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리에서 또 다시 일어난 폭력사태로 시내 병원에도 피해가 나타났다. 현지 의료 시설 한 곳은 5월 15일~6월 6일에 무장 단체가 두 번이나 침입했다.
“언젠가 여기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는 날이 오겠죠. 우리 모두 견디지 못해 죽었을 테니까요.” C – 자녀 8명을 둔 어머니
키지그라 동네의 한 폐건물 현관에 C와 그녀의 자녀 11명이 앉아 있다. C가 이곳에 온 것은 두 달 전이었다. 당시 밤바리에서 또 다시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이 때문에 C는 4년간 머물렀던 실향민 캠프에서 도망쳐 와카 강 반대편으로 피신했다.
“지난 5월, 무장한 남자들이 캠프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더니 자전거와 오리들까지 전부 훔쳐갔어요. 그때부터 우리는 여기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써 왔어요. 식구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나무를 구해다 팔았어요.”
2018년 5월 밤바리 시에서 폭력사태가 재발한 후로 C와 비슷한 일들을 겪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미 밤바리 안팎의 실향민 캠프에 있던 사람이 4만 명이었는데, 5월~6월 사이에 전투를 피해 집을 떠난 사람이 3000명이나 됐다.
일상이 되어버린 강력 범죄
2017년 2월 실시된 유엔평화유지군(MINUSCA)의 무장해제 작전 이후 밤바리는 비교적 차분한 시기를 보냈으나 이마저도 2018년 7월 14일에 산산이 파괴되었고, 무장 단체들은 재빨리 밤바리 시를 장악했다.
현재 밤바리 곳곳은 2개의 무장 단체가 통제하고 있으며 와카 강은 양편을 가르는 자연스러운 경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양편 모두에서 무장 남성들은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사람들의 소지품을 노리고 있다.
강력 범죄는 밤바리 주민들이 당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C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종교나 부족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사람들은 뭘 갖고 있다는 이유로 폭행과 공격을 당하니까요. 사실 저는 이제 별 문제가 없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돈도, 자전거도, 오토바이도, 휴대폰 같은 것도 없어요.”
“병원은 늘 안전한 곳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병원에서조차 전투를 피할 수 없어요.”_밤바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
두 지역 사이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의 스태프들은 만연한 폭력사태가 초래하는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 5월 이후 이곳에서는 총 • 칼 등 무기로 인한 부상 환자 70여 명을 치료했다.
A 역시 그런 환자였다. 무슬림인 A는 형과 함께 십자 포화 속에 사로잡혔고 형은 그 자리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A는 다리에 총알을 맞고 밤바리에서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그동안 병원에 무장 남성들이 들어오는 것을 두 번이나 목격했다.
“처음 그런 일이 있던 건 5월 15일이었어요. 무장한 남자들이 병원에 쳐들어 오는 바람에 우리는 얼른 침상 밑으로 숨었어요. 고맙게도 기독교인 환자들이 우릴 도와주었고, 다행히 병원 직원들이 그들을 설득해 우리가 있는 데로는 못 들어오게 했죠. 3주 뒤 또 다른 무장 단체가 병원에 들이닥쳤어요. 이번에는 그들이 온 걸 듣자마자 우리 모두 도망쳤죠. 무슨 일이 생기려나 너무 무서웠어요. 저는 다리 부상 때문에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담요에 싸서 옮겨줬어요.”
두 차례 무장 남성들이 휩쓸고 간 병원 안에서는 포탄 껍질 21개가 발견됐다.
A가 다시 병원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건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뒤였다. 부상 부위가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은 늘 안전한 곳이어야 하는데, 그런 일을 겪다 보니, 여기서는 병원에서조차 전투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전투의 피해는 부상자들에게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재발한 폭력사태 속에 일반적인 의료 지원에도 여파가 나타났다. 엘레베지 동네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보건소는 치안 불안 때문에 1주일 넘게 문을 닫아야 했고,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1차 의료를 전혀 받지 못하게 되었다. 무장 남성들은 보건소가 문을 닫은 동안 이곳을 약탈할 기회로 삼았다. 심지어 아동 • 임산부에게 제공할 백신을 보관하던 냉장고를 훔쳐갔다.
밤바리 엘레베지 보건소에서는 매주 1회 중증 영양실조 아동 검사를 실시한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보건소와 협력해 아동 환자들에게 추후 진료를 실시하고, 필요한 치료와 영양 보충제를 제공한다.
“환자 한 분을 잃은 적이 있어요. 치조 농양 을 앓던 분인데 손 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위독한 상태로 오셨거든요.” _밤바리 병원 간호사
밤바리 병원의 의료 활동 역시 급격히 줄었다. 병원에 입원하는 아동 수가 4월 230여 명에서 6월 들어 70명으로 떨어진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케이트는 이렇게 설명했다.
“2주간 영양지원실이 텅 빈 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서 병원에 못 온 거죠.”
동료 간호사 나르시세 역시 외과 병동의 비슷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상황이 좀 차분해진 7월부터 다시 전처럼 활동했지만 많은 환자들이 매우 위독한 상태가 돼서야 병원에 찾아왔어요. 치안이 불안해서 좀더 빨리 올 수가 없었던 거예요. 환자 한 분을 잃은 적이 있어요. 치조 농양을 앓던 분인데 손 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위독한 상태로 오셨거든요. 어떤 환자 분은 다리 조직이 완전히 괴사된 상태로 왔어요. 총에 맞았는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그렇게 된 거죠.”
또 다시 이런 일이 …
격렬했던 전투는 지난 몇 주 사이에 이따금 총격이 일어나는 수준까지 줄었고, 시내 교통 상황도 평상시로 돌아간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무차별 공격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 떨고 있다. 2013-2014년에도 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밤바리 주민들은 최근 돌발적인 폭력사태 속에 씁쓸한 기시감을 느꼈다.
“우리는 무장 단체들의 위협 때문에 이미 2014년에 집을 떠나야만 했어요. 그런데 이제 실향민 캠프마저 떠나게 된 거예요. 애들도 있고 해서 어떻게든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요. 계속 살던 곳을 떠나다 보니 정말 힘이 다 빠지네요.”
이렇게 말한 C의 얼굴에는 수년간 폭력을 피해 다니느라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첫 글자만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