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 by Side): 디지털 아트로 전하는 현장소식

2023.09.18

긴급 의료지원 외에도 현실과 현장에 대한 증언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주요 사명이다. 따라서, 국경없는의사회는 튀르키예 디지털 아티스트 Uğur Gallenkuş와 협업해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 by Sid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종 뉴스와 이미지로 포화된 우리 일상 속에서 나란히 놓인 대조적 사진들로 세계 각지의 서로 다른 생활여건과 의료접근성, 언론 스포트라이트에서 소외된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인도적 위기 상황을 조명하기 위함이다. 2023년 7-9월 기간 매주 월요일마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선보였던 총 9점의 프로젝트 사진들을 아래 소개한다. 


1. 아침을 열며 

ⓒUğur Gallenkuş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아침을 맞이하지만, 세계 어딘가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가 맞는 아침은 다소 색다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고조되기 시작하자 국경없는의사회는 즉시 긴급 대응활동에 나섰다. 수개월내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전개한 활동에는 구급차 여덟 대를 투입해 환자들을 전선 근방에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 등지 의료시설로 이송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위중한 환자를 구급차나 배, 비행기에 태우고 전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시설로 이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전 세계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에서 운전 담당 활동가들은 의료서비스 접근성 제고에 중대한 기여를 한다. 

2. 드레스 코드 

ⓒUğur Gallenkuş

매일 출근 착장을 고민할 필요도 없이 활동에 앞서 여러 종류의 개인보호장비(방수복, 앞치마, 장갑, 마스크, 부츠, 보안경)를 장착해 온몸을 꽁꽁 싸매는 구호활동가.

2018년 5월 에볼라 유행이 공식적으로 선언됐던 콩고민주공화국 북서부 비코로의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의 사례다. 당시 에볼라 확산이 시작됨과 동시에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즉시 에볼라 치료센터로 향했다. 확진자 접촉 경로 추적과 지역사회내 에볼라 인지 제고 또한 중요한 과업이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이 경우 주로 박쥐)의 배설물, 땀, 혈액, 모유 등과 같은 체액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전염된다. 감염자들과 밀접한 공간에서 의료진들은 매우 높은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개인보호장비를 제대로 갖춰 입는 것이 필수적이다. 

3. 떠나고 싶은, 혹은 떠나야 했던  

ⓒUğur Gallenkuş

어떤 이들에게 지중해는 여름 휴가철, 잠시 여유를 만끽하는 휴식처로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그 바다는 생존을 위해 꼭 건너야만 하며 그 과정에서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통로로 여겨진다. 

2015년 6월, 국경없는의사회의 수색구조선 피닉스(Phoenix)호는 보트 한 척의 구조 요청을 받았으며, 곧이어 네 대의 목선이 더 나타났다. 당시 해당 해상에 있던 다른 선박들과 협력을 통해 2,000명 이상을 안전하게 구조했고, 그 중 372명은 피닉스호에 올라 국경없는의사회 팀으로부터 필요한 의료지원을 받았다. 현재는 2021년 5월 처음 구조 작업에 나선 국경없는의사회의 여덟 번째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Geo Barents)호가 수색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전을 찾아 리비아를 떠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중해 난민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대처 부족과 계속해서 지연되는 안전한 하선장소 지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위험에 처하기에, 그들을 위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앞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수색구조 역량 제고에 힘쓸 것이다. 

4. 치유의 시간 

ⓒUğur Gallenkuş

요가 등 여러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할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자연재해 혹은 분쟁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사진의 오른편에는 한 여성이 온두라스 콜로마의 반데라스 지역사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지원을 받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1998년 중앙아메리카를 강타한 허리케인 미치(Mitch) 이후 가장 파괴적이었던 허리케인 에타(Eta)와 이오타(lota)로 인해 해당 지역사회는 2020년 11월,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장 심각한 피해 지역 임시 거처에서 의료 및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건증진 활동을 전개했다. 

해당 지역에는 허리케인과 홍수가 남기고 간 정체수로 인해 말라리아 혹은 뎅기열과 같은 벡터 매개 질환 환자가 증가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온두라스 기후 관련 재난 회복력 증진을 위해 여러 조치를 시행했다. 

5. 맨 앞줄  

ⓒUğur Gallenkuş

사진의 오른편에 한 공연장 앞자리의 열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왼쪽에 보이는 것은 2023년 시리아에서 물류 운송 맨 앞줄에 서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들이다. 

