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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북부 압두라피에서 흔한 3가지 뱀독 이야기

2019.03.15

뱀독 감염은 농사와 목축으로 생계를 꾸려 가는 빈곤한 시골 지역에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질병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소외 열대 질환 중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다. 매년 세계적으로 독사에 물리는 사람은 27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10만여 명은 사망에 이르고, 그 외 40만여 명은 평생 기형과 장애를 안게 된다.

#1 젊은 여성 이주 노동자 이야기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치료를 기다리는 뱀독 환자 ⓒSusanne Doettling/MSF

부은 얼굴의 젊은 여성이 국경없는의사회 집중 관찰실 병상에 앉아 있다. 뱀독 감염 여부를 알아보는 혈액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농장 헛간 바닥에 누워 자던 워키 메코넨(Workey Mekonen)은 작은 뱀에게 이마를 물리고 말았다.

비옥한 땅으로 유명한 에티오피아 북부 암하라 외딴 지역에는 참깨, 사탕수수, 목화, 그 외 농작물을 재배하는 거대한 농장이 펼쳐져 있다. 그런가 하면 이곳은 독사 20종이 서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 독사들은 아프리카에서도 유독 이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추수가 한창일 때, 농장 노동자들은 거의 매일 독사와 마주친다.

일거리를 찾아 에티오피아 고지대에서 압두라피 근교 저지대 농장으로 이주하는 일용직 노동자는 매년 50만 명에 달한다. 사람들이 농장에 도착하는 시기는 대개 추수가 시작되는 8월이다. 대다수는 일을 마치고 10월에 떠나지만,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1월 초까지 머무르는 이들도 있다. 

이주 노동자의 잠자리. 이들은 들판에서 일하고 식사하고 잠을 잔다. 뱀독으로부터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무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자는 것뿐이다. ⓒ Susanne Doettling/MSF

남성들만 일거리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워키와 같은 여성들도 일을 찾아 멀리서 온다. 4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워키는 자신과 아이 넷의 생계를 위해 밭에서 농장 노동자들에게 밥을 해 주며 근근이 살아왔다. 일하는 동안에는 압두라피에서 반나절 거리에 있는 티그레이의 여동생 집에 아이들을 맡긴다.

어젯밤 워키는 갑자기 이마를 찌르는 듯한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깼다. 저쪽으로 뭔가 미끄러져 가는 것을 본 워키는 뱀에 물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워키가 자고 있던 곳은 작물을 비롯해 농자재를 모아 두는 야외 헛간이었다. 그래 봤자 작은 뱀이려니 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점점 이마가 부어오르면서 통증도 심해지자 죽게 될까 겁이 났다. 다른 일꾼들이 워키를 인근에 살고 있는 워키 삼촌에게 데려다 줬다. 워키 삼촌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압두라피 시에서 진료소를 운영해 뱀독 환자를 무료로 치료해 준다는 것을 떠올리고 조카를 데려갔다. 그 시각 워키의 얼굴은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 올랐다. 워키는 진료소에 도착하자마자 집중 관찰을 위해 입원했다. 

10분 뒤, 워키의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 혈액이 응고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독사가 독을 주입한 것이 분명하므로 워키는 해독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임상 담당자 드지퓨 다이레스(Degifew Dires)가 정맥 주사를 준비했다. 워키는 앞으로 140분간 천천히 팔뚝 정맥으로 들어오는 치료제를 맞을 것이다.

“첫 10분이 중요합니다. 워키의 몸이 해독제에 해로운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하죠.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은 중간중간 워키의 상태를 체크할 것입니다.” _ 드지퓨 다이레스 / 국경없는의사회 임상 담당자

“워키는 금세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아마 진료소에서 5일 정도 치료받고 나면 깨끗이 나아 병원을 나설 겁니다. 운이 좋았죠. 제때 와서 잘 듣는 해독제로 치료를 받았으니까요.” _ 어니스트 은쉬미이마나(Ernest Nshimiyimana) 박사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에티오피아에서 뱀에 물리는 모든 사람이 워키처럼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해독제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효능 있는 해독제는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설령 구한다 해도 뱀독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주민들에게는 약값이 너무 비쌉니다.” _ 어니스트 박사

압두라피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수수밭에 앉아 있는 35세 이주 노동자. 그는14살부터 매해 수확철이 되면 돈을 벌기 위해 큰 농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디오피아 북부의 산간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움막이나 헛간에 살고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기 때문에 독사에게 물릴 위험이 크다. 가장 가난한 이들이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Susanne Doettling/MSF

뱀독에 특히 취약한 계층은 바로 이주 노동자다. 이들은 밤에도 맨발로 밭에 나가 맨손으로 작물을 추수할 때가 많다. 참깨 밭은 더더욱 위험하다. 참깨는 높이 자라지는 않지만 두껍게 자라기 때문에 뱀이 몸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참깨를 수확하려면 몸을 구부려야 하는데 이때 손발이 뱀에 물리기 십상이다.

