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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이곳에서는 전쟁 지역에서만큼이나 많은 아이들이 죽어갑니다’

2012.12.20

이 곳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 삼림 지역에서 5세 미만 아동들이 보통 전쟁이나 자연 재해에서만 볼 수 있는 아동 사망수의 규모로 죽어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간호사 마가렛 세풀베다(Margarete Sepùlveda)가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그녀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글•닐스 모크 (Nils Mork)

마가렛을 가장 처음 본 순간에 그녀는 이제 막 구급 가방을 든 채 덤불에서 나오고 있었다. “저 여성의 자궁이 바깥으로 나와 있었고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시 자궁을 넣었어요. 치료가 더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오늘 우리가 한 생명을 살렸을지도 모르겠네요.”라고 그녀가 말한다. 그녀가 웃는다. 복잡할 게 없다.

“아주 잘 들린다, 이상 무. 25번 차량 이동 중. BJ로 향하고 있다”라고 마가렛이 자동차 무전기에 대고 시원스레 외친다. 우리의 이동에 대해 보고하는 그녀의 불어는 시적이기 보다는 실용적이다.  “이동”, 그것이 그들이 이 말도 안 되는 자동차 여행을 일컫는 말이다.

콩고, 아이티, 코트디부아르의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프로그램들을 거친 마가렛은 아프리카에서 배운 실용적인 정신과 독일 전문가 정신의 결합 그 자체이며, 이는 중앙 아프리카의 정글을 누비는 이 “이동”에서 그녀가 그녀의 이름을 딴 ‘마가렛 팀(Equipe Margarete)’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해준다.

100회도 넘는 길 위에서의 10시간들

우리는 기관총을 든 네 명의 남자들을 지나치고, 많은 목재를 싣고 차드로 향하던 중 도랑에 빠진 트럭도 지나친다. 시장길, 음식 좌판, 그리고 놀란 몇 마리 닭들을 뒤로 한 채 우리는 계속 달리고, 그렇게 보길라(Boguila)를 벗어난다. 흙길은 울퉁불퉁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에는 포장된 도로가 몇 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마가렛은 누구보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저는 3개월 동안 이 일을 일주일에 4번씩 해왔어요. 벌써 100번은 더 했을 거예요. 길 위에서 10시간 정도를 보내고 돌아오면 피곤하지만, 저는 이 일이 좋아요.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게 좋아요. 그리고 이 일을 하면 매일 뭔가 변화가 있어요. 아, 저기 보세요, 공동 수영장이 있어요.”라고 그녀가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수영장”은 목욕탕, 빨래터, 마을의 차 마시는 공간 등이 되어주는 작은 강이다. 우리가 타고 있는 랜드 크루저로 무리 없이 강을 건너고, 우리는 그 곳에서 수영하는 이들의 함께 수영하자는 초대를 사양하고 다시 달린다.

우리는 방금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 북부에 있는 보길라 병원을 떠나왔다. 우리는 환자 진찰 및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홍역, 황열병 예방 접종을 제공하기 위해 마을들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의 너무나도 많은 아동들이 이러한 예방 접종을 받을 만한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공백을 메우는 일은 국경없는의사회, 그리고 마가렛과 같은 간호사들의 몫이다.

“좋은 진행 경과”

우리는 주위를 둘러싼 정글을 지나 보양가(Boyanga) 마을로 들어선다. 우리는 모여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옆에 차를 세운다. 마가렛은 정부 보건국에서 온 그녀의 동료들과 인사하고,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진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선 50명 남짓의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마가렛은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한 여성을 바로 알아본다. 그들은 불어로 이야기하고, 일부는 상고(Sango)라는 지역 공용어로 통역되기도 한다.

“글로리아(Gloria)와 그녀의 아기 니나(Nina)예요. 제가 한 달 전쯤에 니나를 발견했을 때, 니나는 영양실조 상태였어요. 게다가 말라리아도 앓고 있었죠. 굉장히 아픈 상태였어요.”라고 마가렛이 나에게 말한다.

