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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치료를 받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나누었습니다.

2020.01.22
이름: 김결희
포지션: 성형외과의
파견 국가: 아이티, 나이지리아, 팔레스타인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김결희 성형외과의

 

1. 구호 현장에서 성형외과 의사는 어떠한 일을 하나요?

많은 분들께서 굉장히 신기해 하세요. '성형외과 의사가 국경없는의사회랑 할 일이 있을까?' 이렇게 많이 생각들 하시죠. 사실 성형외과라는 분야는 두 가지 분야로 나눠집니다. 성형외과는 Plastic and Reconstruction Surgery라고 해요. 가지고 있는 신체의 부분을 더 예쁘게 만드는 미용 수술의 분야가 Plastic이라고 부른다면, Reconstruction은 ‘재건’이라는 말 그대로 자연재해나 사고로 몸의 일부분이 상실되고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 그 부분을 정상의 상태로 되돌리는 수술을 하는 분야입니다.

그렇기에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성형외과 의사의 일은 재건 분야에 해당이 되죠. 사고나 재해로 인해서 몸의 기능의 상실되고 모양이 변형되었을 때, 그것을 다시 만들어주는 재건 수술을 하는 것이 성형외과 의사의 역할입니다.

 

2. 다녀오신 구호 현장은 어디였고, 그 곳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총 세 번째의 미션을 다녀왔는데요. 제가 미국에서 진료를 하고 있을 때, 국경없는의사회 미국 지부를 통해 첫 미션을 아이티로 다녀왔습니다. 아이티 같은 경우에는 총상 환자들, 아니면 교통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환자들을 봤고요. 갔다 와서 바로 다음 미션은 나이지리아에서 ‘노마’라는 질병이 걸린 환자들에게 안면 재건을 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서 성형외과 의사로 계속 진료를 하다가 2018년도에 가자 지구에서 총상 환자들에게 하지 재건 수술을 했습니다.

 

3. 노마병은 어떠한 병인가요?

외국에서는 '가난의 얼굴 (Face of Poverty)’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질병인데요. 주로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위생과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 아이들에게 발병합니다. 위생이 좋지 않아서 입안의 간단한 염증으로 시작하지만 안면 조직을 점점 녹이게 돼요. 초반 급성기에 사망률이 90%에 이릅니다.

그리고 안면의 조직이 점점 파괴되면서 우리가 얼굴로 인해 가질 수 있는 기능들 – 먹고, 씹고, 넘기고, 숨 쉬고, 입을 벌리고, 얘기하고, 그리고 눈으로 보는 기능들이 다 망가지는 그런 후유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4. 국경없는의사회는 노마병 환자들에게 어떠한 치료를 제공하나요?

노마병에 걸리면 급성기에 10명 중 9명의 아이들이 죽고 1명의 아이가 살게 됩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도 후유증을 가지고 살게 되죠. 볼에 구멍이 뚫려 있다든지, 조직이 없어져서 입을 열거나 닫을 수 없다든지, 눈꺼풀이 당겨져 있어서 눈을 못 감는 상황이나, 코가 없어서 코를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에서 재건 수술을 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얼굴의 변형이 심해서 밖에 나가서 다른 아이들과 못 어울리고, 사회적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얼굴 변형이 좋아진 후에 사회로 복귀해서 정상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체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같이 준비를 해주죠. 수술 외에도 국경없는의사회가 현지에서 노마병에 대해서 하는 일은 굉장히 여러 가지입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김결희 활동가

 

5.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신가요?

처음에 왔을 때는 어두운 구석에서 자기 혼자 있던 아이가 있었어요. 왜냐하면 한 번도 사람들하고 어울려본 적이 없으니까요. 항상 어두운 구석에서 혼자 놀던 아이가 미션이 끝날 때쯤에는 자기 또래 아이들과 같이 모여서 노는 모습을 보면, 내가 하는 수술도 중요하지만 '이 아이들이 삶의 변화를 겪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죠.

한 아이가 수술하고 나서 저한테 했던 얘기인데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 저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6. 구호현장에서 성형외과의로 활동을 하시면서 현지활동가들과도 협업을 많이 하시나요?

그럼요! 의료라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 기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지활동가들은 그곳의 문화나 기후를 잘 반영하는 의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하다 보면 배우는 것도 굉장히 많습니다.

나이지리아 같은 경우 수술을 하고 나서 그 상처를 공기 중에 노출시키고 거즈를 이용해서 덮지않아요. 왜냐하면 거기는 워낙 기온이 높아 상처를 덮으면 오히려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상처를 다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상처 관리를 하는 거죠.

그런 팁들은 현지활동가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함께 조율을 하고 서로 배워가며 같이 환자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7. 국경없는의사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마디로 '희망'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국경없는의사회는 내가 치료를 받고 정상적인 얼굴과 생활, 그리고 정상적인 마인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기 때문이죠. 그 희망이 아마 그 사람들을 노래하고 춤추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김결희 성형외과의

 

8. 국경없는의사회가 후원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경없는의사회에게 후원이 중요한 이유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의료 서비스가 전혀 없는 지역에 가서 병원을 짓고, 환자를 치료하고, 치료하는데 필요한 물자들을 들여오고, 의료진이 부족하면 의사도 데려오고, 간호사도 데려오고, 병원이 운영될 수 있는 인력들도 데려옵니다. 그래서 실제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매우 많은 물자가 많이 필요하죠. 후원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특정 국가나 정치단체, 아니면 종교단체의 후원을 받아서 재정적으로 독립성이 없다면 성향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것이 후원자 여러분의 도움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