“한참 환자가 많은 달에는 집중 관찰실에 뱀독 환자만 20명 가까이 머물 때도 있습니다. 뱀에 물린 채 몇 시간을 이동해 온 사람들이 많죠. 특히 먼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의료 시설까지 오려면 고통을 참으며 오랜 시간을 와야 합니다. 뱀독은 제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_ 어니스트 박사 

뱀에 물려 의료 시설에 찾아오는 환자 수를 따로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나타나는 뱀독의 여파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 수치를 보면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에티오피아 내 여러 프로젝트에서 총 609명의 환자를 치료했는데 이 중 322명이 압두라피 출신이었다. 2018년 들어 이 수는 계속 늘어나 연말까지 국경없는의사회가 압두라피에서 치료한 환자는 총 647명에 달했다. 이 중에는 ‘드라이 바이트’(dry bite)라고 불리는 마른 감염(독사에 물렸으나 독이 주입되지 않은 경우), 경미한 감염, 중등도 감염, 중증 감염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었다.

뱀독 치료는 독의 종류와 독성 정도에 따라 다르게 실시되고, 해독제 치료는 이 중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에는 115명의 뱀독 환자를 치료했는데, 그 중에서 해독제가 필요했던 환자는 22명뿐이었고 나머지 93명은 그 밖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수액 보충, 통증 관리, 수혈, 심지어 팔다리를 높이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뱀독 때문에 다른 감염이 나타났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에는 그 부분도 치료합니다.” _ 어니스트 박사

어니스트는 오전 회진을 위해 집중 관찰실을 다니면서 이렇게 말했다. 환자 중에는 간밤에 가족 농장에서 일하다가 뱀에게 발을 물린 청년도 있었다. 다행히 해독제는 필요치 않았고, 붓기를 관찰하고 기록한 내용을 보니 예후가 좋아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중환자실에서 소속 의료진이 독사에 물린 20살 청년을 진료하고 있다. 이 환자는 밤에 농장에서 수수를 수확하다 독사에게 발을 물렸다. 발이 부어올라 치료중이다. ⓒSusanne Doettling/MSF

에티오피아에서 뱀에 물린 모든 사람이 이렇게 제때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워키와 같은 환자들은 효과적인 해독제를 무상으로 지원받지 못한다면 중증 뱀독 감염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현재 뱀독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기금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저렴하고 질 좋은 해독제를 구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WHO는 현지에 서식하는 독사의 독을 물리칠 안전한 해독제를 각국이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제조업체가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바람에 뱀독 피해자들이 약을 구할 길이 더 좁아졌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 현장에서 무료로 치료제를 제공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 비용이 최대 100달러까지 들기 때문이다. 이는 에티오피아 북부처럼 시골에 사는 주민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독사에 물릴 위험이 가장 높은 곳도 바로 이런 지역이다.

현지 독사의 독을 물리치고 처방 시에도 안전한 고품질의 해독제를 무료로 지원하거나,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 또한 외딴 농경 지역에서 근무하는 더 많은 의료진에게 뱀독 치료법을 훈련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기금 지원 단체 및 각국 정부가 WHO의 뱀독 로드맵 실행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 이 로드맵에는 뱀독 해독제 공급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할 다양한 활동이 포함돼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WHO 로드맵이 뱀독 퇴치를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 세계 지도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WHO 로드맵 실행에 나서서 뱀독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우리는 향후 몇 달간 각국 정부, 치료 기관, 기금 지원 단체, 뱀독 피해 지역 주민들과 협력할 예정이다. 

 

#2   이른 아침, 사탕수수 밭에서

작년 11월 어느 날 새벽. 압두라피 시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사탕수수 밭에는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40도까지 오르는 한낮 기온을 피해 사탕수수는 해가 뜨기 전에 수확한다. 이주 노동자 4명이 일찍부터 사탕수수를 자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발가락이 밖으로 드러난 신발을 신었고, 네 사람 모두 일하는 밭에서 밥도 해 먹고, 밤이면 나무 밑이나 야외에서 잠을 잤다.

