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시위 도중 이스라엘 군의 총에 맞아 다리 뼈가 몇 센티미터씩 으스러진 팔레스타인 환자들을 치료하는 고된 일을 맡고 있다. 현지 지원이 충분치 않아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경우에는 환자를 국외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도 돕고 있다.
‘2센티미터’라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지만, 다리뼈 2센티미터가 소실되면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특히, 총알이 다리를 뚫고 들어와 지나간 자리가 모조리 으스러진 경우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심각한 상태는 가자 북부 자발리아에 위치한 알-아우다 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들이 유스리(가명)의 정강이를 열었을 때도 나타났다. 유스리는 2018년 7월 시위 도중 이스라엘 군이 쏜 총에 맞아 무릎 바로 밑에 있는 뼈가 상당 부분 으스러졌다. 외과의들은 그의 엉덩이뼈를 다리에 채워 넣어 다시 걷도록 해야 했다.
뼈의 구멍을 보여주는 유스리의 X-ray 사진. 그는 작년 7월 가자 지구 시위 중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부상당했다.
정형외과 수술에서는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여 순간순간 정확성과 힘을 발휘해야 한다. 유스리의 수술을 맡은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 히로코 무라카미(Hiroko Murakami) 박사는 우선 메스로 엉덩이 피부를 조심스럽게 절개해 뼈를 드러낸 뒤, 해머와 끌로 엉덩이뼈 상당 부분을 떼어 냈다. 바로 이 뼈를 정교하게 다듬어 다리에 삽입하는 것이다.
“뼈가 잘 붙으려면 최소 두세 달, 어쩌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양호하다고 판단되면 외부 고정기를 떼어 내고 물리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정말 기나긴 시간이 걸리는 셈이죠.” _ 히로코 무라카미 /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
국경없는의사회 수술팀이 환자의 뼈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총상 때문에 다리뼈에 커다란 틈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이 경우는 비교적 간단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30일 이후로 지금까지 분리장벽 인근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이스라엘 군이 쏜 실탄에 맞은 부상자는 총 6174명에 달한다. 이 중 90%는 다리 부상을 입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병원에서 1차 치료를 받은 환자 중 절반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환자들의 부상은 이례적일 만큼 심각했다. 절반가량은 복합 개방골절(뼈가 외부로 드러남) 부상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심각한 조직 및 신경 손상을 입었다. 환자 다수는 다리뼈 중 막대한 부분을 잃었다. 2센티미터만 없어져도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데, 10센티미터가 사라졌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상상조차 어렵다.
살림(가명)은 정강이뼈 6센티미터가 없어졌는데 이렇게 손실이 크면 곧바로 뼈 이식을 할 수가 없다. 가자 출신의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 모하메드 오바이드(Mohammed Obaid) 박사는 살림의 경우가 매우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속살이 다 드러난 부위가 있었습니다. 피부도 없이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죠. 그래서 4주 전에 성형외과의가 다리의 다른 쪽 피부를 떼어다 근육을 덮는 수술을 했죠. 이제 부상 부위를 다시 열어서 소독한 뒤, 그 안에 골시멘트를 넣으려고 합니다.” _ 오바이드 박사
이 시멘트는 석유 냄새처럼 코를 찌르는 듯한 강한 냄새를 풍기는 접합제다. 처음에는 두드려 펼 수 있기 때문에, 외과의들은 이 접합제를 환자 다리뼈 사이의 빈 공간에 넣어 원하는 대로 형태를 잡는다. 이 시멘트 모형은 금세 굳기 때문에 6~8주 뒤면 뼈를 이식할 공간이 준비된다.
“뼈에 감염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부상 부위를 덮은 피부판 상태도 양호하다고 판단되면, 그 부위를 다시 열어 시멘트를 꺼내고 뼈를 삽입할 수 있습니다.” _ 오바이드 박사
상태가 더 심각한 환자들은 가자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이곳 가자는 지난 10년간 봉쇄되었고,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고립돼 왔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재건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요르단 암만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그러나 이송을 위해서는 여러 당국의 이동 허가가 필요하므로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고, 허가가 거부될 때도 많다. 최근 국경없는의사회는 시위 초반에 부상을 입은 에야드(22)를 팔레스타인 영토 밖으로 무사히 인도했다. 에야드는 가장 큰 유혈사태가 벌어진 5월 14일에 총상을 입었고, 뼈 이식과 재건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가자의 의료 시스템 하에서는 이런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극소수에 그친다.
“지난주 어느 날에는 문득 피곤하고 우울했어요. 다리 치료를 끝내려면 너무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날 저녁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전화가 왔어요. ‘에야드, 목요일에 갈 수 있어요!’라는 거예요. 그때부터 제 속에서 행복한 기분이 솟아올랐어요. 저뿐만 아니라 엄마, 형제, 식구들 전부 희망에 들떴고, 제가 아끼는 모든 사람이 기뻐했죠. 정말 믿어지지가 않아요.” _ 에야드
현재 암만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에야드는 다리뼈를 재건하는 기나긴 과정에 들어갔다. 일련의 수술을 받고 나면 에야드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많은 환자들은 지금도 지속적인 의료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렇게 의료를 기다리는 사이에 감염 위험이 더 커져서, 몇몇 환자들은 부상입은 다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지금도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에서 총상을 입은 환자 900명을 돌보고 있다. 비록 이 수는 시위가 가장 격했던 시기보다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09회였던 수술 횟수는 12월 들어 302회로 늘어났다. 부상이 가장 심한 환자들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수술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3월 이후로 시위 도중 부상을 입은 사람들은 나날이 더 큰 의료적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이를 고려해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 현지에서 활동 규모를 늘리는 한편, 더 많은 환자들의 국외 이송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국경없는의사회와 가자 현지 의료진이 모든 환자의 필요사항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상자 수백 명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을 막으려면 아직도 더 많은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