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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쿤두즈 1년 후 - 한계를 모르는 전쟁, 의사 없는 전쟁터

2016.10.04

2015년 10월 3일, 공습 이후 불에 탄채 남아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아프가니스탄 쿤두즈 외상병원의 내부 모습 

2016년 10월 3일, 국경없는의사회는 단체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순간에 꼽히는 사건을 다시금 기억한다. 2015년 10월 3일, 미군의 공습으로 42명이 숨졌고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외상 병원이 파괴되었다. 숨진 동료들과 환자들을 애도하는 우리에게는 ‘과연 지금도 교전선에서 안전하게 의료 지원을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남았다. 지난 1년 사이에 시리아·예멘 등지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 혹은 지원하는 의료 시설에 77번의 공격이 더 일어났다. 병원들은 계속해서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환자들과 의사·간호사들이 희생되고 있다.

 

쿤두즈 외상 센터가 파괴되고 시리아·예멘 의료 시설들에 맹공격이 일어나자, 유엔 안보리에서는 2016년 5월에 결의안 2286호를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을 맹렬히 비난하고, 무력 분쟁에 연루된 모든 당사자들이 국제인도법 아래 자신들의 의무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시리아 의료 시설 두 곳이 타격을 입었다. 우리는 다시 유엔 안보리 회의장에 돌아와 회원국들의 위선을 날카롭게 비난했다. 특히 시리아·예멘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연루된 나라들을 날카롭게 비난했다. 회원국들은 의료 시설들을 보호하겠다는 결의에 서명하는 한편, 다른 한 편으로는 분쟁 지역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을 겨냥해 지금도 계속되는 학살에 직접 연루되거나 공범을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공격들은 점차 확대되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 아래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명목은 오늘날 시리아 내 모든 군사 동맹국이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공격들은 비극적인 ‘실수’라고 무마되거나 전면 부인되거나, 혹은 정치적인 흥정거리가 되어 각국은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내는 동시에 자신들의 폭격은 가장 빈틈없고 자신들의 공습은 가장 ‘인도주의적’이라고 주장한다.

 

병원들을 겨냥한 공격에 대해 지난 1년여 사이에 국제적인 독립 기관이 실시한 공정한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자신들의 군사 행위를 외부 기관이 조사하도록 하겠다는 각국의 정치적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쿤두즈 사건의 경우, 미국이 자체 군 조사를 실시해 지난 4월에 대대적으로 편집된 보고서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지금까지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을 폭격한 사건과 관련된 그 어떤 군의 보고서보다 많은 분량의 보고서였다.

 

미국이 실시한 이 조사를 통해, 우리 병원이 공격 당한 그날 밤 쿤두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조사로부터 우리가 알게 된 사실 중에는 우리를 더 우려시키는 내용들도 있었다.

 

당시 쿤두즈 지상군들은 ‘모든 민간인들은 탈출했고 시내에는 탈레반만 남았다’고 잘못 추측했다. 그들은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하려 하지 않았고, 민간인 사상자 발생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쿤두즈 시 전체가 적대적인 공간으로 여겨졌다. ‘자기 방어’의 규칙을 발동시키는 가운데, 쿤두즈에 있던 미군은 ‘선 발포, 후 질문’의 군사 작전 속에 선제 발포를 시작했다. 지휘 계통에서 공격 전 몇 시간 사이에 ‘타격 금지’ 목록을 참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고서에서는 우리 병원이 공격 대상으로 오인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적대적인 위협도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AC-130은 우리 병원을 겨냥해 211발의 포탄을 발포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런 일들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보장을 받고자 미국·아프간 정부 최고위 담당자들과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병원이 그 어떤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든) 병원 보호에 대한 책임은 전쟁터에서 의료 지원을 철수하는 우리들에게 있지 않다. 전시 법규에서는 군이 합법적인 공격 대상과 보호를 받는 민간 지역을 분명히 구분해야 함을 그 핵심에 명시하고 있다. 만약 민간인과 전투원 사이에 구분이 없다면 모두가 잠재적인 표적이 된다.

 

40여 년간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의료 시설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전쟁 당사자들에게 의료 시설을 존중해 달라고 설득하는 우리의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아프간 당국 일부는 우리의 외상 센터가 ‘탈레반으로 가득했다’는 거짓 주장을 들먹이며 공격을 정당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의료 윤리를 따르는 가운데, 전쟁에 관여한 모든 편에 속한 부상자들을 포함해 치료가 필요한 사람 모두를 치료한다고 해서 우리 병원을 가리켜 ‘적군의 기지’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부상을 입은 적군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활동하는 모든 곳에서 발포의 권한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가장 강력한 세력과 그들의 동맹에게, 그들이 말로 약속한 바를 현실로 이행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전시 법규를 침해하려는 모든 이들을 비난할 것이다.

 

한계를 모르는 전쟁 속에 전쟁터에서는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크리스토퍼 스톡스(Christopher Stok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