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콩고민주공화국 : 올리비에, 수면병에 대한 경고 신호를 받다

2013.05.15

국경없는의사회의 수면병 이동 진료팀이 빌리(Bili)에 왔을 때 깊은 열대 우림에서 일하던 중 체체 파리에 물린 올리비에(Olivier)는 수면병에 대한 경고 신호를 받았다. 

복잡한 수면병 진단 방법

올리비에는 팔로 머리를 보호하듯 끌어안고 나무 의자에 앉아있다. 간호사 한 명은 앞에서, 다른 한 명은 옆에서 그를 붙잡고 있다. 그의 등 아래쪽 척추 바로 위로 주사기가 꽂힌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수면병 이동 진료팀의 카타리나 토츠(Katharina Totz) 박사는 “3번과 5번 요추 사이에 주사기를 위치시켜야 합니다. 피부를 완전히 소독해야 하고 살균된 기구를 가지고 시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요추 천자 검사는 그렇게 복잡한 일은 아닙니다” 라고 뇌척수액 한 방울이 나올 때까지 주사기를 밀어 넣으며 말한다. 

수면병(아프리카 트리파노소마증, Human African Trypanosomiasis) 환자에게 요추 천자는 기생충이 어디까지 진행했는지를 진단하는데 필수적인 검사이다. 이를 통해 기생충이 단지 혈액에만 존재하는지, 아니면 중추 신경계까지 진행되었는지를 진단할 수 있다. 신경계까지 병의 공격을 받은 사람이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면 장애를 겪고, 방향 감각을 상실하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올리비에는 “주삿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올 때, 약간의 통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했다. 올리비에가 검사를 받은 날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콩고민주공화국 북쪽 끝 빌리(Bili)시 병원에서 수면병 프로젝트를 시작한 첫날이며, 세 아이의 아버지인 올리비에는 스스로 검사를 받아보기 위해 이 곳으로 왔다. 그는 “종종 두통이 있고, 졸음이 왔어요. 시장터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활동에 대해서 알렸을 때 저는 가능한 빨리 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전했다.

올리비에는 빌리 시에서 살지만 많은 시간을 주변 숲에서 보냈다. 이 숲에는 이 기생충을 전염시키는 파리가 발견된다. 그는 “저는 몇 달간 침팬지를 촬영하던 환경운동가들의 요리사로 일하면서 정글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저는 종종 숲으로 사냥이나 낚시를 하러 가기도 합니다. 체체 파리에는 상당히 여러 번 물린 적이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올리비에에 대한 수면병 검사는 빌리 병원에서 진행되었다. 토츠 박사는 안타깝게도 수면병 진단이 매우 복잡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올리비에의 손끝에서 혈액 한 방울을 채취하며 검사를 시작했다. 그의 혈액이 항시 냉장 보관되어야 하는 시약과 섞이고, 회전기에서 몇 분 머물고 나자, 수면병 기생충의 존재를 나타내는 명확한 항체의 징후가 보였다.

토츠 박사는 “현미경으로는 그의 혈청에서 기생충을 찾을 수 없었지만 희석된 혈액에서도 높은 수치의 항체를 확인했습니다. 수면병이 만연한 빌리와 같은 지역에서 저희는 기생충 발견에 있어 절대적인 확실성이 없다 하더라도, 올리비에와 같은 환자들을 치료합니다” 라고 말했다.

토츠 박사는 계속해서 올리비에의 림프절을 검사하고, 추후 검사를 위해 혈액 샘플을 채취하며, 뇌척수액 샘플을 얻기 위해 요추 천자를 시행했다. 만약 그 결과를 통해 질병이 아직 초기 단계임이 확인되면, 올리비에는 한 주 동안 매일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감염이 신경계까지 진행되었다면 그는 열흘 동안 병원에 입원하여 약과 주사의 혼합제인 니퍼르티목스-에플로리니틴 병용요법(nifurtimox-eflornithine combination therapy, NECT)을 받게 된다.

빌리 시에서 첫 환자가 된 올리비에(32세)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

결합 치료법을 통해 올리비에는 치료되겠지만, 이는 수면병을 퇴치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토츠 박사가 말한다. 그녀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수면병의 두 단계 모두에 대해 쉽게 투여될 수 있는 하나의 약이라는 사실을 올리비에의 경우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약이 있다면, 요추 천자는 불필요해질 것이며, 병원에 입원할 필요도 없어질 것 입니다. 그저 2주간 약만 복용하면 되는 거죠” 라고 말했다.

또한 간단하고 신뢰성 있는 검사가 존재한다면, 수면병 환자를 발견하는 일이 간편해지고 질병 퇴치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게 될 것이다. 토츠 박사는 “오지의 보건시설에 있는 간호사조차 수면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면, 이 질병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는 제약회사들에게 있어 우선적인 사항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희망은 남아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공동 설립한 네트워크인 ‘알려지지 않은 질병을 위한 이니셔티브(Drugs for Neglected Diseases initiative, DNDi)’에서는 빌리 지역에서 개선된 약을 통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올리비에에게는 너무 늦은 연구가 될 것이다. 그는 채취한 골수에 혈액 한 방울이 섞여버리는 바람에 확정 진단이 어려워 다음 주, 두 번째 요추 천자를 받으러 다시 병원에 와야 한다.

올리비에는 척추에 다시 주삿바늘을 꽂아야 할 것을 알고 있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빌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없다면 제가 뭘 했겠습니까? 누가 저를 치료해 주었겠습니까? 국경없는의사회가 빌리에 왔다는 것은 제 개인에게도, 전체 지역사회에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