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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끝나지 않는 홍역, 해결책은 백신접종뿐

2023.02.27

콩고민주공화국을 위시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수십만 아동이 위기에 처해있다. 2~3년 주기로 재발하는 홍역 때문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작년에만 148,600명이 감염되고 1,800명이 사망했다. 


콩고민주공화국 국경없는의사회의 예방접종 캠프에서 홍역 백신을 접종받는 아동과 보호자 ©Pacom Bagula/MSF

콩고민주공화국이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 물었을 때 홍역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홍역 유행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아동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벌써 수년 동안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홍역 대응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홍역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상시 대응이 가능한 5개 긴급구호팀을 꾸렸습니다. 하지만 한 곳에서 확산세를 꺾으면 다른 곳에서 터지는 등 상황이 복잡합니다.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펼친 홍역 관련 긴급 대응 활동은 총 45건으로, 이는 이곳에서 펼친 전체 긴급 대응 활동의 75%가 넘습니다.”_루이스 마싱(Louis Massing) / 국경없는의사회 콩고민주공화국 의료 책임자 

2018~2020년 콩고민주공화국을 덮친 홍역 대유행은 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를 야기했는데, 460,000명이 넘는 아동이 감염되고 8,000명이 사망했다. 당시 보건 당국이 국경없는의사회 및 여러 국제 구호단체와 손잡고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을 벌인 덕분에 2021년에는 환자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상황은 금세 악화했다.

지난해 절반 가까이 되는 보건 구역에서 홍역이 재발했습니다. 홍역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요. 올해 1월 한 달 사이 20,000건 이상의 의심 환자가 발생하여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초포(Tshopo)와 마니에마(Maniema), 남키부(South Kivu), 북키부(North Kivu), 로마미(Lomami), 루알라바(Lualaba) 지역에서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활동 중입니다.”_루이스 마싱 / 국경없는의사회 콩고민주공화국 의료 책임자

미세한 틈도 생겨선 안 되는 홍역 대응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병이다.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백신 미접종자와 접촉했을 때, 접촉자 10명 중 9명이 감염될 정도이다. 다행히 효과적인 백신이 있고, 2회 접종 시 거의 완전한 면역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 없이는 정기 예방 접종과 역학조사, 후속 예방 접종 캠페인을 실시하기 어렵다.

홍역과의 싸움은 마치 바이러스 주변을 에워싸는 장벽을 세우는 작업과 같습니다. 단 하나의 틈만 생겨도 바이러스가 탈출할 수 있죠.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고가 부족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백신을 의료시설에 전달하고, 효과적인 콜드 체인을 구축해서 백신을 잘 보관해야 합니다. 또한 소아과 진료 시 접종이 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에 인력이 있어야 하고, 가족들이 병원까지 올 수 있는 경제적 여건과 이동 수단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후속 예방접종 캠페인을 전개해야 합니다. 홍역 바이러스의 높은 발병력을 고려했을 때 이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여기에 어떠한 작은 틈도 허용할 수 없습니다.”_루이스 마싱 / 국경없는의사회 콩고민주공화국 의료 팀장

안타깝게도 홍역 대응 과정 곳곳에서 공백이 발생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상황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치안이 불안정하고, 대부분에 지역에 접근하기 어려운 데다 출생률이 워낙 높아 매년 홍역 예방접종을 필요로 하는 아동이 200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홍역이 유행할 때마다 긴급 예방접종 캠페인을 펼치는데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면역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한 아동은 55%에 불과했다. 홍역 확산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2차 백신 접종률이 최소 95%는 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강을 통해서만 접근 가능한 남우방기 지역내 예방접종 캠페인 장소로 물자를 싣고 가는 국경없는의사회. 모터 보트를 타고 7시간, 노를 저어야 하는 보트를 타고 14시간 동안 가야 한다. ©Pacom Bagula/MSF

일부 지역은 통나무 속을 파낸 카누를 타거나, 숲을 헤쳐 먼 길을 걸어가야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외곽 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는 단체는 국경없는의사회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현지 보건 당국도 필요한 도구나 연료 심지어는 인력이 없어서 접근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알렉시스 음페샤 (Alexis Mpesha)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팀 물류 책임자 

자녀에게 백신을 맞추길 원하는 부모들에겐 의료시설과의 거리, 이동에 드는 비용, 진료비라는 큰 제약이 있다.  2022년 홍역 유행 당시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했던 반가볼라(Bangabola) 마을 출신인 앤 에팔루 (Anne Epalu)는 의료시설이 멀고, 이동비와 진료비를 마련하기가 어려워 홍역 예방 접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치료비가 없어서 세상을 떠나간 아이들도 있습니다.”_앤 이팔루 / 반가볼라 마을 주민 

콩고민주공화국 반가볼라 종합병원의 홍역 환자 병동 ©Pacom Bagula/MSF

접종률 제고가 필수적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팀은 지난해 콩고민주공화국 14개 지역에서 200만 명 이상의 아동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했고, 37,000명 이상의 아동 홍역 환자를 치료했다. 이에 더해, 현지 보건부를 적극 지원해 예방접종 캠페인을 기획하고, 홍역 대응 역량이 부족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치료 센터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왔다. 구호팀이 상주하는 지역의 의료시설에서 정기 예방접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물류적 지원도 제공했다.

하지만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홍역 면역률을 높이고, 유행재발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보건 당국과 협력 단체가 노력을 배가하고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정기 홍역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2차 백신을 도입하는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최근 콩고민주공화국 당국에서 2차 접종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소아과 진료를 볼 때 각 의료 기관에서 체계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전체 인구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_루이스 마싱 / 국경없는의사회 콩고민주공화국 의료 책임자 

또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홍역 유행이 주기적으로 재발하면서 많은 아동이 위험에 처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2022년 말부터 계획해온 대대적인 후속 예방접종 캠페인을 신속히 전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당국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홍역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위급 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홍역에 대하여: 국경없는의사회 콩고민주공화국 대응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