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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의 하루

2019.11.26

국경없는의사회는 1989년 팔레스타인 가자(Gaza)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0년부터는 현장에 상주하며 활동을 지속했다 . 진료소 5개, 입원병동 2개, 수술팀 3개를 운영하며 외상 및 화상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외상 환자 대부분은 시위 중 이스라엘군에게 총상을 입은 환자로,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 3월 30일 이후 총상환자 7,600명 중 4,600명을 치료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와 병원에서는 환자의 신체적 필요를 돌볼 뿐 아니라 사회심리적인 지원도 제공해 환자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정신 건강 문제도 치료하고 있다.  또한 환자가 효과적으로 치료를 마칠 수 있도록 환자 및 가족을 지원한다. 2019년 10월, 국경없는의사회 외래 환자 진료소에서 상담사 라니아 사무어 (Rania Samour)의 하루를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 속 라니아는 동료와 하루 일정을 상의하고 있다. 라니아 사무어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라니아는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와 가족에게 사회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팀에 소속되어 있다. 

“이곳 환자 대부분이 정신적 외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외상이 장기적인 문제가 되지 않도록 돕고 있습니다.”_라니아 

 

오늘 첫 환자는 21살 아흐메드 (Ahmed)다. 아흐메드는 2018년 3월 30일 이후 가자에서 시위 중 이스라엘군에게 총격을 당한 7,600명 중 한 명이다. 2018년 6월 총상을 입은지 1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회복 과정에 있다. 

“라니아와의 상담에 오면 큰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에요. 전에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가만히 앉아있는 건 너무 지루해요.”_아흐메드

 

라니아가 아흐메드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호흡 운동이다. 호흡 운동은 아흐메드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몸이 뼈를 재생시키는 능력을 심각히 저해할 수 있는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 © Loay Ayyoub/국경없는의사회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하는 부상 환자를 보면 정신 건강 문제가 현저합니다. 총상 환자 대부분이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를 보입니다.”_라니아 

 

국경없는의사회는 화상 환자도 치료한다. 5살 마리암 (Mariam)은 가정용 발전기를 만지다 감전사고를 당했다. 가자 지구 주민들은 대부분 발전기를 가지고 있는데, 가자 지구의 유일한 발전소가 12년간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된 이후 연료가 부족해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마리암의 이상행동을 걱정한 마리암의 부모가 딸과 함께 첫 상담을 받으러 왔다. 

 

라니아는 우선 마리암이 긴장을 풀 수 있도록 같이 놀아줬다. 그 다음 부모와 마리암의 문제에 대해 상의하고 조언했다. 어떤 환자들은 한두 회 만에 상담이 끝나기도 하지만, 환자에 따라 장기간의 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새로운 환자와 가족과 함께하는 첫 상담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은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저는 답을 해줍니다. 이런 과정은 제가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_라니아

 

라니아는 또 다른 역할은 의료진을 도와 환자와 가족에게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사진 속 라니아는 5살 모하메드 (Mohammed)와 아버지에게 부상으로 인한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압박 붕대를 감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심리교육적 기법을 사용해서 가족도 치료에 참여하게끔 합니다.”_라니아

 

라이나가 움빌랄(Um Bilal, 54)와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움빌랄은 시위 도중 부상을 입어 팔이 골절되고 뼈에 감염이 생긴 상태다. 움빌랄은 이제 부상의 영향으로 고통 받고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포위를 풀도록 압박하기 위해서 시위를 했어요.집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진통제만 먹을 뿐입니다. ”_움 빌랄

“앞으로가 걱정돼요. 팔이 예전 같지 않을 까봐 걱정돼요. 스스로 옷 입는 것조차 힘들어서 남편이 도와주는데, 남편도 힘들어해요. 그저 제 손으로 옷을 입고 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_움빌랄

총상 환자가 겪는 고통에는 길고 어려운 회복 기간의 불확실성이 더해져, 여러 정신 건강 문제가 야기된다. 

 

하루가 끝날 무렵 라니아는 환자 상담 일지를 작성한다. 라니아는 가자 지구에서 10년동안 일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도움을 구하고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정신 건강 치료를 거부했어요.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나아지는 것을 보면서 좀 더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더 이상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을 보고 ‘미쳤다’고 하지 않아요.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상담을 받지 않는 사람보다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습니다.”_라니아 

Photo by Loay Ayyoub/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