압두라피 마을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수수밭에서 일을 시작하는 이주 노동자.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주로 수확철인 6월에 큰 농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다. 가장 가난한 이들이 뱀독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Susanne Doettling/MSF

비옥한 땅으로 유명한 에티오피아 북부 암하라 외딴 지역에는 참깨, 사탕수수, 목화, 그 외 농작물을 재배하는 거대한 농장이 펼쳐져 있다. 그런가 하면 이곳은 독사 20종이 서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 독사들은 아프리카에서도 유독 여기서만 나타난다. 추수가 한창일 때, 농장 노동자들은 거의 매일 독사와 마주친다.

일거리를 찾아 에티오피아 고지대에서 압두라피 근교 저지대 농장으로 이주하는 일용직 노동자는 매년 50만 명에 달한다. 사람들이 농장에 도착하는 시기는 대개 추수가 시작되는 8월이다. 대다수는 일을 마치고 10월에 떠나지만,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1월 초까지 머물러 있는 이들도 있다.

이 밭에서 일하는 또 다른 노동자 아페워크 메세렛(Afework Meseret, 35)이 한쪽 끝에서 동료들을 위해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아침은 발효시켜 말린 에티오피아 전통빵 인제라(injera), 그리고 잠두콩 가루와 다진 양파를 넣어 끓인 시로(shiro) 수프다.

아페워크가 식사를 준비하면서 이주 노동자의 삶에 대해 들려주었다.

“보통 열아홉, 스무 살에 처음 일하러 오고 그 다음부터는 매년 와요. 한 번 오면 몇 달씩 밭에서 살다시피 하죠. 고향에는 일거리가 없거든요. 사탕수수 수확은 1월에 끝나기 때문에 아직은 몇 주 더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요. 사탕수수를 수확하기 전에는 참깨 밭에서도 일했어요. 하지만 일은 사탕수수 밭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추수가 더 쉽거든요. 똑바로 서서 걸어 다니면서 할 수도 있고요. 뱀에 물릴 위험이 그만큼 적은 거죠. 뱀들이 참깨 밭에 숨는다는 건 다들 알고 있어요. 참깨 수확철에는 날이 더워서 밤에 일을 해요. 수확할 작물을 따라 장소를 옮기면서 일을 하죠. 집에 가져갈 돈을 충분히 모아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요. 그래서 여기 이렇게 온 거예요.” _ 아페워크(35) / 이주 노동자

예위와스 국경없는의사회 지역사회 보건 교육 감독관이 압두라피 마을의 이주 노동자들에게 뱀독의 위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사에게 물렸을 때 대처법과 예방법도 함께 설명한다. ⓒSusanne Doettling/MSF

압두라피 근교에서는 점점 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국경없는의사회의 보건 교육을 듣는다. 이제 사람들은 뱀독과 흑열병의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 흑열병은 흔히 일어나는데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소외 질환이다. 흑열병을 옮기는 모래파리는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는 밭 가장자리의 나무 밑에 알을 낳는다. 흑열병은 에티오피아 북부 풍토병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는 아페워크와 동료 넷은 자신들이 곤란한 선택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무 밑에서 자면 모래파리에게 물릴 수 있고, 그렇다고 들판에서 자면 뱀에게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데프로 메히르트(Mandefro Mehirt, 35)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뱀에 물리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한다. 만데프로가 사탕수수를 자르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뱀이 진짜 무서워요. 그래서 이렇게 앞이 막힌 신발을 신는 거예요. 발을 보호해야 하니까요. 같이 일하러 왔던 제 친구가 작년에 뱀에 물렸어요. 진료소에 가서 치료를 받고 닷새 만에 돌아왔죠. 그래도 곧장 가서 도움을 받았으니 정말 운이 좋았던 거예요.” _ 만데프로 메히르트(35) / 이주 노동자

만데프로의 동료 테티나 다구(Tetina Dagu, 28)도 말을 거들었다.

“저는 뱀에 물린 적은 없지만 밭에서 뱀을 본 적은 있어요. 막대기로 한 마리 죽인 적도 있어요. 그래서 늘 이렇게 막대기를 가지고 다녀요. 저의 유일한 보호막이에요.” _ 테티나 다구(28) / 이주 노동자

뱀독 감염은 농사와 목축으로 생계를 꾸려 가는 빈곤한 시골 지역에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질병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소외 열대질환 중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다. 매년 세계적으로 독사에 물리는 사람은 27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10만여 명은 사망에 이르고, 그 외 40만여 명은 평생 기형과 장애를 안게 된다.

뱀독은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타격을 입힌다. 이들은 전통 치료사에게 의지할 때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통상적인 치료 자체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에티오피아 내 여러 프로젝트에서 총 609명의 환자를 치료했는데 이 중 322명이 압두라피 출신이었다. 2018년 들어 이 수는 계속 늘어나 연말까지 국경없는의사회가 압두라피에서 치료한 환자는 총 647명에 달했다. 이 중에는 ‘드라이 바이트’(dry bite)라고 불리는 마른 감염(독사에 물렸으나 독이 주입되지 않은 경우), 경미한 감염, 중등도 감염, 중증 감염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었다.

