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에서 지하디스트 단체들이 자행한 폭력 사태로 199만 명의 국내실향민이 발생, 전례없는 인도적 위기가 촉발됐다(출처: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 2023년 3월 31일 기준).
부르키나파소 지보(Djibo)에서 구호품을 보급받기 위해 줄을 선 국내실향민, 2023년 4월. ©MSF/Nisma Leboul
특히 북부 지보(Djibo)는 1년 넘는 기간 동안 무장단체들에 의해 봉쇄되었는데, 현재까지도 식량 등 인도적 지원으로부터 차단돼 있다. 지역 주민은 외부와의 소통도 거의 불가하고 이동이 제한돼 필수 서비스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아주 미미한 식량, 식수, 전력 공급에 의존하며 생활하고 있다. 지보 주위로는 부르키나파소 정부군과 반군 무장단체 간의 충돌이 지속되고 있어 해당 지역 주민이 대규모로 지보에 유입되고 있다. 현재 지보 인구는 30만 명인데, 이 중 27만 명이 난민캠프 또는 수용 가정에서 생활하는 국내실향민이며 절반은 아동이다.
분쟁 한가운데서 지보의 생활 수준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원 부족으로 소금 한 톨도 구하기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주민들은 나뭇잎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30세 국내실향민 여성 사피(Safi)는 “아이가 다섯인데 먹일 게 없다”고 전했다. 사피는 지보에서 100km 떨어진 얄랑가(Yalanga) 마을 출신인데,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피난을 오다가 남편이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됐다. 생존을 위해 소일거리를 찾고 있는 사피는 세계식량계획이 배급하는 식량 없이는 생활이 힘들다.
BP-5 비스킷 박스가 배급 현장에 도착하는 모습 ©MSF/Nisma Leboul
마지막 구호품 배급으로부터 4개월이 지난 3월 21일, 마침내 호위대가 식량과 필수품으로 구성된 구호품을 지보로 호송했다. 식량 위기 및 치안 불안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
지보 자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식량 및 영양실조 위기가 발생해도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다. 현지 주민의 영양상태를 충분히 파악하기 쉽지 않아 대응을 조정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2022년 10월 식량위기를 알리는 첫 경보가 울린 후 여러 단체가 동원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뤄지는 지원은 필요에 비해 불충분하다. 특히 최근 몇 주 사이 영양 관련 활동을 전개하며 영양실조 아동의 필요에 대응하고 있지만, 식량 부족으로 추후 몇 달 동안은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월 8-9일, 국경없는의사회는 생후 6개월부터 5세 사이의 아동 12,456명을 대상으로 한 달분(57톤 가량)의 고열량 비스킷(BP-5)을 보급했다. BP-5 비스킷은 아동 영양실조를 예방하기 위해 고안된 밀가루, 지방, 식물유지, 설탕, 대두단백질, 미네랄 등으로 만든 고열량 강화식품이다. 이번 지원 활동으로 대부분 현지 인구가 직면한 큰 지원 필요 규모를 일시적으로나마 충족했다.
BP-5 비스킷 박스를 배급받는 국내실향민 ©MSF/Nisma Leboul
의료서비스 접근성 또한 이동 제한으로 차단된 상태다. 의료진은 대부분이 지보를 떠나고 의약품을 구하기도 어려워 여러 의료시설이 운영을 중단했다. 운영 중인 의료시설이 있다고 해도 최소한으로만 가동되고 있다. 한 지역사회 지도자는 “다들 크게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부터 부르키나파소 보건부와 협력하여 지보 의료센터의 수술병동, 두 개의 현장 긴급 의료지원처, 세 개의 지역사회 진료소를 지원하고 있다.
의료센터 내 수술병동에서는 의료서비스가 무상으로 제공되며 환자와 보호자가 하루 세 끼 식사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수술 병동 및 응급 의료 병동은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현장 긴급 의료지원처에서 BP-5 비스킷 박스를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선 아동 보호자들 ©MSF/Nisma Leboul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보에서 지역사회 주민의 식수 접근성을 확대해 여성들이 더 이상 물을 긷기 위해 먼 거리를 걸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게끔 식수 공급처를 재건하고 보어홀(bore hole)을 설치하고 있다.
한편 식량 지원이 이뤄져 전력을 다해 현지 인구를 지원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도 극심한 이동 제한 가운데 식량을 구할 수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또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상황이 심각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과 가족을 포함한 모두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_하마둠 무사(Hamadoum Moussa) /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증진 담당자
지원 필요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불어나는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와 지원팀의 결속과 사회적 통합이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보에 설치된 유엔난민기구의 국내실향민 캠프 ©MSF/Nisma Leb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