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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병원 내 유일한 이동 수단은 배 뿐입니다”

2019.11.01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 대표 베네데타 카펠리(Benedetta Capelli)는 최근 홍수 피해가 심각한 남수단 피보르(Pibor)에서 돌아왔다.  피보르에서는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병원과 인근 지역이 불어난 물로 완전히 잠겼다. 10월 24일 카펠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피보르 마을 외곽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은 마을을 굽이감는 구무룩(Gemuuk)강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져있습니다. 

남수단에서 10월은 보통 우기가 끝나는 시기라 지난 몇 주간 비가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근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 비가 내리자 약 2주전 피보르 강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피보르에서는 홍수가 흔히 일어납니다. 2013년과 2017년에도 이미 큰 홍수를 겪은 적이 있어서, 국경없는의사회 부지가 위험할 경우를 대비한 계획도 다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홍수 피해가 이렇게 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9월에 이미 격리병동을 고지대로 옮겼습니다. 10월 13일에는 성인 병동, 소아 병동과 치료 급식센터를 옮겼습니다. 

수위가 수술실까지 다가오자 수술실을 폐쇄해야 했습니다. 무거운 고가의 장비들을 지키기 위해 물이 닿지 않을 만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그 다음은 창고가 위험해졌습니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의약품들을 물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걱정이 매우 큽니다. 수위가 매일 10~20cm씩 차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남수단 현지 직원들에게는 정신적 고통이 보다 심했습니다. 부지가 물에 잠기는 동안 그들의 집도 침수되고 있어서, 가족과 집 또한 걱정해야 했기 때문에 두 배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물이 ‘안전한’ 텐트에도 스며들기 시작하자 병원을 옮길만한 새로운 장소를 찾기로 했습니다. 

정부에서 피보르 시장터에 공간을 마련해줘서 지난 며칠간 병원을 완전히 해체해 하나하나 새로운 장소로 옮겼습니다. 

텐트를 사용해 모든 주요 의료 활동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지만, 자리가 부족해 병상 수는 줄여야 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10월 18일), 임시로 마련된 부지로 마지막 남은 9명의 환자들을 모두 옮겼습니다.

피보르 국경없는의사회 1차 진료소와 부지를 둘러싼 인접 지역. 최근 홍수 피해로 인해 의료구호 활동을 축소하고 환자들을 퇴원시켜야 했다. ⓒMSF

그때쯤 팀원들이 모두 지쳐서, 현지 직원들과 함께 의료인인 저와 현장 코디네이터 한 명, 그리고 주바(Juba)에서 온 식수•위생 전문가 한 명으로 구성된 최소 인원의 팀만 남기고, 다른 국제직원 대부분은 회복할 시간을 갖도록 수도 주바(Juba)로 보냈습니다.

더 이상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부지에서 지내는 건 안전하지 않습니다. 사방에서 물이 들어왔습니다.  마지막 날 밤에는 다같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잤습니다. 화장실에 가려면 플라스틱 배를 타고 노를 저어서 가야했습니다. 병원 부지가 강에 수몰돼, 병원 내 돌아다닐 유일한 방법은 배 뿐입니다.

인근 시장 터에 마련된 임시부지에서 우리 팀은 매일 60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산전 관리, 입원 환자와 출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병원 부지와 기존 및 신규 중증 환자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현재 부지는 전력 공급이 전혀 안되고, 진흙이 무릎 높이까지 차 올랐습니다. 홍수로 많은 비품을 잃었고 현재 산소 발생기는 단 한 개 뿐입니다. 약품은 일주일 정도 사용할 양이 있지만, 더 많은 환자가 온다면 부족해질 것입니다. 주바에서 약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현재 헬기로만 수송이 가능한 상황이라 이 또한 난관입니다. 헬기 착륙장이 물로 둘러 쌓인 아주 좁은 육지기 때문입니다.  

외과의가 없어서 긴급 제왕절개 수술도 불가능합니다. 제가 조산사였기 때문에 알지만, 여성에게 자궁파열이 발생하면 산모와 태아 모두 사망할 위험이 높고, 그렇게 되면 다른 형제들은 엄마를 잃게 됩니다.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도 잃어 예방 접종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동하고 의료 기관이 부족해 예방 접종율이 불확실한 피보르 같은 지역에서는 전염병 시한폭탄과 다름 없는 일입니다.  

피보르 주민 대부분은 반유목민입니다. 건기에는 떼를 지어 이동하고 우기에는 마을에 정착합니다. 주민 대부분이 아직 마을에 있는데, 주거지는 90%가 수몰됐습니다. 현재 수위보다 높은 부지에서 지내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화장실도 없고 5만여명이 단 한 개의 보어홀(깊이 30미터 이상의 관 우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수인성 질병, 특히 콜레라 또한 심각한 보건 문제입니다. 홍역은 이미 발병해 퍼지고 있었고, 앞으로 환자가 늘어날 수 있어 우려됩니다. 또한 호흡기 감염, 사교상 (뱀에게 물린 상처), 말라리아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예방 접종 부족으로 향후 소아질환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다음 계획은 공기 주입식 텐트가 설치된 긴급 병원을 세울 장소를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10월 23일 봐놓았던 장소는 이미 물에 잠겼습니다. 

홍수 피해가 얼마나 오래 갈지 알 수 없습니다. 2017년에는 물이 빠지기까지 3개월이나 걸렸는데, 지금은 아직도 물이 차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고, 우리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다른 단체들의 개입과 도움이 절실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1차 진료소 두 개를 운영 중인 구무루크(Gumuruk)와 레콩골레(Lekongole) 지역의 항공 조사. 투쿨(주로 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초가 지붕이 있는 원뿔 모양의 진흙 오두막)이 완전히 침수되어 주민들이 카누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MSF

어제 피보르를 떠나며 보니, 마을과 주변 지역은 마치 호수처럼 보였습니다. 물에 잠긴 초원을 하늘에서 보니, 푸른 풀밭을 덮은 물 위로 해와 구름이 비쳤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마치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홍수로 집을 떠나 고립된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 풍경이 더 이상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