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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분쟁에 갇힌 난민과 이주민을 향한 끝없는 구금, 착취와 학대 <2>

2020.01.22

2017년 말, 리비아에서 이주민이 물건과 같이 팔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 세계로 퍼졌다. 이것은 세계 곳곳에서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유럽, 아프리카와 리비아의 많은 지도자들은 난민과 이주민을 학대와 노예 대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없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2017년부터 리비아의 이주민과 난민을 지원했는데, 수천 명이 처한 처절한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사람들은 구금 센터에 갇히거나 아무런 보호 없이 내버려진 채 끝없는 폭력의 순환 속에 갇혀 있다.  

세 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이번 특집 기사에서는 난민과 이주민이 겪고 있는 끔찍한 상황과 유럽의 정책이 이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난민과 이주민이 구금 센터에서 겪는, 또는 인신매매를 당하며 받는 학대와 부당한 대우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파트 읽어보기)

 

산업이 된 인신매매와 고문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유럽 망명 신청자는 유럽으로 가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범죄조직망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이주 경로에서, 특히 리비아 내에서 이들은  여러 중개인을 거쳐 팔리고 또 팔리기를 반복하며 폭력과 인신매매의 위험에 노출된다.  

파트마(가명)는 어린 나이에 가족 중 몇몇이 목숨을 잃는 일을 겪은 후 어머니와 여동생 두 명과 함께 고향 에리트리아(Eritrea)를 떠났다. 파트마의 가족은 수단 카르툼(Khartoum)에 정착하고자 했다. 하지만 수단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마저 목숨을 잃고, 파트마는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강제로 결혼을 해야 했다. 몇 년 후 파트마는 유럽에서 공부도 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리비아로 가 유럽행을 시도하고자 했다. 

2018년 5월 수단에서 리비아로 향한 22살 에리트리아인 파트마(가명). 리비아에 도착하자마자 무장 강도에게 폭력과 협박을 당했다. ⓒAurelie Baumel/MSF

리비아에 도착한 후 이주민과 난민은 해안까지 가는 여정의 각 단계마다 돈을 지불해야 한다. 아가데즈(Agadez)부터 트리폴리(Tripoli)까지 가는 비용을 지불한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세바(Sheba), 세리프(Shweyrif), 바니 왈리드(Bani Walid)와 같은 도시로 끌려가기도 한다. 그곳에서 풀려나거나 지중해 해안에 가려면 추가적인 금액을 더 내야하고, 돈을 낼 수 있을 때까지 갇혀 있어야 한다. 범죄조직은 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경쟁관계인 갱단이 이주민 무리를 공격해 납치한 다음 몸값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일은 흔히 벌어지지만, 특히 에리트리아인은 보다 조직적으로 표적이 된다. 범죄조직은 여러 국가를 걸친 송금 체계를 활용해 이들과 친인척에게서까지 몸값을 갈취하는데, 에리트리아인은 유럽과 북미에 흩어져있어 훨씬 많은 금전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인신매매단은 창고나 다른 건물에 이주민과 난민을 가두는데, 그 환경은 끔찍한 수준이다. 어떤 경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에 수백 명이 갇혀 있으며, 움직이거나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몇 달을 지나며 학대와 갈취를 당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런 공간에 직접 접근할 수는 없었지만, 몸값을 지불한 후 풀려나거나, 도망하거나, 인신매매범이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해 풀어준 사람들을 만나 치료한다. 여전히 이런 ‘감옥’이 존재하는 바니 왈리드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생존자를 치료할 수 있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치료하는 생존자의 찢기고 부러진 신체적 상처를 목격했으며, 끔찍한 고문의 이야기 또한 들었다. 뜨거운 플라스틱을 피부에 붓는 고문을 겪고, 매일 구타 당하며, 친인척이 몸값을 지불하게 하기 위해 통화하는 동안 고문을 당했다. 이런 일들이 2019년 리비아에서는 흔히 일어났다.

