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레바논: 샤틸라 캠프 난민들의 정신 건강

2019.01.25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시내에서 불과 4km 거리에 샤틸라 난민 캠프가 있다. 1949년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생겨난 캠프에는 현재 시리아, 팔레스타인 난민과 소수의 에티오피아, 필리핀 난민이 살고 있다.

2013년 9월부터 샤틸라에서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에 머무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1차 의료 진료소, 여성 의료센터를 열고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을 찾아오는 환자 중 시리아 난민, 특히 여성들이 찾는 것은 정신건강 서비스다. 전쟁이 몰고 온 갑작스런 충격도 매우 고통스럽지만, 피난을 떠나면서 가족의 역할이 달라지고 그동안 맺어 온 인간관계가 변하면서 느끼는 고통도 상당히 크다.

만화가 엘라 바론(Ella Baron)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과 함께 샤틸라 캠프에 머물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 국경없는의사회 상담가와 환자들의 이야기를 그림과 짧은 글 속에 담아냈다. 

 

환자: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기억이요? 대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날이요. 공원에 가서 바비큐와 맥주를 즐겼어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좋은 기억이 있으면 힘들 때 의지가 되죠. 저는 환자들에게 날마다 그리운 장소와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현재를 잘 살아내려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환자: 집에 폭탄이 떨어져서 두 다리를 다쳤어요. 엄마, 언니, 제 아이 두 명이 눈앞에서 죽어 가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레바논에 온 뒤로는 그저 아이들과 방에 가만히 앉아 있어요. 고향에서 떠나온 지 벌써 5주가 다 되어 가네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환자 분이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식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걸 가족들도 이해해 줄 거라고 말했죠. 과거를 잘 정리하고 주어진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 격려하고 있습니다.

 

환자: 여섯 살 난 딸아이가 캠프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납치를 당했어요. 남편이 빚 때문에 감옥에 가 있어서 저 혼자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저는 아이들을 데리러 날마다 학교에 갈 수가 없어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저는 환자들에게 충격적인 과거를 받아들이는 건 꽉 찬 옷장 문을 여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옷장을 열어 젖히면 산더미 같은 옷들이 우루루 쏟아지는데, 우선 옷들을 잘 분류해야 합니다. 그래야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으니까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이곳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진료소 옥상에 올라가 혼자만의 시간이 갖죠. 거기서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새들에게 먹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참 이상하죠? 자신들도 가진 것이 별로 없을 텐데... 그렇게 하면서 자유를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환자: 저를 그리실 거라면 숙녀처럼 그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축 늘어진 바지를 입은 모습으로는 그리지 말아 주세요.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 “아들이에요, 딸이에예요?” 초음파 사진을 처음 본 사람들은 그 질문부터 합니다. 딸이라고 하면 집안 분위기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모른다고 하죠. 산모에게는 태아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 줍니다. 태아의 몸을 보여주면서 손, 발, 얼굴이 어디 있는지 짚어 주고 심장박동 소리도 들려줍니다. 새 생명을 만날 때마다 벅찬 감격을 느끼지만 힘든 순간들도 있습니다. 열두 살 산모가 두 번째 아이를 낳은 경우도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