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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부르키나파소: 전례 없는 폭력 속 고통받고 있는 소외된 이들 

2020.06.15

글: 압달라 후세인(Abdallah Hussein) 국경없는의사회 부르키나파소 현장 책임자 

 

코로나19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관심이 미치지 않는 인도적 위기는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동부 지역 마을에서는 살인과 납치, 약탈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동부 지역은 부르키나파소 국가보안군과 여러 무장단체 간 무력충돌의 영향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로,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나 피난해야 했다.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진 취약한 지역사회는 엄청난 고난을 견디고 있다. 분쟁과 빈곤, 재발성 전염병 속에서 수만 명이 의료 등 기본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폭력적인 공격과 식량 및 물 부족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가오는 몇 달은 더 힘들 것이다. 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와 수확할 곡물이 없는 시기인 ‘기아 공백(Hunger Gap)’은 일반적으로 심각한 영양실조와 말라리아 급증을 야기하는데, 이것은 국가 내 주요 사망원인이 된다. 부르키나파소 동부에서는 아직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것은 불안정한 지역에 지원을 제공하는 데 이미 어려움이 많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9년 5월부터 부르키나파소 동부의 주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물이나 기본적인 구호품을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예방 가능한 사망과 고통을 멈추기 위해서는 시급히 인도적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부르키나파소 동부 파다에는 실향민 가정들이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 MSF 

물 접근성은 부르키나파소 동부 파다의 실향민과 기존 지역사회가 마주한 중대한 어려움 중 하나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물트럭이나 보어홀 시추 및 보수 등을 통해 물 접근성을 개선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MSF 

 

인도적 필요와 심리적 상처 

지난 두 달간 부르키나파소 동부 지역의 외딴 마을에는 연속적인 공격이 이어지며 수천 명의 가정이 가예리와 파다 마을로 피신해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극도의 폭력을 직접 당했거나 목격한 생존자로부터 참혹한 증언을 들었는데, 이들은 소유한 모든 것을 남겨두고 떠나야 했고 안전한 피난처에 도달하기 위해 며칠을 걸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격으로 가족을 잃었고, 어떤 사람들은 이로 인해 심리적 상처가 깊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1월부터 5월까지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환자 5,300여 명을 치료했다. 

짚이나 비닐 시트로 만든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실향민이 많기 때문에, 마땅한 거처가 부족한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실향민이 유입된 지역사회까지 깨끗한 물이나 식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분쟁 및 지원 부족으로 위태로운 의료 시스템 

4년 간 폭력이 이어지며 부르키나파소 동부의 의료 시스템은 매우 취약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 지역에 있는 30개 이상의 의료 시설이 문을 닫았거나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과 의료장비는 약탈이나 불안정한 치안으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고 의료진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극심한 폭력으로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안전한 도시로 이동해야 했다. 이처럼 위험한 환경에서는 지방에서 전문 의료 시설로 긴급하게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특히 어려울 수 있다. 국제인도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급차가 공격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지역사회 내에는 두려움이 만연해 있다. 사람들은 분쟁에 연루되거나 폭력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의료 시설 방문하기를 꺼리기도 한다. 

부르키나파소 동부 파다의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의료 시설. © MSF 

물 접근성은 부르키나파소 동부 파다의 실향민과 기존 지역사회이 마주한 중대한 어려움 중 하나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물트럭이나 보어홀 시추 및 보수 등을 통해 물 접근성을 개선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MSF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는 폭력 

부르키나파소의 불안한 치안은 구호 활동에 방해가 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사회, 특히 외딴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 가지 예로 4월 16일 국경없는의사회는 무장한 사람들이 의료진 중 한 명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한 후 타왈부구(Tawalbougou) 마을 방문을 취소해야 했다. 이곳은 수천 명의 실향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후 해당 지역에서 활동을 재개해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었지만, 활동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향민 규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특정 지역의 사망률과 보건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장 취약한 인구에게 닿기 위해 노력하지만, 불안정한 상황과 여러 무장 단체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의료를 포함한 기본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다. 

