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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이즈의 날: UNAIDS 보고서, 국제사회 HIV 대응의 중대한 측면 간과해

2018.11.30

Elisa Fourt/MSF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에 위치한 카스토르 산부인과 병원에서 HIV/AIDS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높은 AIDS 사망률, 기부 중단이 초래하는 치료 감소 등에 대한 내용 부족

올해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이 펴낸 보고서는 바이러스 수치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바이러스 수치는 HIV 감염인에게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아보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HIV 검사와 정기적인 바이러스 수치 감시를 강조하는 반면 현재 나타나는 HIV 유행과 AIDS로 인해 꾸준히 많은 사망자가 나온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또한 이번 보고서는 HIV/AIDS 유행에 맞서는 데 국제사회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황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접근성이 확대되었음에도 AIDS로 인한 사망은 최근까지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HIV 치료를 시작하는 사람의 30~40%는 진행성 HIV 질병 즉 AIDS에 걸린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에 찾아오는 HIV 감염인 중 이런 진행성 증후군이 있는 환자의 25~30%는 병원 도착 48시간 안에 사망한다. 죽음을 향해 서서히 진행되는 이 병은 초기에는 알아채기가 어렵고, 알아챘을 때는 이미 너무 늦다.

3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시설에서 치료받는 HIV 감염인 다수는 자신의 상태를 알고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갖가지 장애물 때문에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고, 진단을 받지 못해 혹은 2차, 3차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를 받지 못해 치료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환자들은 결핵, 세균성 감염, 크립토코쿠스 수막염, 톡소플라스마증, 주폐포자충 폐렴 등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병들에 쉽게 걸린다.

 

HIV 대응에 나타나는 중대한 격차

HIV 검사와 바이러스 수치 감시를 늘리는 것도 HIV 대응에서 분명 중요한 부분이나 다른 중대 사안—HIV 치료 유지, 치료 실패 관리, AIDS 관련 질병의 예방, 탐지, 관리 등—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바이러스 수치 검사로 치료 성공 여부를 살펴볼 수 있지만, AIDS 발생 여부를 판단하고 기회감염 예방 치료를 시작하려면 CD4 수치 기초선 검사가 필요하다. 즉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HIV 감염인에게는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수준에서 AIDS를 체계적으로 탐지하고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대한 목표, 부족한 지원

이번 UNAIDS 보고서는 심각한 기금 격차와 갖가지 장애물로 인해 HIV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을 짚어주지 못했다. 이렇게 특정 부분에 대해 선택적으로 침묵을 지킨다면 ‘다 괜찮다’는 식의 논리를 비칠 수 있다. 사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여러 국가에서는 국제 공여 단체들의 기금이 줄어든 탓에 일어나는 여파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HIV 확산을 억제하겠다며 국제사회가 설정한 원대한 목표와는 맞지 않는 현상이다.

AIDS 관련 사망의 30%가 일어나는 아프리카 중서부 국가들은 중대한 기금 격차에 직면해 있다. 최근 신속한 대응 규모 확대를 촉구하는 가속화 계획을 채택했는데, 현 상황은 이 계획과 매우 대조적이다. 신속 접근법을 실행하려면 2017년에 비해 81% 높은 자원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기니는 2018년~2020년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 확보를 위해 글로벌 펀드(Global Fund)에서 지정한 기금 중 상당량이 부족한 상태다. 추가 자원이 없다면 이 국가들은 시급히 필요한 지원을 늘리는 대신 치료 시작 규모를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모잠비크에서는 미국 정부가 부과한 멕시코시티 정책의 간접적인 여파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HIV 치료 서비스가 타격을 입었다. 짐바브웨에서는 2020년 항레트로바이러스 지원 예상 규모에 비해 8,500만 달러의 기금 격차가 발생했다.

 

무분별한 인명 손실을 줄이고 전염을 억제하려면 시급한 지원 필요

UNAIDS는 이러한 격차를 분명히 밝히고, 추가 자원이 필요한 곳들에 국제 지원 단체들을 동원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예방과 치료, 지원 서비스를 ‘배급’ 방식으로 지원한다든지 지원 속도를 늦추게 만들 수는 없다.

공여 주체들은 지원에서는 발을 빼면서 공중보건 개선을 운운하는 대신 Global Fund 지원을 확대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의적절한 치료, 치료 유지, HIV 감염인의 AIDS 관련 질병 탐지와 적절한 치료 등을 억제한다면 더 많은 사망이 초래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0년부터 HIV 치료 지원에 참여해 왔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 등 총 27개국에서 21만5900명에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지원했다. 중점 분야는 좀 더 이른 시기에 사람들에게 다가가 치료를 제공하고 HIV 감염인들이 치료의 중심에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AIDS 치료, 치료 실패 해결, 소아과/청소년 HIV 치료 지원 개선, 아프리카 중서부 혹은 분쟁 지역 등 소외된 곳을 위한 치료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