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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 뉴기니의 성폭력 피해자들, 침묵 속에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

2012.12.18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우니 카루나카라 박사(Dr. Unni Karunakara)

파푸아 뉴기니의 많은 여성들이 매일 강간과 가정 폭력의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문제를 겪는 많은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 및 심리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 충격적인 현실과 고질적인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파푸아 뉴기니를 방문하면서 나는 이 문제의 규모에 놀라게 되었다. 모로베 주(Morobe Province)의 라에(Lae)와 헬라 주(Hela Province)의 타리(Tari)에서 두 곳의 가족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들은 매일 이루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인 경험을 마주한다.

내가 만난 몇 명의 여성들은 주로 가족 구성원에 의해서나 혹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 내에서 그러한 폭력을 당했는데,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의 정도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 여성의 이야기는 특히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딸아이와 함께 시장을 보고 집으로 향하던 중, 여덟 명의 남자가 그녀를 길가에서 강간했는데, 그녀의 여섯 살 난 딸아이가 이 광경을 모두 보았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그저 그들이 자신의 딸에게 주의를 돌리지 않은 것이 고마울 뿐이었다고 내게 말했다. 그 일 이후, 그녀는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남성들을 그녀가 부추겼다고 오히려 그녀를 비난하고 자신과 의절한 가족들에게 시달리며 계속 여러 차례 우울증을 겪었다. 또한 그 일 이후, 남편은 구타와 폭력을 일삼았다. 결국 그녀는 국경없는의사회 가족 지원 센터를 찾게 되었다. 그녀가 의료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온 몸 여기저기가 상처였다.

이 여성이 겪은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그녀는 파푸아 뉴기니에서 그녀와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구하지 못한 것, 바로 의료 및 심리 지원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지원 센터에 정기적으로 방문함으로써 그녀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녀와 같은 상황에 처한 많은, 아니 어쩌면 대다수의 여성들이 이와 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동료들이 자신들의 경험에 기반해 매일 이와 같은 피해자들을 치료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일하고 있는 이 두 개 주 바깥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의료 및 심리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파푸아 뉴기니 국가 공중 보건 통계는 사고 및 부상이 폭력으로 인한 부상과 강간을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해 함께 뭉뚱그려져서 집계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문제의 진정한 심각성을 알 길이 없는 실정이다. 이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강간 피해 여성이나 구타 당한 아이와 같은 카테고리에 속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파푸아 뉴기니 정부에서 수십 년 전에 발표한 연구에 기반한 가장 흔히 인용되는 수치에 따르면 이 나라 여성의 70퍼센트가 폭력을 경험한다고는 하나, 그 이후로 전국적 연구에서 이 수치는 업데이트 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보건 센터와 병원의 정기적 공중 보건 보고에서도 이에 대한 자료를 따로 분리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상황이 개선 혹은 악화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길이 없다.

라에와 타리의 두 개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한 달에 약 60명의 성폭력 피해 환자를 치료한다. 현재 이 나라에서 전쟁이나 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음을 감안할 때, 이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이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및 지역의 노력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법적, 재정적 시정 조치를 획득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졌으나, 이러한 폭력 사건들로 인해 개별 환자들이 겪게 되는 의료적 응급 상황에는 거의 관심이 기울여지지 못하고 있다.

모든 가정 폭력 및 성폭력 피해 여성은 자신 및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섯 가지의 기본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 이 서비스는 우리가 라에와 타리의 의료소에서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서비스로서, 상처 및 다른 부상에 대한 응급 의료 서비스, 응급 심리 치료, 노출 사후 예방법(post-exposure prophylaxis, PEP: 병원균에 노출된 직후 그 병원균에 의한 감염 및 병의 진행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예방법)을 통한 HIV 감염 예방 및 여타 성병 치료, 응급 피임을 통한 원치 않는 임신 방지, 백신 접종을 통한 B형 간염 및 파상풍 예방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우리 가족 지원 센터를 통해 여성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안전하고 비밀이 보장되는 공간을 제공받는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폭력 사건이 일어난 후 최대한 빨리 필요한 치료를 확실히 제공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의료 서비스가 지정된 장소에서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치료는 시각을 다투는 일로서, 만약 어떤 여성이 폭력 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 안에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HIV 혹은 다른 질병에 걸리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그리고 많은 국가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HIV의 확산은 한 나라의 사회 구조 및 생산 구조, 노동력을 파괴시킬 수 있으며 또 실제로 파괴시키고 있다.

또 한가지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가정 폭력과 성폭력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이다. 가정 폭력과 성폭력을 응급 의료 상황으로 취급하게 되면 피해자가 즉각 치료를 받게 될 뿐 아니라 이러한 폭력이 파푸아 뉴기니 전역의 가족 및 지역 사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축소하는데 일조할 수도 있다.

파푸아 뉴기니에 머무르는 동안 여러 주요 관리들 가운데서 부총리와 보건부 장관을 만나 보았는데, 그들은 이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다. 우리는 이들 다섯 가지 기본 의료 서비스가 적어도 한 지역 당 하나의 지정된 곳에서 제공될 수 있도록, 그리고 이와 같은 폭력에 대한 공중 보건 자료가 분리되어 다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 더욱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정부 자체뿐만 아니라,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관심을 쏟고 있는 협력 단체들이 어느 부분에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지, 또 어느 부분에 더욱 많은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을지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지체 없이 조치해 줄 수 있는 부분으로서 정부에 대한 한가지 분명한 요청이다. 우리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일을 함께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 파푸아 뉴기니의 가정 폭력과 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가 너무나도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기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채 침묵 속에서 고통받는 것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우니 카루나카라 박사 (우측)이 파푸아 뉴기니 라에에 위치한 가족 지원 센터에서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를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