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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주바, 피난민 캠프 내의 열악한 환경 -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크리스틴 비만샤의 증언

2013.12.30

인도 뭄바이보다 10배의 인구 밀도라고 하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되세요? 그런 환경에서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아기가 심한 탈수 증세로 혼수 상태에 빠집니다. 설사가 심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괴로워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고 위생 상태가 열악한 남수단 주바의 피난민 캠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의사들은 집단적으로 질병이 돌아 큰 문제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바에서 활동 중인 의사 크리스틴 비만샤(Christine Bimansha)는 숙련된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구호 활동가입니다. 35,000명이 밀집한 UN 남수단임무단(UNMISS) 기지 두 곳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크리스틴이 세계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소로 보낸 현지 상황을 들어보세요.

2013.12.29 남수단, 주바 – 저는 현재 국경없는의사회가 UN 남수단임무단 기지 내에 마련한 이동 진료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15,000명 정도가 집결해 있고, 또 다른 유엔 기지에는 20,000명 정도가 피난하고 있습니다. 기지 내 인구밀도는 매우 높습니다. 저희 현장 코디네이터의 추산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 인구 밀도의 10배 정도라고 합니다.

주바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차분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녁 6시가 지나면 외출 금지였지만, 지금은 그 이후에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 직원들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특히 누에르 족인 직원들은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UN 기지 내에서도 남성들은 외출을 꺼리고 있어 여성들만 기지 밖으로 나갔다 옵니다. 하지만 이것도 해가 지기 전에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 기지 안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진료소를 세웠습니다. 진료소에는 환자 분류소, 진찰실, 치료실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의사 4명 진찰을 하고, 치료가 필요할 경우 4개의 병상을 갖춘 치료실에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합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매일 약 210~220명을 진찰하고 있어요. 오늘은 235명을 진찰했죠. 현재는 설사와 탈수증 환자가 많습니다. 오늘만 해도 환자들 중 절반이 설사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건 위생 상태가 열악하기 때문인데, 거의 모든 캠프에서 발생하곤 하는 큰 문제입니다.

깨끗한 물 부족과 열악한 위생 환경은 피난민들에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물을 구하기가 어렵고 화장실도 부족합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식량이라고는 집에서 가져올 수 있었던 소량뿐입니다. 식량 배급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피난민 모두를 먹이기에는 매우 부족합니다. 돈이 있는 피난민은 먹을 것을 살 수 있지만, 아무것도 없이 피난한 사람들은 굶주리게 됩니다.

피난민에게 물을 제공하기로 했던 구호 단체들은 상황 파악과 회의를 계속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곳에 피난한 지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2주가 되었는데, 겨우 며칠 전부터 화장실을 짓기 시작했죠. 물을 받을 수 있는 수도가 몇 군데 있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고 양도 매우 부족합니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부족합니다. UN 남수단임무단 기지 내 물 공급과 위생 환경 상태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물이 부족하고 콜레라 같은 질병이 창궐하면, 집단 발병으로 이어져서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홍역 또한 우려되는 질병으로, 이곳처럼 사람들이 과도하게 밀집한 환경에서는 퇴치하기 어렵습니다.

남수단 주바의 이동 진료소에서 진찰 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크리스틴 비만샤

이곳에서 본 환자들 중에 기억에 남는 환자가 몇 명 있습니다. 심각한 설사병으로 진료소를 찾은 한 성인 남성이 있었습니다. 28살쯤으로 보이는 이 키 큰 청년은 심한 탈수 증세를 보이고 있었고 설사도 심해서 통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어서기만 해도 설사를 해서 너무 수치스러워 했습니다.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며 점점 나아졌고 완치 후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8-9개월 된 여자아이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는 탈수 증세로 거의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맥주사를 찾을 수 없어서 아이 어머니에게 구강 탈수보충염을 아이 입에 넣어주도록 안내했습니다. 약 30분 후 아이는 다시 눈을 떴고,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살아난 것에 기뻐하며 진료소를 떠났습니다.

저는 2011년 피보르 지역에서도 활동했습니다. 당시에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가 약탈을 당해 팀이 철수를 했죠. 그 후에는 국경없는의사회의 긴급 구호 활동에 참여해 불안정하거나 평화롭지 못한 많은 지역에서 활동했습니다. 현재 남수단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정치적 무력 분쟁 위에 더해서, 지역 사회 간의 긴장이 존재합니다. 많은 구호단체가 활동가들을 철수시키고 지역 내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가 수를 감축했지만 꼭 필요한 활동가와 숙련된 활동가를 배치해 긴급 구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난민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도움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