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부터 이어진 홍수로 차드의 중부 및 남부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 수도 은자메나(N’Djamena)에서는 최근 강둑이 터져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 대응에 돌입해 필수 서비스 접근이 제한되고, 감염병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의 긴급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이미 심각하던 인도적 상황이 최근 홍수 사태로 더 악화했습니다. 홍수는 매년 발생하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입니다. 국제 사회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는 차드에서 대규모 국내실향민이 발생하고, 필요 규모에 비해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_알렉시스 발레카쥬 (Alexis Balekage)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대응활동 책임자
최근 남부 지역에 이례적인 폭우가 발생하며 차리(Chari)와 로고네(Logone)강의 합류 지점인 은자메나에서 강 수위가 8.14미터로 상승하고 강둑이 터졌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11월 15일 기준 은자메나 주민 155,500명 이상이 홍수로 집을 잃었다. 필수 서비스 접근이 제한적인 데다 말라리아 유행철까지 돌아와 공식 캠프 및 비공식 임시 캠프에 머무는 수재민이 심각한 보건 위험에 놓였다.
캠프 환경은 굉장히 열악하고 밀집된 데다, 깨끗한 식수나 식량, 위생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성이 매우 낮습니다. 차드에서 말라리아는 아동 사망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오염된 물웅덩이가 많아 모기가 번식하기 쉽다 보니 말라리아가 확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이 빨리 빠지지 않으면 다른 감염병이나 수인성 질병이 퍼질 수 있어 앞으로의 상황이 중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인도적 구호 활동 규모가 그에 맞게 확대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_ 알렉시스 발레카쥬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대응활동 책임자
집, 학교, 보건소, 시장할 것 없이 모든 곳이 침수된 지 몇 주가 지났다. 수해 지역에 접근하려면 카누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하마의 공격을 받을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한 주에만 다섯 명이 하마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중에는 임신부도 있었다.
홍수로 인해 도로나 상하수도 시설 등 주요 인프라가 물에 완전히 잠기면서 농부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약 4,650km2가량의 농지가 파괴되었고, 19,000마리 이상의 가축이 폐사했다. 이로 인해 농작물 생산과 식량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저희 집도 물에 잠겼습니다. 집 안의 수위가 무려 1.2미터나 됐죠. 가족과 함께 왈리아 하자라이(Walia Hadjarai) 캠프로 대피해서 텐트에서 지내고 있는데 너무 춥고 모기도 많고 여러모로 위험합니다. 저는 3,000평 규모의 벼농사를 지었었는데 농지가 완전히 물에 잠기면서 일자리를 잃었어요. 홍수 때문에 보건소를 방문하기도 어려워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료를 받으려면 돈이 필요한데 생계 수단을 잃어서 돈도 벌 수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물이 빠져서 가족과 집에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_ 도글레싸(Doglessa) / 임시 캠프 거주민
국경없는의사회가 수도의 남쪽에 위치한 투크라(Toukra) 지역에서 지원하는 치료센터도 완전히 물에 잠겨 직원들이 강제로 근무지를 옮겼고,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 환자도 이송해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차드 보건 당국과 협력해 임시 캠프가 설치된 지역에서 이동진료소를 운영하고 현지 보건소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투르카, 은겔리(Ngueli), 길메이(Guilmey), 멜레지(Melezi), 디간갈리(Digangali), 카르칸제리(Karkanjeri), 미스킨(Miskine), 왈리아 하자라이 및 왈리아 리시(Walia-Lycee)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부터 영양실조 치료식, 백신 접종, 식수위생 서비스까지 폭넓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몇 주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15,500건의 진료를 실시했는데 대부분의 환자는 말라리아나 호흡기 감염, 설사 증세를 보였다. 추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 80여 명은 병원으로 이송했고, 영유아 345명에게 필수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또한 깨끗한 식수와 위생 키트, 말라리아 예방 키트 등 필수 구호품을 수재민에게 전달했다.
차드는 올해 극심한 가뭄과 이례적인 폭우 등을 겪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큰 몸살을 앓았다. 보건 당국은 18개 지역에서 주민 백만 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추산했다.
은자메나의 상황을 봤을 때 홍수 피해의 여파는 앞으로 몇 주나 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이 조금씩 빠지고 있긴 하지만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고, 수재민이 이른 시일 내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 대응을 통해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재원 조달이 시급하고,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응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_ 새미 알 수바이히(Sami Al Subaihi) / 국경없는의사회 차드 현장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는 1981년 차드에서 구호 활동을 시작한 이래 현지 보건 당국을 도와 여러 지역에서 의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망둘(Mandoul) 지역의 모이살라(Moissala)에서는 병원과 보건소, 지역사회 기반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져 라미스(Hadjer Lamis) 지역의 마사코리(Massakoury)에서는 영양실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은자메나의 투크라 병원과 다수의 외래 영양실조 센터에서는 급성 영양실조 아동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차드 동부의 실라(Sila)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보건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단과 마주보는 동쪽 국경 지대인 와다이(Ouaddaï) 지역의 아드레(Adré)에서는 15세 미만 아동을 치료하고 난민의 필요에 대응하고 있다. 남동부 살라맛(Salamat) 지역의 암 티만 병원에서는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5개의 외래 영양실조 센터를 운영 중이다. 수도인 은자메나에는 긴급대응팀이 파견되어 분쟁, 자연재해, 전염병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