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Sahel,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 지역) 지역에서 영양 실조 위기가 다시 대두됐다. 계속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와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매일 사헬의 위기 상황에 대해 알게 된다. 하지만 사헬의 위기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사헬 지역에서 식량 부족으로 매일 600명 이상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있다.
서 아프리카 사헬 지역 8개 국가에서 2011년 중증 영양 실조에 어린이 50만 명이 치료를 받았다.
특정 지역에서는 갑작스러운 기후변화, 정치 및 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해 빈곤이 심화되고,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며, 식량 배분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등 계절적인 기근(보릿고개)이 평년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
사헬 지역의 어린이들은 반복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재해에 위협받고 있으며, 국경없는의사회는 계절적이고 구조적인 현실을 타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구호를 요청하는 목소리에서 빠진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국가 마다 맞닥뜨린 영양 실조 위기의 심각성이 크게 다르고, 지난 가을 이후로 도움의 손길이 있기는 했지만 국가별로 상황 대처 능력과 준비 태세가 다르다는 점이다. 또한 인도주의 구호를 하는데 나라 별로 재정적, 수송 및 보안상 제약이 다르다. 예를 들어 말리(Mali)에서는 최근 군부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고 북부 지역에서 계속되는 폭력 사태로 (납치 위험도 포함) 구호 노력과 진료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람들은 영양 실조는 질병이며 치료를 통해 회복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모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경우에 영양 실조에 걸린 어린이를 병원이 입원시키기 보다 엄마가 직접 치료를 담당하는 상황이다. 치료 프로그램은 크게 확대되어 치료를 받는 어린이 수가 10배가량 늘어났다. 니제르(Niger)에서 영양 실조 치료를 받은 어린이 수가7년 전에는 몇 천명에 불가했으나 2011년에는 3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치료 환자 수 증가는 영양 상황 호전 보다는 치료 가능성의 증가에 기인한 바 크다.
최근 들어 영양실조를 예방하기 위한 과학적 진보가 획기적으로 일어났다. 유아에게 우유에 기반을 둔 단백질 보충제를 공급해 영양 실조 환자 수를 줄이고 관련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치료와 예방 조치의 개발로 2005년에서 2011년 사이 니제르의 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률이 1/3 가량 감소하는 등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비록 사헬 지역 상황이 매년 악화되고 있지만 영양 실조에 대응은 계속 해 나가야 한다.
먼저 지속적인 호소와 경고를 통해 모든 이해 관계자와 정책 결정자들은 사헬 지역의 영양 실조 위기가 국가별로 다른 방법으로 해소돼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영양 실조는 위기 상황 때문에 발생하고, 치료는 약을 통해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따라서 영양 실조 구호 활동은 당연히 당장 생명에 위협을 받는 많은 수의 어린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왔다.
2011년 나이지리아에서 6-23개월인 영아의 영양 실조율이 30%로 치솟아, 더 이상 인도주의 문제가 아닌 공중 보건 위기로 심화 됐었다. 이러한 통계 수치로 인해 필요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한 즉각적인 긴급 의료 치료를 넘어서, 다른 접근법을 통한 장기적인 유용한 대응을 모색하게 됐다.
2012년에도 인도주의적 긴급 대응이 다시 필요한 상황이다. 영양 실조 위기가 발생하면 긴급 기금을 기부하는 국가와 인도주의 단체를 통한 구호 노력만이 유일한 대응책인 상황이기 때문에 인도주의 단체의 구호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시작해야 한다.
공중 보건 문제로서 영양 실조에 대응하기 위해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의학적 그리고 영양상 조치를 기초 의료 서비스에 포함해 제공해야 한다. 이미 기초 의료 서비스의 일환으로 어린이들에 대한 예방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구호 노력과 자금 모금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영양식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치료와 예방 노력을 분권화하고, 비의료인 스탭을 통해 치료를 실시하며, 식량에 대한 접근 시스템을 단순화해 치료비를 낮추고, 기관 기부를 통한 재원을 개발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등 희망적인 접근법이 시도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사헬 지역에서 두 가지 접근법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차드(Chad), 세네갈 (Senegal), 모리타니 (Mauritania)와 같이 영양 실조가 심각한 지역에서 당장 생명의 위협을 받는 어린이를 치료하는 동시에 치료와 예방 모델의 질적인 면은 전과 같이 유지하되 단순하고 분산적으로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만약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이룬 진정한 변화를 전례 없는 인도주의 위기 상황에 대한 구호 노력과 접목할 수 있다면, 올해 사헬 지역에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영양 실조 위기와 잇따른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완화시켜 수 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마리 피에르 알리 (Marie-Pierre Allié) 박사 국경없는의사회 프랑스지부, 회장
* 본 기고문은 4월 13일자 르몽드지에 기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