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쟁이 10년째에 접어들었고 이들리브(Idlib)는 현재 분쟁의 영향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연이은 폭격과 포격으로 불과 몇 달 만에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집을 떠나 피신해야 했다. 올해 들어 전투로 인해 운영을 중단한 병원이 80여 개에 이른다. 이들리브는 계속 인도적 비상사태에 있었으며, 현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미 비극적인 상황에 또 다른 혼란을 더했다.
지난주 시리아에서 첫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발생한 이후 확진자 수가 소폭 증가했지만, 현재까지 이들리브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전염병 확산이 얼마나 큰 영향을 가져오는 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 선진화된 의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국가도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공 병원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이들리브의 의료 시스템은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시리아 북서부의 의료 시스템은 분쟁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아왔고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
코로나19 예방 수칙이나 확산을 늦추기 위한 조치는 이들리브에서는 구현되기 어렵다. 실향민 수는 100만 명에 이르며, 이것은 이들리브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다. 이들은 대부분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어 코로나19 증상이 있다고 해도 자가격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진흙으로 뒤덮인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손 씻기 등 위생 수칙도 지킬 수 없다. 증상이 심각한 경우 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운영 중인 병원은 극소수이며 이 병원들은 이미 수용 인원을 넘어섰고 이 보건 비상사태에 대처할 장비를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
의료진들 역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의료진들은 끊임없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들리브에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를 대비하고 훈련을 받거나, 끊임없이 유입되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의료진은 적은 수단을 최대로 활용하며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큰 어려움 앞에 굳건히 서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들리브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이 이들리브 전역의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동 진료소에서 치료하는 환자의 35%이 이미 호흡기 감염으로 고통 받고 있고, 이 환자들에게는 코로나19가 더욱 심각한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활동을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맞추고, 코로나19 확산의 위험 앞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을 지속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 캠프 내에서 정기적인 지원을 제공할 때 사람들 간 물리적 거리를 두는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동 진료소에서 환자가 대기하는 동안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하고, 구호품을 배급하는 동안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 장비를 갖추도록 했다.
지역 병원 차원에서도 대비를 하고 있다. 이들리브 지역에서 운영 중인 의료 시설은 지역 인구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시설들이 코로나19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 세 곳에 위생 위원회를 구성해 위생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식별하고 격리할 수 있도록 환자 분류 시스템을 설치했다. 또한 지역 보건 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해 환자 동선 관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코로나19가 이들리브에 확산하기 시작한다면 이 노력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여기에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며, 의료 및 구호 단체들에게는 이 잠재적 비극을 막을 수 있도록 대처할 수단이 주어져야 한다. 병원은 의약품과 장비가 필요하다. 이들리브 주민들은 현재 의료 지원뿐 아니라 식량, 거처, 위생 시설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
“코로나19는 현재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시리아에 있든 이탈리아에 있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국적이나 피부색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칩니다. 바이러스에 국경이 없듯이, 협력에도 국경이 없기를 바랍니다."_ 크리스티안 레인더스(Cristian Reynders) 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북서부 프로젝트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