 

COVID-19의 부수적 영향 

부르키나파소는 지난 3월 처음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8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동부 지역은 지금까지 확진자가 없었지만 위험은 존재하며,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각 의료 시설에서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의료 서비스를 중단했고 다른 특정 활동 또한 조정해야 했다. 예를 들어 심리 지원은 전화와 라디오 프로그램 및 인지 제고 전단 등을 통해 원격으로 대체되었다. 

코로나19는 폭력 상황에 더해 예방접종 캠페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최근 홍역 발병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파마(Pama)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시행하기로 했으나 차질을 빚고 있다. 우선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안전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 지역은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예방접종 자체의 어려움이다. 코로나19로 더 이상 대규모 모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는 평소와 같이 보건소에 아동을 모아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 집집마다 방문해 진행해야 했다. 우리는 또한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예방접종 팀이 개인 보호 장비를 갖추도록 해야 했다. 이 접근방식에는 많은 조율과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것은 동시에 두 가지 전염병의 통제를 준비하는 것과 같았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홍역 예방접종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는 잘못된 소문을 듣고 예방접종을 거부해 국경없는의사회 지역사회 보건요원은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러한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목표에 도달했고 4만 명 이상의 아동에게 홍역 예방접종을 실시할 수 있었다.  

의료진을 위한 개인 보호 장비를 공급하는 것 또한 어려운 점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현저히 약화시킨다. 방호복과 얼굴 보호 마스크 및 유사한 장비를 해외에서 납품받는 데는 두 달 이상이 걸렸다. 동시에 전 세계적 여행 제한 조치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전문의 뿐 아니라 조산사나 물류 전문가까지, 경험 있는 직원을 부르키나파소로 파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많은 실향민과 기존 지역사회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살고 있어 의료 서비스가 제한적이며, 중증환자에 대한 집중치료와 소생술 서비스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겉으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지역사회 차원에서 예방적인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이들은 과밀집된 텐트 안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며, 안전한 식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다른 긴급한 필요를 가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19는 긴급 상황 속 또다른 긴급 상황이다. 이것은 많은 우선순위 중 하나일 뿐이며, 다른 의료 지원에 필요한 자원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대유행을 통제하고 파급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것이 다른 중요한 인도적 지원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부르키나파소 동부 지역에서 코로나19는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 수천 명의 실향민들과 기존 지역사회 주민에게는 단순히 생존하는 것조차 이미 충분히 어려운 일이다. 이들은 우기에 임시 거처가 무너질 것을 걱정하며, 아직 지역에 도달하지 않은 바이러스보다는 기아와 갈증을 두려워한다. 팬데믹에 대응하는 것은 우선 사항이 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다른 긴급한 필요를 가리거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른 활동에서 재정이나 인력, 지원을 빼앗아가서는 안 된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1995년 부르키나파소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동부, 사헬, 북부, 중북부 지역의 실향민 및 기존 지역사회에 1차 및 2차 진료, 예방접종 캠페인, 식수 및 위생, 기본 구호품 보급 등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3월 초 부르키나파소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수도인 와가두구(Ouagadougou)에는 전염병 대응을 목적으로 한 두 개의 특정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제2도시인 보보-디울라소(Bobo-Dioulasso)에는 코로나19 전담 시설에 치료센터를 구축했다. 또한 다른 보건 시설 지원 및 지역사회 보건 증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타 프로젝트에도 예방 및 사례 관리를 통합했다.  

부르키나파소 동부 지역에서는 2019년부터 파다(Fada)와 가예리(Gayeri)의 2개 지역 병원과 6개 보건소에서 아동 및 모성 보건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흔한 질병을 치료하고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식별하고 이송하기 위해 훈련된 지역사회 보건 요원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한 처음에는 물 트럭을 통해, 추후에는 보어홀(깊이 30m이상의 우물)을 시추하고 수리하는 방법으로 또한 물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했다. 1월부터 4월까지 임산부 진료 5,969건을 포함해 총 29,248건의 의료상담을 실시했으며, 5월 초에는 파다(Fada) 마을의 신규 실향민 3,500명에게 비누, 물통, 모기장, 주방기구 등 긴급구호물품을 보급해 생활 여건 개선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