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IV는 사형 선고다
아니다!
세계 보건 분야에서 최고의 스토리는 단연 HIV/AIDS에 맞선 싸움이다.
HIV/AIDS는 최근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고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유행병이다.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제1차 세계대전 때의 2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 병에 맞서 싸우며 단 30년 안에 이룬 성과는 놀라웠다. 오늘날,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매일 복용하는 사람은 AIDS에 걸릴 위험도 매우 낮고, 오랫동안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일단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2. HIV는 주로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아니다!
서양에서 적용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사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HIV에 가장 많이 감염되는 사람들은 젊은 여성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HIV 감염인 중 59%는 여성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15세~19세 여성은 같은 연령대의 남성들보다 HIV에 걸릴 위험이 8배나 된다.
3. HIV 양성일 경우,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없다
아니다!
HIV 양성인 임산부가 최적의 치료를 받는 경우, 태아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위험은 2%를 넘지 않는다.
이는 실로 엄청난 소식이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덕분에 HIV에 감염된 상태로 태어나는 아동 수는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60% 줄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
자세히 보기> HIV에 감염된 엄마들의 태아를 지키는 방법
4. 배우자의 HIV 감염을 피하는 길은 콘돔 사용뿐이다
아니다!
물론 콘돔을 사용하면 HIV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여러 연구들을 살펴보면,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는 커플 중 한 사람이 HIV 양성일 때 바이러스 전염 위험을 96%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신약들은 HIV 음성인 사람들을 HIV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5. 한 국가 내에 HIV 감염인이 더 많을수록 AIDS로 인한 사망자도 더 많다
아니다!
"제가 HIV 양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2005년이었어요.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알게 됐죠. 에이즈에 걸렸다고 가장 먼저 손가락질한 사람은 이모였어요. 물론 지금은 아무 문제 없답니다. 지금 저는, 국경없는의사회 치료센터로 HIV 검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상담가로 일하고 있어요." 2016년 기니 코나크리, 오디아(Odia)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HIV 감염인(680만 명)이 있는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 나라에서는 AIDS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 14만 명에 이를 정도로 그 피해가 막대하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이 수치는 나이지리아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숫자다. 나이지리아에서는 HIV 양성자 절반 가까이가 목숨을 잃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보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구하기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율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45%인 반면, 나이지리아에서는 22%에 불과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2014년 기니에서는 AIDS로 인한 사망자 수(3,800명)가 스와질란드(3,500명)와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스와질란드의 HIV 감염인(21만 명)은 기니(12만 명)의 약 2배에 달하고,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스와질란드는 전체 인구 중 HIV에 감염된 성인 비율(27.7%)이 가장 높다.
요컨대, 치료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곳에서는 그에 비례하여 HIV/AIDS로 인해 더 많은 고통을 겪고 목숨을 잃는다는 말이다.
6. 한 국가 내에 HIV 감염인이 적을수록 질병 퇴치가 더 용이하다
아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전체 인구 중 ‘단’ 1.2%만이 HIV에 감염돼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보면 말라위보다는 매일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를 제공하기가 더 쉬워 보인다. 결국, 두 나라 모두 서류상으로는 1인당 GDP, 인력개발지수 등에서 비교적 동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라위는 HIV 감염자 중 50%에게 치료를 제공했다. 이에 반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이 치료를 제공하는 비율은 채 25%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콩고민주공화국과 같이 사회, 언론, 정치 의제 등에서 HIV가 두드러지지 않을 경우, HIV는 다른 여러 보건 우선순위들 속에 묻히고 만다. 하지만, 아프리카 서부•중부의 HIV 감염률이 낮은 국가들에 국제사회가 시종일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7. 부유하고 안정된 국가들만이 평생 복용할 일일 치료제를 공급할 여력이 있다
아니다!
예멘 사나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여러 병원에서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한다.
사실, HIV/AIDS 분야에서 그간 이룬 성과 중 가장 두드러진 것들은 자원이 열악한 국가들에서 얻었다.
실제로 2000년대에 아프리카 남부에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소개한 것은 현지의 기대 수명을 높인 독보적인 요인이었다.
그런가 하면, 국경없는의사회는 오랜 경험을 통해 분쟁 지역에서 HIV 치료를 지원할 방법을 익혀 왔다. 예를 들어, 예멘이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HIV 양성인 사람들이 전쟁 속에 이중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돕고자 노력했다. 가장 상황이 어렵고 불안한 곳에서도 치료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지 어떤 국가가 자원이 부족하다거나 상황이 복잡하고 불안하다고 해서, HIV 감염인들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고서 <초점에서 벗어난: 아프리카 서부·중부의 수백만 명이 전 세계 HIV 대응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태(Out of Focus: How millions of people in West and Central Africa are being left out of the global HIV response)>에서는 25개국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HIV 치료 격차의 원인을 알아보고, 이를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등 3개국의 구체적인 사례 연구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