸군(Arakan Army)의 분쟁이 심화되면서 로힝야족과 이곳 지역사회가 피해를 받게 되자 로힝야족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말레이시아: 더욱 불안해지는 정세 

말레이시아 또한 지난 30년동안 로힝야족의 발걸음이 이어진 곳이지만 이 곳의 현실도 불확실하기만 하다.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난민과 망명 신청자도 법적 지위가 없어 점점 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합법적 노동을 할 수 없어 말레이시아 내 암시장 거래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 과정에서는 착취나 채무 강제노역, 사고를 당하기 쉽다. 로힝야 난민들은 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환자의 경우 치료받을 곳을 찾는 행위만으로도 구금센터에 수용되거나 추방당할 수 있다. 

이만 후세인(Iman Hussein, 22세)은 2015년 미얀마 라카인주를 떠나 태국으로 간 뒤 말레이시아 페낭(Penang)으로 이주했다. 여느 다른 난민처럼 이만도 페낭에서 건설현장 막노동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지만 지난 10주간 급여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일하는 곳에서 머물 수 있고, 일을 그만두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일을 그만 둘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2년간 로힝야족이 겪는 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을 안전하게 본국으로 송환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로힝야 난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미얀마 정부와 함께 외교적 노력을 배가하며,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법적 인정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_ 베노아 드 그리세 (Benoit de Gryse) / 미얀마•말레이시아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