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창괄리(Kyangwali)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아동에게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투여하고 있다. © Stitching Pictures
질병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잊기 쉽다. 하지만 최근처럼 코로나19로 전염병의 위협이 가까이 있을 때, 전 세계는 이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백신을 간절히 기다린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도 “코로나19 유행 기간일수록 다른 감염병의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위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병이 많이 있기 때문에, 고령자에게 폐렴이나 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폐렴구균 감염에 대한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감염병을 차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이 예방접종"이라고 강조하며,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이라도 아동과 고령자는 감염병 예방수칙을 준수하면서 안전한 예방접종을 받아달라"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기고문 발췌 LINK)
“최근 몇몇 선진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안티 백신 운동’은 사실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사회에서 이런 견해는 매우 드뭅니다. 실제로 질병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예방접종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_ 미리암 헨킨스(Myriam Henkens) 국경없는 의사회 국제 의료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전염병에 대한 면역 예방 접종 캠페인이 진행되면 사람들이 예방 접종을 받기 위해 며칠씩 걸어서 오는 게 일반적이다.
예방접종은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긴급 대응책이 될 수 있다.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홍역의 경우가 그렇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30만 명이 홍역에 감염되고 1년 만에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확산하는 동안 백신이 개발되어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다. 면역력이 있는 사람들이 질병에 감염되어 확산시킬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레바논의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가 불활성폴리오바이러스백신(IPV)를 주사기에 채우고 있다. © Mario Fawaz/MSF
남수단 이다(Yida) 난민 캠프에서 폐렴구균 백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Yann Libessart/MSF
예방접종 캠페인의 기능은 이뿐만이 아니다. 백신은 또한 질병을 완전히 근절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 퇴치’를 선언했는데, 마지막 자연 감염 사례가 보고된 지 3년 후였다. 천연두를 완전히 퇴치하기 위해서는 20년 이상의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천연두는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근절된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인간 질병이다. 덕분에 미래 세대는 천연두에 감염될 위험이 없어 더 이상 예방접종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됐다.
많은 질병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고, 몇몇 질병은 천연두와 같은 방식으로 근절할 수도 있었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매일 이런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환자들을 계속해서 목격하고 있다. 홍역, 소아마비, 콜레라, 폐렴구균 폐렴으로 인한 사망이며, 희생자는 대부분 아이들이다. 이미 더 이상 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 제조되지 않을 정도로 전 세계에게 사라진 디프테리아조차 예멘과 같은 나라에서는 다시 등장했는데, 바로 전쟁으로 인해 정기적 예방접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분쟁으로 인한 공중보건 체계 붕괴는 전염병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정기적인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을 때 이전에 근절되었던 질병이 다시 나타나고, 이것은 전염병 피해자가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시기에 발생한다.
정기적 예방접종에 장벽이 되는 것은 전쟁뿐만이 아니다. 교통 인프라와 전기 공급이 부족하면 거리가 먼 지역에서 예방접종 캠페인을 실시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백신은 주로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이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 한 해에만 홍역 발생에 대응해 140만 명 이상에게 홍역 예방접종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
또 다른 장애물은 바로 ‘높은 가격’이다. 폐렴은 대표적인 아동 사망 원인 질병이지만 폐렴구균 백신을 통해 쉽게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백신을 필요로 하는 수백만 명의 아이들에게 접근성이 제한됐다. 2016년,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켐페인(필요한 사람들에게 의약품이 제공되지 못하게 하는 재정적 장벽과 맞서 싸우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필수 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은 백신을 생산하는 두 제약회사에게 개발도상국과 인도주의 단체를 위해 아동 1인당 9달러로 가격을 낮춰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 청원서에는 4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하지만 2019년 12월 제3의 경쟁기업이 백신을 생산하기 시작했을 때에야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보였다. 이것은 왜 백신을 ‘비지니스 게임’인지 볼 수 있는 한 가지 예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수 천명의 생명으로 측정된다. 백신의 가격 때문에 어떤 아이들이 생명을 지킬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카탕가(Katanga)에서 진행된 홍역 예방접종 캠페인을 통해 한 아이가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홍역은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치명적으로 나타나며, 홍역에 걸린 아동 중 77% 이상이 1-5살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 Juan Carlos Tomasi/MSF
세계는 지금 모두를 위협하는 전염병의 영향을 느끼고 있다.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도록 강요 받고 있기도 하다. 만약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할 정도로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나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윤을 잃지 않으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의료진이 목숨을 위협 받아야 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명으로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미 우리 각자의 인생에, 세계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적절한 가격의 백신은 보다 적은 손실로 이 전염병에 결말을 맺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