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접어든 시리아 분쟁 속에서 수백 만의 시리아인들은 가장 기본적인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조앤 리우 박사는 논평을 통해 현재 시리아의 인도적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시리아 분쟁이 5년째 접어들었다. 민간인과 전투원을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폭력 속에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인구 절반이 국내 실향민이 되었거나 주변 나라들로 피신했다. 시리아 여러 도시들은 포위되어 외부 지원이 차단된 상태다. 시리안 군과 수많은 무장 단체들이 교전을 하느라 수시로 변하는 교전선 사이에서 주민들은 오도가도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다.
"지난 4년이 넘도록 시리아 주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려 왔다.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계속적인 방해로 인해 그들의 비참한 상황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시리아 주민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지원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세계가 계속 고개를 돌린 채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그들을 위해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조앤 리우 박사
수천 명의 의사, 간호사, 약사, 응급 구조 대원들도 분쟁 속에 목숨을 잃거나 납치되거나 실향민이 되었고, 그 결과 의료 기술과 진료에 심각한 격차가 발생했다. 분쟁 초기에 알레포에서는 약 2500명의 의사가 일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 이 도시에서 운영 중인 병원에 남아 있는 의사는 채 100명이 되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에는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구하는 시리아인들의 이야기가 넘쳐 나지만, 모두 시리아 분쟁의 배경 잡음처럼 돼버린 것 같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지금, 국경없는의사회는 단체 설립 44년 역사상 최대 규모 의료 구호 프로그램을 시리아에서 운영하고 있어야 하는데, 왜 그러지 못하고 있는가?
분쟁이 시작되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시리아인 의료진 네트워크에 의료 물자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시리아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을 시리아 정부로부터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반군 단체들과 직접 의사소통하는 가운데, 우리는 시리아 북부의 반군 점령 지역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놓고 협상을 벌일 수 있었고, 국경 너머 주민들에게 직접 의료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2013년, 우리는 반군 점령 지역에서 병원 6곳을 운영하면서 수천 건의 진료, 출산, 외과 지원을 할 수 있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무장 단체들과 협상함으로써 시리아인 의료진과 함께 일할 국제 의료 팀도 파견할 수 있었다. 우리의 활동을 인정하고, 의료 팀의 안전을 보장하며, 우리의 의료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여러 현지 지휘관들과 합의를 이뤄내야만 했다. 협상할 단체는 수시로 바뀌었는데, 주요 단체들로는 제이쉬 엘 무자히딘(Jeish el Mujahideen), 이슬람전선(Islamic Front), 자밧 알 누스라(Jahbat Al Nusra), 자유시리아군(Free Syrian Army, FSA) 분파들, 이슬람국가(ISIS, 이후 IS로 개명됨) 등이 있었다.
그러나 분쟁의 한가운데에 사로잡힌 대부분의 시리아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치안 부재, 폭력, 의료 시설 및 의료진에 대한 공격, 시리아 내 활동에 대한 시리아 정부의 불허는 의료 활동을 막는 주된 장애물이었다. 이러한 여러 제약들로 인해 만족스러운 지원은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2013년 중순, 국경없는의사회가 병원을 운영하던 여러 지역에 이슬람국가(ISIS, 이후 IS로 개명됨) 조직원들이 도착했을 때, 그 지휘관들은 병원 운영을 방해하지 않고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시설과 직원들도 존중할 것이라고 합의했었다. 하지만 2014년 1월, 그들은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13명을 납치했다. 그중 8명은 시리아인 동료들이었는데 몇 시간 뒤에 풀려났고, 외국 국적을 가진 나머지 5명은 5개월 동안 납치돼 있었다. 이 사건 이후, 국제 활동가들로 구성된 우리 의료 팀들은 철수해야 했고, 이슬람국가 점령 지역에 있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시설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IS로 개명된 이슬람국가의 현지 지도자들은 그들의 점령 지역에서 의료 지원을 재개해 달라고 국경없는의사회에 계속 요청을 해왔다. 하지만 이슬람국가가 우리 팀들을 겨냥해 공격을 감행했었고, 합의 사항을 어겼던 것을 고려했을 때, 그들의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 국경없는의사회 환자들과 직원들이 납치되거나 해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슬람국가 지도자들이 아직 확실히 보장해 주지 않았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트메(Atmeh)에서 1곳, 알레포에서 2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시리아인 의료진을 통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시리아 북부에서도 의료 시설 3곳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제공되는 지원은 제한적이다.
한편, 알레포에서 일어난 공중 폭격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부상을 입었으며, 수많은 가옥과 기반시설들도 훼손되었다. 알레포 동부의 경우, 의료 물품과 검증된 의료 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의료 지원을 받기가 불가능하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임신/출산 합병증, 유산, 조산 등 합병증을 앓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 수술 후 치료를 제공하기도 어렵고 항생제도 부족해, 외과 환자들 중에는 감염성 질환을 앓는 사람도 생겨나고, 결국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시리아에서 직접적인 의료 활동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환자 치료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시리아인 의료 네트워크를 계속 지원해 왔다. 주요 분쟁 지역 및 포위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리아인 의료진에게 의약품 및 의료 물품 기부는 더없이 중요한 지원이다. 그런데 의료 물품은 곳곳에 검문소가 위치한 위험한 도로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물품 압수, 체포, 심지어 사망의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이러한 형태의 지원은 필요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지원을 받는 의료 시설 중에는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곳도 많은데, 현재로서는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가 없다.
다마스쿠스 근처 포위 지역에서 일하는 한 의료진에 따르면, 혼잡한 시장에서 심한 폭격이 발생한 후에 그가 일하는 임시 병원에 부상자 128명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중 60명은 살릴 수 있었지만, 68명은 목숨을 잃었다. 병원에 남아 있던 의료 물품은 그날 하룻동안 거의 다 소진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예멘에 이르기까지 가장 복잡한 분쟁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북부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외상 센터를 방문했을 때, 국경없는의사회가 시리아 주민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Kunduz) 시에서 운영하는 외상 센터(병상 80개 규모) 병실에는 부상을 입은 전투원들이 누워 있다. 양 옆에서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적들과 민간인들도 함께 치료를 받고 있다. 그들 모두에게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 쿤두즈 지역에 있는 모든 단체들은 국경없는의사회 외상 센터에서 일하는 아프가니스탄 동료들과 국제 활동가들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탈레반 지도자들(‘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군주국)을 포함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은 의료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안전한 진료 환경도 보장하겠다고 합의했다. 미국이 이끄는 국제안보지원군(ISAF)도 이에 합의했다.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규모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지만, 분쟁 관계자들이 구호 단체들과 소통하여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안전하고 효과적인 지원 활동을 허락할지 정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 분쟁에 관계된 모든 무장 단체들은 국제 인도주의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마땅히 민간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허용해야만 한다.
지난 4년이 넘도록 시리아 주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려 왔다.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계속적인 방해로 인해 그들의 비참한 상황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시리아 주민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지원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세계가 계속 고개를 돌린 채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그들을 위해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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