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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헬 지대 영양위기: 국경없는의사회 상황 진단 - 30년간 개입 경험을 바탕으로

2012.04.30

사헬(Sahel) 지대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에 펼쳐진 벨트 모양의 초지를 말한다. 이 지역의 연간 강수량은 100~200mm로 한국 연간 강수량에 비하면 1/10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지역의 우기는 6월에서 9월까지로 짧다.

30년에 걸친 가뭄과 과도한 방목으로 한 때는 “천혜의 목장”이라 불리던 이 지역에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그에 따른 식량 불안으로 말미암아 만성적인 영양실조가 발생했다.

이 지역에서 30년이 넘게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상황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여 긴급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국경없는의사회 사헬 지역 주요 활동국 및 활동 개시 연도

차드 (Chad)

1981

니제르 (Niger)

1985

말리 (Mali)

1992

모리타니 (Mauritania)

1994

부르키나 파소 (Burkina Faso)

1995

나이지리아 (Nigeria)

1996

카메룬 (Cameroon)

2000

예측할 수 없는 식량불안

만성적인 식량 부족은 사헬 지역 전반에 퍼져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 및 전염병 대응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가장 힘든 5~6월의 보릿고개에는 영양실조가 심각해 진다. 정세 불안정으로 난민 수가 증가하면서 식량 불안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2012년 1월 말리 정부와 반정부 세력 사이에 벌어진 무장 충돌로 많은 난민들이 말리 공화국을 빠져 나왔다. 그러나 이들의 수용지역 역시 식량 불안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난민과 지역 공동체 사이에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 특히 상당수 난민들이 거치게 되는 모리타니와 부르키나 파소와 같은 나라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국경없는의사회와 다른 단체들이 긴급 대응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지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영양실조를 완화하기 위한 대규모 대책

국경없는의사회는 사헬 지역에서 여러 해 동안 영양실조 및 전염병 프로그램을 수행해 왔다. 수확량이 상대적으로 나은 해라도 수 십만의 아이들이 영양실조를 겪었고, 급성 영양실조 비율은 15%에 달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단기 조치와 중장기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2012년 2월 단기 조치 차원에서 해당 지역 6개국 정부와 UN기구, 몇몇 NGO들은 다음과 같은 대규모 대응계획을 제출하였다.

  •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 치료(건수: 약 100만 건)

  • 영양실조치료식(Ready-to-Use Therapeutic Food, RUTF)을 활용한 중증 급성 영양실조 치료(건수: 약 200만 건)

  • 6개월에서 2살 사이 영아 100만 명에 대한 유제품 활용으로 영양실조 예방

이 계획은 최근 몇 년간 국경없는의사회가 수행해 온 영양실조 프로그램의 품질, 수량, 공급시기 기준을 실질적으로 모두 충족한다. 이 계획이 시행되면 생존의 위협에 직면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 관점: “공공의료” 조치로서 치료 및 예방 프로그램의 필요성

단기적으로는 긴급 대응이 필수적이지만, 이 지역의 영양실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이를 공공보건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니제르에서는 6~23개월 된 아이들 3 명 중 1 명은 중증의 급성 영양실조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영양실조치료식을 배포하거나 보충식을 공급하는 등 응급 조치로만 대처해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치료식을 활용하여 니제르에서 심각한 영양실조 환자를 치료해 왔다. 2011년 국경없는의사회의 니제르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10만 명이 넘는 중증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치료를 받았으며, 그 중 90% 이상이 회복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6개월에서 2살 아이들에 대한 영양실조 예방 프로그램에도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2011년 5세 미만 아이들의 사망률은 2005년 대비 30% 가량 줄어들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 파소, 차드에서 아동 대상 영양실조 프로그램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프로그램에는 무엇보다 최적식품에 대한 비교연구, 저렴하고 현지 생산되는 유제품의 적용가능성 연구, 비의료인이 시행할 수 있는 영양실조 및 기타 질환에 대한 초기진단 및 치료법 연구, 아이들에 대한 블랭킷 피딩(blanket feeding: 대상군에 대한 포괄적 영양공급 프로그램*)을 대체하는 간소화된 분배법 활용 등이 포함되었다.

이 두 가지 조치(치료와 예방)는 단지 “재난 관리” 활동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는 표준적인 공공의료 서비스의 일환으로 효과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보장하는 가운데, 해당 지역의 모든 아이들에 대한 예방접종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