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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난민선 전복 … 익사 혹은 자의적 구금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2018.09.12

구금센터에 있는 여성들과 아동들 ⓒSara Creta/MSF

최근 리비아 연안에서 전복 사고가 일어나 100여 명이 숨졌다고, 국경없는의사회가 밝혔다. 사고 직후 생존자 등 총 276명은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붙잡혀 9월 2일 콤스(트리폴리 동쪽 120km 지점)로 송환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상륙 직후부터 응급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생존자 증언 

국경없는의사회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고무보트 2척이 리비아 연안을 떠난 것은 9월 1일 이른 아침이었다. 두 보트에는 각각 160여 명이 타고 있었고, 사람들은 수단, 말리, 나이지리아, 카메룬, 가나, 리비아, 알제리, 이집트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이었다.

“첫 번째 보트는 엔진 고장으로 먼저 멈췄고 우리 보트는 항해를 계속했는데, 오후 1시쯤 공기가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보트에는 성인 165명, 아동 20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때 핸드폰으로 확인해 보니 우리가 있던 곳은 아직 몰타 연안에서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연락을 취해 우리의 좌표를 보내면서, 사람들이 물에 빠지기 시작했으니 빨리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곧 사람을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곧 보트가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수영도 할 줄 몰랐고, 구명조끼가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습니다. 간신히 보트에 매달려 있던 사람들은 목숨을 건졌습니다. 나중에 (유럽인) 구조대원들이 헬기를 타고 와 구명 뗏목을 던져 줬지만 이미 사람들은 전부 물 속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보트는 이미 가라앉아 전복되고 말았습니다. 몇 시간 뒤, 헬기를 탄 또 다른 구조대원들이 와서 구명 뗏목을 더 보내줬습니다.

우리 보트에서는 55명 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온 가족이 죽은 경우도 있고, 아이들도 많이 죽었습니다. 구조대가 좀더 빨리 왔더라면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많이 죽었는데, 그중 생후 17개월 된 쌍둥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다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도 현장에 도착해 우선 생존자들을 구출하고, 두 번째 보트를 복구했습니다. 그리고 우린 전부 이리로 오게 됐습니다.”

수습된 시신은 단 2구뿐이었다.

 

엄마와 10살 형과 함께 구금센터에 있는 어린 아동. 이 아동은 구금센터에서 태어나 이제 생후 9개월이 되었다. ⓒSara Creta/MSF

국경없는의사회의 긴급 대응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엔진 연료 유출로 화학적 화상을 입은 생존자들을 치료했다.

“우리 의료팀은 몇 시간을 꼬박 활동하면서 가장 위독한 생존자들을 도왔습니다. 총 18명의 중환자를 치료했는데, 그중 9명은 광범위한 화학적 화상(신체 부위의 최대 75%)을 입었습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문적인 집중치료가 시급한 중환자 1명은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_ 자이 데프란시스시스(Jai Defranciscis) / 리비아 북서부 미스라타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육지에 도착한 사람들은 리비아 당국의 통제 아래 구금센터로 이송됐다. 리비아로 돌아온 사람들이 자의적 구금을 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2018년 1월~8월, 유럽을 등에 업은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난민, 이주민 1만3185명을 리비아로 돌려보냈다.[1]

콤스 인근의 구금센터에서 활동하는 우리 팀들은 구금돼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료와 추후 지원을 실시했다. 이들 중에는 임산부, 영유아 및 아동, 중병 혹은 화상 환자도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추가로 6명을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임의적 구금 외에 대안이 없는 사람들

“환자들이 정말 걱정됩니다. 위생 상태도 열악한 곳에 갇혀서 맨바닥에 담요, 매트리스를 깔고 자는데 어떻게 몸이 나을 수 있겠어요? 중증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그런 데서 자면 말할 수 없는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거든요. 심지어 앉거나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오랫동안 물 속에 있다가 폐렴과 같은 중증 흉부 감염에 걸린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_ 자이 데프란시스시스(Jai Defranciscis) / 리비아 북서부 미스라타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깨끗한 식수와 충분한 음식이 없다면 사람들은 건강을 회복하기 어렵고,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생존자 중 다수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휩싸여 있다. 리비아를 거쳐 가며 숱한 위험에 부딪쳤는데, 바다에서까지 충격적인 상황을 겪게 된 것이다. 지원이 필요했던 난민 · 이주민은 도리어 기본적인 보호와 법적 절차 혹은 대안도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 구금돼 있다.

구금된 사람 중 국경없는의사회가 만났던 사람 중에는 리비아 혹은 다른 국가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에 등록된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특히 곤란한 입장에 놓여 있다. CNN 보도로 세계인들의 비난이 치솟은 이후, UNHCR은 리비아에 있는 사람들을 니제르로 대피시켜 그들을 제3국에 재정착시키는 일을 주도했다. 그러나 현재 UNHCR은 수개월째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망명 신청자들과 난민들은 기약 없이 구금센터에 갇혀 인신매매를 당할 위험에 놓여 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이 안전을 찾아 계속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범죄 네트워크에 눈을 돌리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8월 26일부터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격렬한 충돌과 폭격이 일어나 이를 피해 떠날 결심을 했다고 말한 사람들도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구금센터에 있는 난민, 이주민에게 신선한 과일을 제공하고 있다. ⓒSara Creta/MSF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리비아 전역에 있는 수천 명의 난민 · 이주민에 대한 임의적 구금을 중단하고, 이들을 안전하게 국외로 대피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한다.

  • 유엔난민기구(UNHCR) 및 안전국들은 속히 리비아 내 난민 및 망명신청인들의 대피를 조율해 이들의 재정착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 국제이주기구(IOM)와 난민의 각 출신국가는 리비아 내 이주민들의 대피 및 당사자가 원할 경우 본국 귀환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
  • 유럽 국가들 및 리비아 당국은 바다로 탈출하는 사람들의 유럽 도달을 막기 위해 리비아로 송환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