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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사람들에게 물이 없고 질병마저 창궐한다면 엄청난 문제가 될 것입니다”

2013.12.30

현재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콩고 출신 의사 크리스틴 비만샤(Christine Bimansha)는 숙련된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활동가이다. 크리스틴은 남수단의 수도인 주바에 위치한 유엔 남수단임무단(UNMISS) 기지 두 곳에서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유엔 남수단임무단 기지에는 35,000명이 폭력사태를 피해 피난하고 있다.


▲ 아기를 치료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저는 현재 유엔 남수단임무단 기지 내 운영중인 이동진료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는 15,000명 정도가 집결해 있고, 또 다른 유엔 기지에는 20,000명 정도가 피난하고 있습니다. 본 기지 내 인구밀도는 매우 높습니다. 저희 현장 코디네이터의 추산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의 10배정도가 됩니다.

주바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차분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6시 이후에는 외출이 금지되었지만, 지금은 그 후에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 스태프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특히 누에르족 스태프들은 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유엔 기지 내에서도 남성들은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리고 있어 여성들만 기지 밖으로 나갔다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해가 지기 전에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 기지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진료소를 세웠습니다. 진료소에는 환자 분류소, 진찰실, 치료실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네 명의 의사가 진찰을 하고, 치료가 필요할 경우 4개 병상을 갖춘 치료실에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매일 약 210~220명을 진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235명을 진찰했죠. 현재는 설사와 탈수증 환자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오늘만 하더라도 절반가량이 설사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는 위생 환경에서 야기 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캠프에서 발생되는 큰 문제입니다.

깨끗한 물과 위생 상태 부족은 실향민이 마주한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물에 대한 접근성도 없고 화장실 또한 부족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식량도 집에서 가지고 올 수 있었던 소량뿐입니다. 이 곳에서 식량배급이 시작되긴 했지만, 피난민 모두를 충족시키기엔 매우 부족합니다. 돈을 가지고 있는 피난민은 먹을 것을 살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피난한 사람들은 굶주리게 됩니다.
 
피난민에게 물을 제공하기로 했던 구호단체들은 상황파악과 회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들이 이곳에 피난한지가 벌써 2주가 되었습니다. 2주가 되었는데, 며칠 전부터 화장실을 짓기 시작했죠. 물을 받을 수 있는 수도가 몇 군데 있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었고, 그 양도 매우 부족합니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부족합니다. 유엔 남수단임무단 기지 내 물 공급과 위생 환경 상태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물이 부족하고 콜레라와 같은 질병이 창궐하면, 집단발병으로 이어지고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홍역 또한 위협이 되는 질병으로, 사람들이 과밀 된 환경에서는 퇴치하기 어렵습니다.

남성을 진료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이곳에서 활동하며 인상 깊었던 몇몇 환자가 있습니다. 심각한 설사병으로 진료소를 찾은 한 성인 남성이었습니다. 28살쯤으로 보이는 이 키 큰 청년은 심한 탈수증세를 보이고 있었고 설사도 심해 통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어서기만 해도 설사를 해 너무 수치스러워 했습니다. 그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며 점점 나아졌고 완치 후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8-9개월 된 여자아이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는 탈수증세로 거의 혼수상태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맥주사를 찾을 수 없어 아이 어머니에게 구강 탈수보충염을 아이 입에 넣어주도록 안내했습니다. 약 30분 후 아이는 다시 눈을 떴고,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살아난 것에 기뻐하며 진료소를 떠났습니다.
 
저는 2011년 피보르 지역에서도 활동한 적 있습니다. 당시에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가 약탈을 당해 활동에서 철수했었죠. 그 후에는 국경없는의사회의 긴급구호 활동에 참여해 불안정하거나 평화롭지 못한 많은 지역에서 활동했습니다. 현재 남수단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정치적 무력분쟁 위에 지역사회간의 긴장이 존재합니다. 많은 구호단체들은 활동가들을 철수시키고 지역 내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가 수를 감축했지만 꼭 필요한 활동가와 숙련된 활동가를 배치해 긴급구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난민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도움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