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아이티: “긴급 지원 요청-도울 수 있는 사람 모두 응답하라!” - 1

2013.09.09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아메드 파델(Ahmed Fadel)이 아이티 레오간(Léogâne)의 샤툴리(Chatuley)병원 응급상황 대처 과정에서 본 신속한 대응, 팀워크, 극한의 경험을 전한다.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아메드 파델 ©MSF

밤 10시가 넘은 시간, 아이티 레오간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샤툴리 병원.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습니다. 아이는 심각한 두부 외상으로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아이는 곧 우리 곁을 떠날 것 같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소아과의사와 두 명의 간호사의 얼굴에 절망이 가득합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아이가 떠나는 길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주고자 부드럽게 아이를 쓰다듬어 줍니다. 그렇게, 아이는 하늘나라로 떠납니다.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습니다. 이제 아이의 운명은 우리 손을 떠났습니다. 수석 간호사가 눈물이 가득한 채 아이를 안고 어머니에게 데려갑니다. 아이의 어머니도 치료를 받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너무도 큰 충격에 어머니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윽고 아이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직원들은 침묵 속에 그녀의 곁을 지킵니다. 바로 그 순간,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우리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뿐, 주위의 모든 것이 멈춥니다.

그날 낮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아름답고 화창한 화요일 아침의 레오간입니다. 저는 오늘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낸 목표와 목적에 대해 여러 팀들과의 장시간 회의가 예정되어 있고 다음달에 해야 할 일들을 준비하고 내년도 핵심 전략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름길을 통해 숙소로 돌아갑니다. 한 가족이 살고 있는 임시 주거지를 지나가는데 어떤 남자가 우리에게 멈추라고 손짓합니다. 뭔가 의료 지원이 필요해 부르는가 싶어 의사가 곁에 있는 게 다행이다, 안심합니다. 사실 그는 우리에게 감사표시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너무나 감사하다면서 작은 선물을 내밉니다. 과일입니다. 우리는 작지만 감동적인 인사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팀원들과 과일을 나눠먹습니다. 즐거운 저녁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적어도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녁 7시 45분, 멀리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볼 시간도 없이 경비가 뛰어들어와 병원에 무전 메시지가 들어왔다고 알려줍니다. 교통사고로 다수의 경미한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우리 병원에서 추가 지원 없이 대응이 가능한 일일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8시, 두 명의 외과의사와 간호사 한 명, 그리고 마취의사 한 명이 호출을 받습니다. 수술실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8시 25분, 부상자 수가 처음 예상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샤툴리 병원

제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3분입니다. 아이티 보건 당국과 적십자 소속의 트럭, 앰뷸런스가 응급실 앞에 줄지어 서 있습니다. 모두 부상자들로 가득합니다. 들것을 운반하는 사람들이 정신 없이 움직입니다. 막 도착한 부상자가 30명이 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앰뷸런스도 많다고 합니다.

지원을 요청한다!

저는 차량들을 신속하게 이동시켜 다른 차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응급실로 향합니다. 온 사방에 의사를 기다리는 부상자들입니다. 조금 있으면 다른 부상자들이 도착할 텐데 이들을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외과의사가 말합니다. 숙소로 전화하기 위해 핸드폰을 집어 들었는데 도와줄 일이 없는지 묻는 팀원들의 메시지가 이미 수십 개나 들어와 있습니다. 팀원들에게 메시지를 남깁니다. “응급상황/중상자 다수/지원 필요/모두 도울 것!” 답장이 옵니다. “메시지 확인, 팀 전원 이동하겠음.”

* 2화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