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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우간다: 사람이 국경을 넘는 것이 어려워진 시대에도 의료 구호 활동은 계속됩니다

2021.11.26

이름: 봉선아
포지션: 조달 매니저 (Market Analyst)
파견 국가: 우간다
활동 지역: 캄팔라
파견 기간: 2021년 4월 - 2021년 10월

우간다 캄팔라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 Sonah Bong / MSF

 

1.이번에 3번째 활동인데, 이번 우간다 활동은 어떻게 가게 되었나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하다가 작년에는 1년간 쉬었는데, 그 사이에 캄보디아에서 다른 단체의 일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거의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로 봉쇄가 시작되어 한국에 빨리 들어오게 되면서 계획에 없던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일상에서도 코로나로 인한 제약이 많다보니, 다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현장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설렜습니다.

사람이 국경을 넘는 것이 어려워진 시대에 과연 현장에서 물건은 어떻게 국경을 넘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는 사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의약품과 장비, 기타 다양한 물품이 필요한데, 저는 구호 현장에서 모든 물품과 시설이 문제없이 구비되어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지원 활동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구매/조달 관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제가 맡은 업무인 조달(구매 및 물류, 수입, 통관 등)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러한 제약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2. 이번에 활동하고 돌아온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제가 이번에 다녀온 MSF SUKA (Support Unit Kampala)사무소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일반적인 현장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는데요, 직접 의료활동을 하는 현장이 아니라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를 중심으로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수단, 탄자니아 등의 현장 활동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유닛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동아프리카 지역의 다양한 현장을 지원하는 거점으로서 여러 국가들의 물류, 기술, L&D(Learning & Development; 교육 및 인력계발) 부문을 지원합니다.

각 국가 및 현장마다 활동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구매 물품을 분석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2년간의 조달 내역을 바탕으로 최근의 조달 패턴, 각 현장별로 사용하는 주요 품목, 향후의 조달 수요 등의 정보를 파악합니다. 보통 의약품/의료기기는 기본적으로 유럽의 물류센터에서 조달하고 비의료품목은 현지에서 조달합니다.

캄팔라 SUKA 사무실 ⓒ Christian Overdeput / MSF

우간다 캄팔라 SUKA 사무실의 벽을 채우고 있는 스태프들의 사진 ⓒ Sonah Bong / MSF

이번 현장에서 저는 비의료품목들의 표준 목록을 업데이트하고 현지 시장조사를 수행하고 입찰을 진행하여 적합한 공급업체들을 선정하고 중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비의료품목들의 세부 항목은, 전자 전기용품 (통신장비, 인터넷 관련 기기, 전화기, 노트북-IT 카테고리- 배터리, 발전기, 케이블, 콘센트 등), 자동차 정비 관련 물품 (타이어, 윤활유 등의 소모품과 각종 부품), 배급품(모기장, 살충제, 천, 담요 등), 식수위생관련 물품(파이프, 펌프 등) 등이 해당됩니다. 코로나가 발발한 초기에는 가운이나 개인보호장비들의 구매가 폭증하기도 했습니다.

사무실에는 국제 직원과 현지 직원 합쳐서 70명 정도의 인원이 상주하고 있고, 팬데믹 이전에는 교육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방문자도 많은, 생기 넘치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SUKA의 조달팀에 속한 14명의 동료들 중 저와 같이 구매/조달 업무를 맡은 실무자들은 네 명 있었습니다.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우간다 캄팔라의 국경없는의사회 SUKA 사무소 (2017년) ⓒ Christian Overdeput / MSF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우간다 캄팔라의 국경없는의사회 SUKA 사무소 (2017년) ⓒ Christian Overdeput / MSF

 

SUKA는 차량 정비소도 운영하고 있는데, 차량정비팀이 구호현장을 누비는 랜드크루저를 직접 정비합니다. 부품 교체, 정비, 도장이 모두 가능한 규모의 정비소였는데요, 주변 국가에서 쓰이고 있는 랜드크루저도 다 이곳에 와서 수리를 받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주변 국가를 직접 방문해서 차량점검을 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국경없는의사회 자체적으로 이런 부분까지 관리감독하며 업무영역을 확대하고자 노력하는 것에 감탄했습니다.

차량을 정비하는 모습 ⓒ Sonah Bong / MSF

 
3. 현장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8시부터 5시까지 근무했습니다.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초부터 우간다 정부에서 통금을 시행했는데요, 저녁 7시부터는 돌아다닐 수 없기 때문에 통근 소요시간을 고려하여 직원들은 오후 4시경 자율적으로 퇴근했습니다. 코로나로 도시가 봉쇄된 기간 동안에는 재택근무도 했습니다. 

중간에 지역 봉쇄가 시작되면서 업무에도 지장이 있었는데요, 업무 미팅이 불가해지면서 온라인과 유선으로만 미팅을 해야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업체들의 대응력과 유연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제 파견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봉쇄령이 완화되어, 현지의 주요 공급업체들을 직접 방문하여 물류창고의 여건과 관리실태를 점검할 수 있었습니다. 

