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시리아 이들리브 주의 미쉬미샨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하고 있는 모습. 2월 8일, 이 보건소가 공습을 당해 6명이 목숨을 잃었다. ⓒMSF
시리아 북서부의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오마르 아메드 아벤자(Omar Ahmed Abenza)가 위험에 처한 현지 상황을 들려 주었다.
어제,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의 미쉬미샨에 위치한 보건소가 공습을 당했습니다. 곤경을 겪고 있는 이 지역이 또 한번 재앙으로 치닫게 된 겁니다. 이번 폭격 또한 너무도 터무니없는 공격이었고,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사건입니다. 시리아 북서부의 민간 지역, 특히 의료 시설들이 공격당하고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난 7년간 오랜 분쟁 속에 계속해서 공격이 있어 왔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공격들은 새로운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볼 만큼 강도가 거셉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미쉬미샨에서 보건소 예방접종 활동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 하반기 동안 이 팀이 예방접종을 제공한 아동이 만 명이 넘었죠. 그랬던 활동이 지금 산산조각 난 겁니다. 보건소 안에서도 예방접종이 진행됐던 장소는 피해가 심했습니다. 보관했던 백신, 그리고 백신을 저온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냉장고들도 다 파괴되었으니까요.
남·동부 지역에서 격렬하게 일어나는 분쟁을 피해 이 지역으로 수많은 가족들이 들어오는데요.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제공하는지도 몰랐던 피난민들도 많았고, 이런 전시에 예방접종 같은 걸 기대할 수 없다고 여긴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한편, 그런 지원이 있다는 건 알지만, 미쉬미샨 같은 곳에서는 밖을 다닌다거나 예방접종을 받는 일이 두렵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예방접종팀을 통해 파견진료를 하게 된 겁니다. 보건소가 폭격을 맞던 날 아침, 예방접종팀은 마을에 나가 있었습니다.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했다면 거기에 의료진도 있었을 거고,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나와서 줄을 서 있다가 전부 피해를 봤을 텐데, 이런 우연한 기회로 모두 생명을 구한 거죠.
그렇다고 해서 이번 공격으로 숨진 환자, 간병인 등 6명에 대한 슬픔이 누그러지는 건 결코 아닙니다. 부상자도 17명이나 있었는데, 그 중에는 보건소 의료진 3명도 있었습니다. 유가족과 친구 분들께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 분들도 모두 완쾌하셨으면 합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과연 부상자들은 어디서 치료를 받느냐는 겁니다. 의료 시설이 폭격을 맞을 때마다 끔찍한 연쇄 효과가 발생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쿠나야 인근 위탁 병원도 미쉬미샨 일로 극도의 긴장에 휩싸였습니다. 그 병원마저 폭격을 당할 경우 환자들과 의료진의 노출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쿠나야 병원 관리팀은 의료 활동을 대폭 축소하고, 비교적 위독하지 않은 환자들은 퇴원시켰으며, 소수 의료진만 남아 응급실과 수술실을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그 밖의 활동은 당분간 중단됩니다.
이러한 도미노 효과는 병원이나 진료소가 공격을 당할 때마다 큰 영향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더 많은 이들에게 의료 지원이 필요해지는데, 정작 문을 열고 의료를 제공하는 시설은 더 줄어듭니다. 악순환이 분명하죠. 아직 의료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시설들은 너무도 버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둘러 진료하는 일이 생기고, 잘못된 진단을 내리기 십상이며, 위중한 환자들을 이송하는 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중병을 앓게 되어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해지는데, 이런 지원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 이동 진료팀들은 피난민 가족들의 정착촌 주변을 다닐 때마다 그런 장면을 목격합니다. 사람들은 추위 속에 지내면서 천막에 빽빽하게 모여 있습니다. 피난민 중에는 교전이나 폭격의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수십 킬로미터를 맨발로 이동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의료는 호흡기 감염 치료와 당뇨·고혈압 등의 만성질환 치료입니다. 의료 지원이 없다면 이런 병들은 더 악화될 수 있고, 만성질환은 결국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팀이 만나는 환자 모두에게 치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이들리브 북부 전역에 수십만 명의 피난민들이 퍼져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의사나 간호사를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미 나빴던 상황은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민간 지역 및 의료 시설을 포함한 민간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일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재앙을 피하는 첫 걸음입니다.
참고:
국경없는의사회는 미쉬미샨 보건소를 지원하는 여러 단체 중 하나였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직접 보건소에 상주하지는 않았고, 의료 물자와 의약품을 기증하는 방식으로 보건소를 지원했다. 지난해 12월, 또 다른 단체가 일반 기증 지원을 맡게 된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보건소 예방접종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예방접종 담당 직원의 교육 및 인센티브 지급, 관련 장비 구축, 백신 마련 등을 지원했다. 이들리브 내 다른 곳에서는 3개 이동 진료팀을 운영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였고, 임시 배급팀은 피난민들에게 방한 키트와 위생 키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쿠나야 병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병원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지역 내 다른 여러 병원과 보건소에도 다양한 수준의 원격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리브 남쪽에서는 시리아 정부군과 그들의 동맹 세력이 무장 반대 세력에 맞서 격렬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리브 중·북부 교전선 뒤에서는 공중 폭격으로 인해 의료 시설을 포함한 민간 기반시설들이 공격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점점 더 시내와 마을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교전을 피해 떠나온 사람들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래로 수만 가구가 이들리브 북부에 피난처를 찾으려 했는데, 이곳은 이미 수십만 명의 피난민들이 밀집해 있던 곳이다. 따로 가지고 있는 천막이 없어 다른 가족들 틈에 끼어 지내려는 가족들이 많다 보니, 추위와 공포 속에 사람들의 건강은 날로 나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