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동부 알 홀(Al-Hol) 지역의 난민캠프에는 약 50,000명의 난민이 생활하고 있는데 이 중 약 64%가 아동이며, 50%는 12세 미만 아동이다. 이곳의 난민은 대부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의 가족이거나 연관이 있는 이들이 구금되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의 난민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장기 구금의 잔혹성을 조명하기 위해 보고서를 발간(►영문 보고서 보러가기)했다. 이 보고서는 응급 처치 시행 허가가 승인되길 기다리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두 명의 남자아이 등 알 홀 캠프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비극을 다뤘다.
아동에게 특히 위험한 환경
2021년 2월, 7세 아동이 2도 화상을 입은 채 알 홀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실려 왔다. 차량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서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캠프 관리당국이 이송 허가를 내주기까지 이틀이나 소요되었다. 결국 아이는 이틀 후 보호자 없이 무장 경비의 감시를 당한 채 이송되었는데, 치료가 지연되어 이송 도중 사망했다.
2021년 5월에는 5세 남아가 트럭에 치여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로 실려 왔다. 의료진은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송을 권했지만, 이번에도 허가를 받기까지 몇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아동 또한 상급 병원으로 이송하던 도중 보호자 없이 홀로 사망했다.
작년 한 해 시리아 알 홀 캠프에서는 총 79명의 아동이 사망했다. 2021년, 알 홀 캠프의 사망자 중 35%가 16세 미만 아동이었다. 특히 캠프의 남아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어머니나 보호자로부터 강제로 떨어뜨려 ‘부속 캠프’로 가게 된다. 아이들이 정확히 어디로 끌려가는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
알 홀 캠프의 사망자 중 범죄 관련 사망자는 38%로 집계됐다. 범죄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85명의 사망자 외에도 30건의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해 치료가 지연되어 사망하는 아이들부터, 어머니와 강제 분리되어 다시는 어머니를 볼 수 없는 평균 11세의 남자아이들까지 알 홀 캠프 내에선 비극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요. 알 홀 캠프의 아동과 보호자들에게는 치료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든 일이에요. 차량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상급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은 무장 경비의 감시를 당한 채, 보호자 없이 이송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보호자는 캠프 밖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_마르틴 플로크스트라(Martine Flokstra) / 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활동 책임자
알 홀 캠프는 대형 감옥과도 같다. 이곳에 수용된 난민은 주로 아동인데, 대부분 이곳에서 태어나 아이답게 살 기회를 박탈당한 채 만연한 폭력과 착취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나 의료서비스를 받을 기회조차 없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필요
원래 알 홀 캠프는 시리아 및 이라크에서의 분쟁으로 피난한 민간인에게 안전한 임시 거처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설치되었다. 하지만 2018년 12월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통제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 뒤 알 홀 캠프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쇠창살 없는 감옥’으로 변모했다.
현재 알 홀 캠프의 인구는 약 53,000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11,000명이 외국인이며, 이들은 ‘부속 캠프’라고 불리는 별도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2020년 10월부터 1,300여 가구가 알 홀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대기자가 수없이 많으며 캠프를 벗어나기 위한 허가를 밟는 절차가 굉장히 길고 까다롭다.
알 홀 캠프 및 시리아 북동부 전역의 캠프에 구금된 이들 중에는 IS에 대항하는 글로벌 연합국 등 제3국 출신 난민이 많다. 영국, 호주, 중국,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튀르키예, 스웨덴, 말레이시아 등 60개국 가까운 국가의 국민이 알 홀 캠프와 시리아 내 다른 캠프에 구금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국민에 대한 이들 국가의 미진한 지원으로 외면받고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구금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하지만, 이 국가들은 자국민의 본국 송환을 지연하거나 단적으로 거부하고 있으며, 시민권을 박탈하여 구금된 이들을 무국적 상태에 놓이게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5만 명 이상의 난민이 알 홀 캠프에 구금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 지 3년 넘게 지났음에도 캠프를 폐쇄하려는 노력에는 진전이 보이지 않습니다. 임의적인 무기한 구금의 사슬을 끊어 내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난민들이 이곳에 더욱 오래 구금될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착취와 폭력에 노출되어 아이다운 삶을 살 수 없을 것입니다.” _마르틴 플로크스트라 / 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활동 책임자
현재 시리아에는 11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인해 약 1460만 명의 인구가 인도적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690만 명의 국내실향민이 발생하며 전 세계에서 국내실향민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는데, 이들은 주로 여성과 아동이다. 시리아의 국내실향민은 여러 차례 실향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내 활동이 가능한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치안 불안과 수많은 제약으로 인해 제공 가능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리아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지역에서 활동하기 위해 계속해서 활동 승인 요청을 하고 있지만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북서부 및 북동부 등 활동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병원, 진료소, 이동진료소 등을 운영하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