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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옴 환자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증

2022.04.25

콕스바자르(Cox’s Bazaar)의 옴 환자 수가 3년 만에 정점을 찍었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잠톨리(Jamtoli) 캠프의 로힝야 난민을 위해 설치한 식수위생 시설 ©Anthony Kwan/MSF

2021년 방글라데시의 피부질환자 수는 73,000명으로 201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에도 감염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경없는의사회가 방글라데시 발루칼리(Balukhali), 고얄마라(Goyalmara), 잠톨리(Jamtoli), 쿠투팔롱(Kutapalong) 캠프에서 치료한 피부질환자의 약 90%는 옴 환자였다. 이 중 80%는 15세 미만 아동 및 청소년이었다.

전례 없이 급증한 옴 환자로 인해 일부 난민 캠프는 몇 주 전부터 의약품 재고가 떨어졌거나, 그나마 남은 재고를 제한적으로 보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옴 환자 중에서도 중증 환자만 치료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제한적인 상황으로 인해 곧 지역사회 내에서 옴이 빠르게 확산했다. 

옴은 옴진드기가 피부 각질층을 파고 들어가 알을 낳아서 발병하는 피부 질환이다. 전염될 경우 매우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나고 작은 수포 같은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대체로 아동에게 발병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는다면 온 가족이 옮을 수 있다. 

“온종일 가려워서 잠을 잘 수도, 식사를 할 수도 없어요. 긁다가 피부에 상처가 나면 피도 나고요.” _하킴파라(Hakimpara) 캠프 거주 여성

가려움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지만 피부를 긁어서 생기는 상처는 감염에 취약하다. 패혈증 등 치료 시기를 놓친 중복 감염은 환자에게 치명적이며 전문적인 후속치료가 필요하다.

옴 환자가 급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난민 캠프의 생활 환경이다.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옷과 침구 세탁이나 샤워를 위한 깨끗한 물은 제공되지 않는다. 누군가 전염성이 강한 옴진드기에 노출될 경우 질병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여 재감염률 또한 높다.

과밀한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 옴진드기 박멸은 쉽지 않다. 옴진드기는 이미 열악한 난민의 생활을 더욱더 힘들게 만든다.

“아이가 밤에 여덟 번에서 열 번 정도 깨는 것 같아요. 치료받기 전에는 피부를 덮을 천이 없으면 아이를 안을 수도 없었습니다.”_모하마드 살림(Mohammed Salim) / 13개월 아들의 아버지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에게 의류나 침구 세탁, 조리도구 세척, 목욕을 위한 일정량의 비누를 제공한다. 옴진드기는 지속적인 피부 접촉이나 피부 세포가 남아있는 침구 공유 등의 상황에서 전염이 되기 때문에 주기적인 세척이나 샤워가 중요하다. 

“수원은 멀리 떨어져 있고 사용 시간도 정해져 있어요. 마음 같아선 매일 샤워하고 싶지만, 격일 아니면 3일에 한 번씩 씻습니다. 샤워 시설이 밖에 있어 불편하거든요.”_로힝야 여성

샤워 시설은 캠프의 공동 구역에 있고 캠프의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에 대부분 난민 여성들은 특히 해가 진 후 돌아다니려고 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의 로힝야 여성이 보건증진교육을 받고 있다. ©Anthony Kwan/MSF

국경없는의사회는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캠프 내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협업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팀은 옴 환자가 있는 가정에 생활 공간 소독 방법과 재감염 방지 방안에 관한 보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약 80만 명의 로힝야족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이주한 지 5년이 지났다. 이들은 미얀마 군이 계속해서 폭력을 자행하였기 때문에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피난했다. 현재 캠프에서 생활하는 난민은 약 92만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식수나 위생 서비스 수준은 여전히 열악하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의 대응 방안은 2017년 긴급대응활동 당시의 방안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난민의 장기적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최근 급증한 옴 환자는 생활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환자가 넘쳐나는 보건센터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중증 환자 치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습니다. 그래서 캠프 내에서 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기 전까지 사태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환자와 접촉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생활 환경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어요. 옴은 대체로 치료 및 관리가 수월한 질병입니다. 하지만 환자가 콕스바자르 캠프 같은 열악한 곳에서 생활한다면 빠른 치료 및 관리가 어렵죠.”_ 미케 스텐센스(Mieke Steenssens)/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지난 50여 년간 국경없는의사회는 방글라데시에서 의료적,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72년 방글라데시가 독립한 이후 의료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여러 자선단체가 이끄는 의료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쿨나(Khulna)와 방글라데시 북서부 지역 병원 및 다카(Dhaka) 혈액은행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현재 콕스바자르에는 열 개의 시설이 있으며 그곳에서 활동 중인 많은 보건전문가가 92만 명에 가까운 난민과 지역사회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의 캄란기르차르(Kamrangirchar) 지역에서 진료소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진료소에서는 임신 및 출산 서비스와 성, 젠더 폭력 생존자를 위한 의료 및 심리 치료를 제공한다. 또한 근무 환경과 연관된 질병을 진단받은 근로자를 위한 의료지원과 예방적 치료, 공장 위험 평가 등의 작업 보건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