올해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시리아 비정부단체와 협력해 14대의 트럭으로 텐트와 겨울용 키트를 비롯한 구호물자를 옮겼다. 시리아에서 10년 넘게 활동 중인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진 발생 직후 바로 긴급지원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인도적 대응을 위해 튀르키예에서 시리아로 국경을 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 속 국경없는의사회 수송팀은 신규 경로 하맘(Hamam)을 지나 시리아로 진입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피해 지역 접근을 보장하는 인도적 지원 경로를 유지하기 위해 관련 유엔 결의안 연장을 여러번 촉구해 왔다. 지원이 절실한 이들에게 의료지원 제공을 전개하기 위한 협상 역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의 중요한 축이다. 

6. 가시 돋힌 철망으로 둘러싸인 길, 꽃이 피어나는 들판이 될 수 있길 

ⓒUğur Gallenkuş

사진의 오른쪽, 보랏빛 라벤더꽃이 한가득 피어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꽃 대신 차갑고 날카로운 가시철사로 덮인 길을 마주하는 이들도 있다.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국경 사이에 위치한 토바닉(Tovarnik)에서 난민들은 헝가리로 이송되기 전,  하루 평균 5,000여명이 머물기도 하는 경유캠프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튀르키예로부터 발칸반도를 거쳐 이곳에 도달한 사람들을 위해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며 기초 의료서비스를 지원한다. 

유럽 국가들은 난민과 이주민들의 긴급한 인도적 지원 수요 대응에 실패했다. 이들의 난민 억압적 반이주 정책으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위험한 경로로 내몰린다. 8년이 지나는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열악한 환경과 극도로 심각한 의료서비스 접근 제한 속 유럽 국경지대에서 발이 묶인 이들에게 계속해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7. 태풍이 지나간 자리 

ⓒUğur Gallenkuş

은은한 황혼 속에서 손을 마주잡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사진에 담겼다. 그 위쪽으로 펼쳐진 황혼녘 바닷가와도 비슷한 풍경은 사실 태풍이 휩쓸고 간 현장 한가운데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가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2013년 11월 3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 중 하나로 기록되었던 태풍 하이옌(Haiyan)은 시속 300km가 넘는 강풍과 함께 필리핀의 여러 섬을 강타했다. 당시 파나이 섬의 에스탄시아 항구에서 기름을 실은 바지선이 6미터 높이의 파도에 뒤집히면서 배 안에 있던 기름이 인근 마을 근처까지 가닿을 정도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 대응에 더해 마을 주민들에게 임시 거처, 깨끗한 식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두 개의 캠프를 설치했다. 

초기 대응 전개시, 국경없는의사회 긴급대응팀은 언제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외딴 지역사회로 가서 피해 규모를 파악한 뒤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8. 안전한 곳에 산다는 것  

ⓒUğur Gallenkuş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도시 프랑스 파리(Paris)에는 에펠탑을 둘러싸고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사진의 반대편에 담긴 것은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 로(Rhoe)의 실향민 캠프에 줄지어 늘어선, 수십 만 명 실향민들이 비공식적으로 정착한 임시 거주 시설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Ituri) 주에 분쟁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17년 12월에 재점화된 폭력사태로 백만명 이상이 살던 마을을 떠났다. 2021년 촬영된 아래쪽 사진은 수용 가족의 거주지 혹은 비공식 정착지에 살고 있는 수백만명 실향민의 거주 환경을 보여준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동들 사이에서는 말라리아나 설사 같은 질병이 예방 가능함에도 불구, 급속도로 퍼진다. 

해당 지역에서 활동중인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폭력사태 피해자들을 치료하고 기초 의료서비스와 식수위생 접근성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소아 질환 및 성·생식 보건, 정신건강 지원을 포함한 입원 및 외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9. 모두가 같은 하늘 아래 

ⓒUğur Gallenkuş

사진 속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동일하게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다. 비가 갠 후 청량한 하늘과 함께 뜨기에, 무지개는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전 세계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이나 자연재해로 지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곧 무지개가 찾아가기를 바라며 오늘도 모두와 함께 달린다. 

코로나19 창궐 시기,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직원은 아마존 미리니 호수(Lake Mirini) 지역에서 가정 방문 활동 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막심했던 해당 지역 인구에게는 의료서비스 접근이 제한적이었고, 현지 보건직원들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예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직원들은 매일 죽어가는 많은 환자들을 보며 심한 감정적 부담에 시달리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투입해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