환자의 건강 상태는 이들이 어떤 시련을 겪어야 했는지 고스란히 보여줬다. 피해자는 극심한 폭력과 고문으로 충격을 받고, 빈혈이 생기며,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 회복하는 데는 수 개월이 필요하다. 2019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바니 왈리드에서 심각한 상태에 있던 환자 20여명을 치료했고, 이들은 이후 미스라타(Misrata)와 트리폴리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장에서 총 750건의 진료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총격이나 폭력으로, 부상과 결핵 등 기타 질병으로 사막 한가운데서 목숨을 잃었을지는 추정하기 조차 어렵다. 


끝이 없는 기다림, 조난과 구금 사이에 갇힌 난민과 이주민

리비아 법에 따르면 개인이 보호가 필요한 대상인지에 대한 여부와 상관없이 리비아 영토 내 불법 출입국과 체류가 불법으로, 징역형과 강제 추방에 처한다. 현재 리비아 당국이 구금센터에서 강제 추방을 강행하는 일은 드물지만 리비아 동부에서는 몇 건의 사례가 보도되었다. 실제로는 재판도 거치치 않은 채 무기한 구금된다. 구금센터를 벗어나는 길은 국제이주기구(IOM)을 통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제3국으로 이동되거나, 도망하거나, 경비에게 뇌물을 주고 나가거나, 특수한 몇몇 국적의 경우 구금센터에서 자신을 꺼내줄 리비아인 스폰서를 구하는 방법뿐이다.  

생활 환경은 구금 센터 마다 다르다. 식수와 위생 시설이 개선된 곳도 있으며, 과잉 수용 또한 가장 심각했던 2017년 보다는 나아졌다. 하지만 전반적인 환경은 여전히 비인도적이며,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계속해서 잦은 학대와 폭력 행위가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진탄(Zintan)과 예프렌(Yefren) 사이에 있는 다르 엘 제벨(Dahr-el-Jebel) 구금센터에는 아직도 약 500명이 구금되어 있다. 대부분 에리트리아와 소말리아 출신이다. 2018년 9월 수도 트리폴리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하며 이곳 수도 남부 산악지대에서 이동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분쟁의 긴박한 위험을 벗어난 이후 이들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진탄(Zintan)과 예프렌(Yefren) 사이에 있는 다르 엘 제벨(Dahr-el-Jebel) 구금센터에는 아직도 약 500명이 구금되어 있다. ⓒAurelie Baumel/MSF

2019년 5월 국경없는의사회가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 22명의 이주민과 난민이 질병, 대부분 결핵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국제이주기구와 유엔난민기구가 치료 및 보호 등 지원을 제공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의료 상황은 매우 우려된다. 다른 센터에서는 매우 흔히 일어나는 경비원에 의한 학대는 목격되지 않으나, 오래 지속된 구금과 불확실한 상황은 날이 갈수록 환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다르 엘 제벨에 구금된 이 중 백 명 이상이 보호자가 없는 아동이다. 

콤스(Khoms) 해안가에 위치한 수크 알 카미스 (Souq al Khamis) 구금센터에서는 다른 구금센터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극심한 폭력뿐 아니라 정부, 민병대, 범죄조직간의 모호한 경계가 극명히 드러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부터 이곳에서 활동했다. 2019년부터 콤스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바다에서 가로막고 리비아로 송환한 이주민이 도착하는 주요 항구가 됐다. 또한 많은 난민과 이주민이 지중해를 건너기 위해 시도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2019년 7월 25일 이곳에서 출발한 난민과 이주민 110명이 바다에서 사망한 일도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콤스로 다시 송환된 생존자 135명을 지원했다. 바다 한가운데 몇 시간을 견디며 눈앞에서 가족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익사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생존자들은 심각한 충격 상태에 있었다. 

언뜻 보면 수크 알 카미스에 구금된 이주민과 난민의 상황이 다른 구금센터보다는 나은 것처럼 보인다. 이곳에서는 밖에 나가 일할 수 있고, 음식을 사올 수 있고, 가족과 통화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이주기구가 시설을 수리하며 위생 환경도 개선되어 씻을 수도 있고, 안전한 식수도 공급된다. 하지만 보이는 것 이면에는 폭력, 성폭력, 인신매매가 만연하다.

리비아를 탈출하던 사람들이 바다에 빠지던 순간을 그린 아동의 그림 ⓒAurelie Baumel/M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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