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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남수단: 대홍수와 미진한 인도적 지원으로 위기에 내몰린 80만 수재민

2021.11.29

 

남수단 유니티(Unity)주 리어(Leer)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 ©MSF/Tomas Bendl 

남수단 북부 벤티우(Bentiu)에서 수십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하여 감염병 및 수인성 질병이 창궐하고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까지 겹쳤다. 정부와 인도주의 단체가 대응 규모 확대 결정에 시간을 끌면서 적어도 15만 2000명의 실향민이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벤티우에서 활동하는 인도적 지원 단체들뿐만 아니라 유엔, 남수단 보건부, 남수단 정부가 식량, 영양실조, 식수위생, 대피소, 의료서비스 등의 지원 규모를 시급히 확대하길 촉구한다. 

“인도적 지원이 늦어지면서 많은 이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벤티우 실향민 캠프의 열악한 상황은 수년 동안 지속되었고 국경없는의사회가 계속해서 이러한 위험을 경고해왔지만, 식수위생을 책임지는 다른 지원 단체들은 활동 규모를 확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예견된 재해가 발생했고 모든 활동은 마비되었으며 벤티우 캠프 안팎 사람들의 생활 여건이 혹독해지고 건강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_ 윌 터너(Will Turner)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활동 책임자 

커지는 의료적 필요 

올해 발생한 홍수로 약 80만 명이 피해를 입었는데, 유니티(Unity)주 벤티우 주민들이 입은 피해가 가장 크다. 특히 수위(水位)가 상승한 인근 마을과 구이트(Guit), 은히알두(Nhyaldu) 지역에서 약 3만 2000명이 피난하여 벤티우 마을의 임시 캠프 네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편, 벤티우 실향민 캠프(구 민간인 보호구역)의 실향민은 몇 달 사이 1만 2000명이 불어나 현재 약 12만 명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데, 지난 몇 주간 유입된 실향민만 해도 수천 명일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 가이루악(Johnson Gailuak)은 유니티주에서 발생한 홍수로 실향했다. 현재 존슨은 유니티주의 마쿠아니(Makuany)에서 생활하고 있다. ©Njiri Karago/MSF 

“홍수가 모든 걸 파괴했어요. 집도 버리고 대피해야 했죠. 현재 물이나 음식과 같은 필수품이 없어 힘들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물이 얼른 빠져서 사람들이 집에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존슨 가이루악(Johnson Gailuak) / 28세 실향민 남성 

벤티우 캠프에 실향민이 대규모로 유입되자, 국경없는의사회 벤티우 캠프 병원 수용력이 한계에 다다랐는데, 11월 한 달 사이에만 하루 평균 180명의 환자를 받을 정도이다. 환자 대부분은 말라리아, 호흡기 감염, 영양실조를 앓는 5세 이하 아동이다. 

8월부터 10월까지 벤티우 캠프 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입원환자가 35% 증가해 기존 135병상에 45개 병상을 증축했다. 또한 급증하는 환자에 대응해 회의실과 격리실을 외래환자 진료실과 소아병동으로 전환했다. 

벤티우 주립병원 또한 한계에 봉착했으며 제공되는 기본 의료서비스도 불충분하다. 병원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고 밀려드는 아동 영양실조 환자를 위한 병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질병이 창궐하는 최악의 환경 

벤티우 캠프의 생활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홍수로 몇 주째 하수 처리 시설이 가동을 멈춰 현재 캠프에는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거의 없다. 갈수록 많은 사람이 캠프에 유입되어 야외 배변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고, 개방된 배수관에 배설물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또 물이나 물 저장 시설이 부족하며, 쓰레기 처리장도 없어 쓰레기가 쌓이고 있고, 개나 염소 등 부패한 동물 사체가 배수관에 방치되어 있다. 

유니티주 벤티우의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에서 말라리아 검사를 받는 아동. ©Njiri Karago/MSF 

실향민이 계속해서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급성 수성 설사, 콜레라, 말라리아와 같은 수인성 질병이나 기타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벤티우 마을에서도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를 찾아오는 환자 60% 정도가 말라리아 환자일 정도로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했다. 수위가 낮아지면 모기가 번식하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는데, 모기장을 구비한 사람이 거의 없어 실향민들이 모기 매개 감염병에 노출될 것이다. 캠프 내 식수위생 환경 또한 열악해 급성 수성 설사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시급한 대응 필요 

국경없는의사회는 대응을 한층 강화해 의료진, 식수위생 전문가 및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등으로 이루어진 긴급구호팀을 꾸려 벤티우 마을에서 이동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벤티우 캠프에서 질병 감시 활동을 개시하고 화장실 청소·유지·보수 등 식수위생 활동을 지원한다. 하지만 벤티우에서 활동하는 다른 단체들의 지원은 여전히 미진하고, 긴급 지원으로만 후원자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인도적 지원 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실향민이 대거 발생한 상황에서 벤티우 캠프 안팎의 식량이 매우 부족한데도 올해 들어 식량 보급량이 절반이나 줄었습니다. 식수위생 지원 단체 또한 캠프의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활동 규모를 확대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하며 그 어떠한 사람도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에 노출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지원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_윌 터너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활동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는 2000년 처음으로 남수단 유니티주 벤티우에서 활동을 개시해 무력 분쟁으로 인해 발생한 실향민에게 의료지원을 제공했다. 벤티우 마을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는 성·젠더기반 폭력 치료와 성·생식 보건 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며, 보건 증진 및 지역사회 인식 제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남수단 최대 규모의 실향민 캠프인 벤티우 캠프가 신설된 2014년부터 캠프 내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성인 및 아동을 위한 전문 의료서비스, 수술, 응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보건증진 활동과 질병 창궐 시 긴급 대응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