“말라리아와 영양실조는 종종 함께 오죠. 그렇게 되면 사망 위험이 커집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으면 말라리아에 걸린 상태에서도 며칠을 견딜 수 있고, 그러면 우리는 그 아이를 아직 살릴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니나를 영양실조 프로그램에 참여시켰고 영양치료식인 플럼피너트(Plumpy’Nut)를 주어 하루에 세 번씩 먹게 했습니다.”라고 마가렛이 말을 이어나간다.

플럼피너트는 땅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페이스트로서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으며, 봉지 형태로 포장된 영양식이라 집에서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합병증이 없는 중증 영양실조 환자들을 병원에 데려오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 이는 많은 생명을 살리는 고열량식이다.

“오늘로 2주가 지났고, 니나의 상태가 굉장히 호전되고 있는 게 보입니다. 한 달 만에 몸무게도 6.7킬로그램에서 7.2킬로그램으로 늘었어요. 고비는 넘겼고 말라리아도 다 나았습니다. 2주 더 영양실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니나는 정상이 될 겁니다. 이렇게 좋은 진행 경과는 상당히 기쁜 일입니다.”라고 우리가 이동을 준비하는 동안 마가렛이 말한다.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마가렛 세풀베다가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 북부에 위치한 보건소에서 어린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재앙

얼마 후 우리는 보아야(Boaya)에서 차를 세우고 예방 접종을 위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15분 만에, 마을 센터가 한 곳의 검진 구역과 세 곳의 예방 접종 구역으로 바뀌고 대기자 관리 및 쓰레기 수거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의료소가 문을 열면, 내부는 다소 영화관에 와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시끄럽고, 붐비며, 심지어 재미나기까지 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마가렛이 무전기 호출을 받는다. 예방 주사 바늘을 두려워 하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 사이를 무전기 소리가 가까스로 뚫는다.

“재앙과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보건 구역으로 보내졌어요, 이미 무의식 상태랍니다. 대뇌 말라리아(cerebral malaria)일 수도 있어요.”라고 그녀가 내게 말한다. 

마가렛이 뛰어가고 내가 그 뒤를 따른다.

아이의 아버지가 딸을 모터 달린 자전거 뒤에 태우고 여기까지 데려왔다. 세 시간의 이동시간 동안 이 세 살배기 아이 기셀라 유시엔(Gisela Youzienne)은 의식을 잃었다. 아이는 경련을 일으킨다.

“말라리아와 영양실조를 함께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련… 파상풍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이를 진찰하며 마가렛이 이렇게 말한다. 그러더니 일에 집중하기 위해 말을 멈춘다. 나는 그녀를 더 이상 방해하지 않는다.

잊혀진 심장

얼마 후에 보건 구역에서 나온 마가렛은 말했다. “아이가 안정을 찾았지만 그래도 병원으로 데려가야 합니다. 아이가 이겨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만약에 이틀 전에만 왔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마가렛은 걱정이 많아 보인다. “아이들이 줄곧 죽어가고 있어요. 이 곳에서는 전쟁이나 다른 위기 상황에서만큼이나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이해가 안 되요, 정말이지 이해가 안됩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아프리카의 심장이지만 그 심장이 잊혀진 것 같아요.”

우리는 계속해서 이동한다. 예방 접종은 잘 진행되었다.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섯 살 이후에도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또 우리는 기셀라를 응급병동에 입원시키기 위해 데려왔고, 그 곳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차를 타고 달린다. 나는 마가렛이 어떻게 이런 일을 매일 하면서도 기운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보길라 병원 밖에 차를 세우면서, 그녀는 내가 묻지도 않았건만 내 질문을 알아 채고 이렇게 대답해 준다.

“제 일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일한다는 것, 즉 진정한 간호사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복잡할 게 없다.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의 아동 사망률은 전쟁 혹은 자연재해와 비교했을 때보다 심각하다. 특히나 말라리아는 가장 치사율이 높은 질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