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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에볼라 억제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격리 조치

2014.10.28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대응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활동가가 증상이 없는데도 강제 격리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맞지 않고 에볼라 억제 노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볼라 영향 국가에서 돌아온 증상이 전혀 없는 활동가들을 강제로 격리하는 것보다 면밀히 건강 상태를 관찰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국경없는의사회 미국 사무총장 소피 들로네는,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귀국한 활동가의 건강 문제를 적절히 다룰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에볼라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나라에서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공포를 조성하는 것은 에볼라 대응 활동에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학적이고 의료적인 기준에 근거하지 않고 건강한 활동가들을 격리하는 이러한 조치는 다른 활동가들이 서아프리카 에볼라 대응 활동에 참여할 의욕을 크게 떨어뜨릴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국제 활동가들은 에볼라 영향 국가에서 4-6주 동안 힘겨운 활동에 온 몸과 마음을 바친다.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21일 동안 격리된다는 위험 때문에, 벌써 어떤 활동가들은 현장 활동 기간을 축소하기까지 했으며, 아예 서아프리카로 가려는 의지가 꺾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결국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의 현장 활동에 심각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며, 무엇보다도 절박하게 필요한 의료진이 부족하게 될 것이다. 실상 지금이 가장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기가 어려운 시기인데도 말이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에볼라 대응 활동은 현장에서 필요한 숙련된 소수의 의료 활동가들에 의존하고 있다. 귀국 직원에 대한 지나친 조치 때문에 활동가들을 찾아내기가 더 어려워진다면 무서운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올해 3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볼라 대응 활동의 일환으로 서아프리카에 국제 활동가를 700명 넘게 파견해 왔다.

귀국 활동가들에 대해 미국이 규제를 강화하면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조치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정치적 의제가 아닌 과학적 근거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서아프리카 밖으로 에볼라가 확산될 위험을 줄이려면 서아프리카 내에서 대응 활동을 펼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 활동을 저해하거나, 숙련된 의료진이 현장에 가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은 근시안적인 정책입니다. 이번 에볼라 유행을 막으려면 우리 자신의 경계 너머로 시선을 둘 수 있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 박사

 지난 8월, 시에라리온 카일라훈의 에볼라 치료센터를 방문한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
의학적으로 볼 때, 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없다. 에볼라는 독감 바이러스처럼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혈액, 구토물, 배설물 등 감염된 사람의 체액에 직접 접촉했을 때만 전염되기 때문이다.

귀국 직원에 대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국제 보건 단체들의 지침을 준수하며, 지금까지 철저하게 이 조치를 실시해 왔다.

귀국 직원이 부딪치는 문제는 지나친 격리 조치만이 아니다. 에볼라 영향 국가에서 돌아온 활동가들에게 보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도 심각한 문제다. 의과 분야에 관계없이 시민들이 모든 의료진을 믿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핵, HIV/AIDS와 같은 감염 질환 전문의들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나 엄격한 이동 규제와 같은 일들을 겪지 않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4년 3월부터 서아프리카 에볼라 대응 활동을 시작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3개국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 270명의 국제 활동가와 3천 명 이상의 현지인 직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에볼라 치료센터는 위 3개국에 각각 2곳씩 있으며, 총 600개의 병상에서 격리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에볼라 발병 이래로 국경없는의사회 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4900명이 넘는데, 이 가운데 3200명 정도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였다. 바이러스를 이기고 회복한 사람은 1140명 정도이다. 지난 3월 이래로 에볼라 영향 국가들에 조달된 물자는 877톤이 넘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전 세계 약 70개국에서 9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치료했다. 18만 명이 넘는 여성들의 안전한 출산을 도왔고, 7만 7000건이 넘는 외과 수술을 실시했다. 말라리아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거의 2백만 명에 이른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활동가들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 자신의 기술을 들여 현장 활동에 임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활동가들의 헌신을 염두에 두고 모든 지침들을 마련한다. 생명을 살리는 의료 활동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보다도 건강한 현장 활동가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