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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의 폐해, 무너진 가정과 삶

2020.01.28

 

2019년 11월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민간인 11명이 사망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다르 알 살람 병원에서 급습 중 가족 전체를 잃고 심각한 부상을 입은 11살 소녀 살와를 치료했다. 살와의 이야기는 봉쇄된 가자지구에 갇힌 무력한 인구에 대한 공격이 가져온 비참한 결과를 보여준다.

살와는 진정제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어지럼증을 느꼈지만 이미 이런 감각에 익숙하다. 살와는 가자지구 남부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인 다르 알 살람 병원에 도착한 이후 여러 번의 수술을 거쳤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살와는 용감했고, 울지도 않았다.

살와의 입원실에서는 멀리 지중해도 보이고, 인근 학교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살와의 커다란 눈은 항상 다른 곳을 바라본다. 마치 밖에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듯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방안의 물건과 사람들을 응시한다.

"어떤 날은 조금 낫습니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저 울음을 터뜨리며 계속 가족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제 말에 반응을 보이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 라니아 사무르(Rania Samour)가 설명했다.

11살인 살와는 2019년 11월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과 이슬라믹지하드조직(Islamic Jihad group)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3일 동안 가자지구 민간인 11명이 사망했고, 이 중 8명이 아동이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살와의 부모, 형제, 친척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공격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오폭'이었음을 인정했다. 

살와의 가족과 친척들은 가자 시에서 남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목축업을 하며, 골이 진 금속판으로 만든 판잣집에서 살았다. 집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엄마는 영어 선생님이에요. 저도 크면 엄마처럼 선생님이 되고 싶지만 저는 대신 아랍어를 가르치고 싶어요.” 살와가 서툰 영어로 말했다. 

이제는 할머니가 살와의 교육을 책임지게 된다. 살와의 할머니는 공습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6명의 손자녀를 둔 노부인이다. 손자녀의 생계를 지탱할 방법이 거의 없다. 4주 전 살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라니아가 살와 곁을 지켰고. 그 이후로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살와는 그저 어린 아인데, 집이 무너지고 부모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살와에게는 가족이 사망하고 삶이 모두 파괴된 그날 밤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짙은 연기 속에서 언니가 자신을 잔해 가운데서 끌어낸 것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살와는 발에 입은 부상 때문에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척 고통스러웠죠. 당시 살와의 아버지는 살아있었는데, 어머니의 시신 옆에서 구조대원들에게 아이들을 구해달라고 애원하던 중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_라니아/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

이것이 살와가 가진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그날 밤 아버지는 가자지구 알 시파(Al Shifa)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며칠 후 사망했다.

"살와에게 사실대로 말해줘야 했습니다. 살와가 다시 한번 정신적 외상을 겪지 않도록 보호해야 했죠. 살와를 품에 안고,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습니다. 살와가 떨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족을 다시 만나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살와의 유일한 소원이죠."_라니아/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

살와는 오른발 개방골절과 연조직 손상으로 가자지구 남부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이송되었다.

"부상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 치료를 위해 괴사 조직 제거(괴사하거나 손상 또는 감염된 조직을 제거해 남은 건강한 조직의 회복을 개선하기 위한 수술)와 피판술(자가 조직을 이용해 피부를 포함한 연부조직을 복원시키는 방법)을 진행하고, 연조직을 회복하기 위한 피부 이식수술을 해야 했습니다.골절은 아직 회복 중에 있으며 계속해 조심스럽게 치료하고 있습니다. 뼈와 조직 샘플을 검사해보니 살와는 다제내성 세균 또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극심한 외상으로 발생한 부상은 감염에 매우 취약한데,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열려 세균이 쉽게 침투하기 때문입니다. 다제내성 세균이 존재한다는 것은 특정한 항생제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살와에게는 치료가 보다 오래 걸릴 예정이고, 접촉 격리 예방을 위해 격리실 입원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_헬레네 안데르손 몰리나(Helene Andersson-Molina)/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

헬레네는 살와가 긴 치료 과정을 앞두고 있지만, 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담사 라니아는 살와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살와가 다시 걸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평생 살와를 따라다니겠죠. 이 엄청난 상실이 준 정신적 트라우마처럼요. 앞으로는 누가 어린 살와의 건강과 교육을 돌볼 수 있을까요? 지난 한주간 마음이 참 힘들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살와를 보는데, 만약 내가 어릴 때, 또는 내 자녀가 이 상황에 있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게 됐습니다. 가자지구에 산다는 것은 끊임 없는 트라우마와 함께 사는 것과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생명을 위협 받는 환경에 익숙해져야 하죠."_라니아/국경없는의사회 상담사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2,000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브첼렘(B'Tselem)은 같은 기간 이스라엘 민간인 18명이 가자지구에서 로켓포나 박격포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살와의 이야기, 살와의 상처와 상실은 이 끝없는 분쟁에 갇힌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보여준다.

매번 군사적 고조가 일어난 후 결국 휴전이 이루어지고 공격이 멈추면, 폭력의 잔재가 남는다.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 가운데, 무너진 집과 폐허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 가운데,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라니아와 같은 사람들 가운데, 분쟁의 잔재는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