 

4. 현지 시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려웠을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예,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조사할 내용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행히 우간다에서는 과거에 유사한 시장 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어 당시의 자료를 참고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업무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표준 절차와 제 업무경험, 그리고 현지 조달팀의 지원으로 생각보다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여러 나라의 물품 수요를 파악해야 하다보니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케냐 등 여러 국가의 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해야 했습니다. 필요한 경우 수 차례에 걸쳐 온라인 미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공급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은 기존 공급업체에 대한 평가와 신규업체를 파악하는 업무로 이루어집니다. 기존 업체에 대해서는 현지 구매팀에 평가를 요청하여그 결과를 참고하고, 신규업체는 유엔 승인업체 목록과 인터넷상의 정보들을 참고하며 정보 수집을 위해 다른 NGO들과 미팅을 하기도 합니다.

현지 비의료품목 전체 조달금액의 약 80%를 차지하는 17개 카테고리(총 1500여 품목)에 대하여 11건의 입찰을 진행하였고, 200여개의 업체를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54개 업체를 승인하고 21건의 중장기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각 국가에서 구매 요청시 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마스터 리스트와 품목별 카탈로그를 만들고, 앞으로 이 결과물을 업무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현지 조달팀에게 자료를 모두 전달하고 교육하는 것도 제 역할 중 하나였습니다. 

 

5.주거 환경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휴일은 어떻게 보냈나요?

숙소는 편안했고, 기후가 18도에서 26도를 오가는 봄가을의 서늘한 날씨여서 지내기 좋았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실 앞에서 ⓒ Sonah Bong / MSF

숙소 살던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 이국적인 생김새를 가졌는데 복실복실하다고 플러피(Fluffy)라는 이름을 붙였다. ⓒ Sonah Bong / MSF

6.이번 활동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코로나 상황 때문에 이 모든 업무가 진행이 가능할지 궁금하고 걱정도 조금 되었는데, 우려했던 대로 업무가 다소 지연되기도 했고, 원래 하던 방식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봉쇄기간 중에는 온라인으로만 업무가 가능했기에 팀원들과의 소통에도 제약이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과는 다른 방법을 빠르게 모색하며 대안을 찾아 계획했던 일들을 주어진 일정 내에 다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서, 안된다고 포기하거나 좌절하면 안되겠다는 약간은 진부할 수 있지만 분명한 깨달음을 얻었고요, 특히나 팀원들과 이런 경험을 함께 하면서 ‘함께 해냈다’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다른 하나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코로나 상황에서도 중단 없이 활동을 계속하고 있구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제 업무의 특성상 현장 일선에서 환자들과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현장 담당자와의 소통을 통해 구호현장이 코로나 지원으로, 그 밖에 존재하는 여러 의료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 우리 팀은 구호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을 향상시키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기에, 모두의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국경없는의사회팀이 긴급한 상황에 전문적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업무에 있어서 기본 정보와 문서, 시스템이 잘 구축되고 공유되는 것이 팀 역량의 상향 평준화와 긴급한 사안에의 역량 집중을 위해 필요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프로세스, 시스템 구축 및 이에 대한 현지직원교육에도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팀원들이 이용하기 쉽고, 추후에 교육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게, 새로운 직원이나 개인별 업무능력 차이로 인한 업무품질의 편차를 최소화하고 구매/조달 업무가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와 관련 업무자료들을 자세하고도 쉽게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공을 들였습니다. 마지막에 팀원들이 이 자료를 활용하고 만족했다는 피드백을 주었을 때 저의 마음이 같이 일했던 멤버들한테도 통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7.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팬데믹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을 해보니, 국경없는의사회와 일하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모두가 몸을 사리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의료활동을 지속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의 의약품 시장을 조사하는 업무를 맡게 되어 당분간은 한국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임기를 마치면 다시 현장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다면 미얀마에 다시 가고 싶습니다. 2년 전 미얀마 미션에서 만난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기에, 현재 치안이 불안한 미얀마의 상황에 더더욱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8.미래의 구호 활동가에게 한마디

현장에 나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보면서 배우게 됩니다. 같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색다른 환경을 마주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새로움’이 다음 활동을 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특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답이나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른 문화에서는 정답이 아닐 수 있는 경험을 하면서 시야가 좀 더 넓어지고 겸손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에서의 생활과 비교하면 열악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면들이 있기에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도 이 길을 택하기 전에 꽤 오랜 기간을 신중히 고민했던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 경우에는 삶의 가치관과 우선순위가 이 일과 잘 맞아서인지, 현장에서의 경험이 - 예전에 고민했던 것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 더 큰 의미와 기쁨을 주는 것 같습니다. 구호활동을 고민 중인 분이 계신다면, 현장의 업무가 비록 고되고 치열하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보람있는 경험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구호활동을 희망하시는 모든 분들의 삶의 여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