현재 뱀독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기금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저렴하고 질 좋은 해독제를 구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WHO는 현지에 서식하는 독사의 독을 물리칠 안전한 사진 주석해독제를 각국이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제조업체가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바람에 뱀독 피해자들이 약을 구할 길이 더 좁아졌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 현장에서 무료로 치료제를 제공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 비용이 최대 100달러까지 들기 때문이다. 이는 에티오피아 북부처럼 시골에 사는 주민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독사에 물릴 위험이 가장 높은 곳도 바로 이런 지역이다.

현지 독사의 독을 물리치고 처방 시에도 안전한 고품질의 해독제를 무료로 지원하거나,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 또한 외딴 농경 지역에서 근무하는 더 많은 의료진에게 뱀독 치료법을 훈련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기금 지원 단체 및 각국 정부가 WHO의 뱀독 로드맵 실행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 이 로드맵에는 뱀독 해독제 공급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극복할 다양한 활동이 포함돼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WHO 로드맵이 뱀독 퇴치를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 세계 지도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WHO 로드맵 실행에 나서서 뱀독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우리는 향후 몇 달간 각국 정부, 치료 기관, 기금 지원 단체, 뱀독 피해 지역 주민들과 협력할 예정이다. 

 

#3  압두라피에서 실시하는 이주 노동자 보건 교육

매일 일거리를 찾는 노동자들과 일할 사람을 찾는 인력업자들이 한데 모이는 압두라피 시의 분주한 합류 지점. 지역사회 보건 교육을 감독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 예쉬와스 테세마(Yeshiwas Tesema)가 약 200명 앞에 나와서 뱀독의 위험에 대해 알린다.

11월, 12월에는 이주 노동자 수백 명이 일거리를 얻기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여기 모인다. 이곳은 사탕수수 추수가 끝나는 1월 초, 그리고 에티오피아 크리스마스 명절 전까지 늘 붐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기에는 좋은 기회다. 다른 때 같으면 모두들 경작지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통 치료사들은 물린 곳을 단단히 묶거나 약초 우린 물을 마시게 합니다. 독을 빼내려고 물린 부위 근처를 절개할 때도 많은데, 이 경우 합병증이나 감염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그런 상태로 진료소에 찾아온 환자들이 적지 않았고, 뱀독 치료의 시기와 방법이 잘못돼 목숨이 위태롭거나 사지를 절단한 경우도 보았습니다.” _ 예쉬와스 /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지역사회 보건 교육 감독관

예쉬와스와 동료들은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주기적으로 보건 교육을 실시한다. 소책자도 나눠 주고, 뱀에 물리지 않는 방법과 뱀에 물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설명해 준다. 밤에 바깥 활동을 할 때는 손전등을 사용하고, 장화나 앞이 막힌 신발을 신고, 뱀에 물렸을 때는 전통 치료사에게 가기보다 즉시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알려 준다.

여러 사람이 질문을 던지자 한 남성이 뱀에 물렸던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 주었다. 노스 월로 라이코보 출신인 샴브레 니구사(Shambre Nigusa, 31)는 농장 일을 위해 지난 11년간 매년 이곳을 찾아왔다. 집에서 압두라피까지는 꼬박 이틀이 걸린다.

“어느 날 밤, 묶어 놨던 참깻단을 가지러 밭에 나갔는데, 참깨더미에 숨어 있던 뱀이 제 오른손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금세 물린 손과 오른쪽 몸 전체에 마비가 오더군요. 그래서 밭에서부터 압두라피 시내까지 몇 시간을 걸어왔습니다. 사람들에게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가 어디 있냐고 물었죠. 전에 보건 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서, 거기 가면 어떤 도움을 받을지 알고 있었거든요. 진료소에 가서 해독제 주사를 맞았더니 곧 손과 몸 전체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다 나아서 일도 하고 있죠. 갖가지 농장 일도 문제없습니다.” _ 샴브레 니구사

교육 시간이 끝난 뒤에도 샴브레는 동료들에 둘러싸여 이야기를 이어 나갔고, 듣는 이들은 샴브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고되고 불규칙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어깨가 무겁다 보니 돈을 벌려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하죠. 농사 일에 맞는 신발이나 장비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스스로를 지키려고 운동화도 챙겨 신고, 밭에서는 어디서 휴식을 취할지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겨우 먹고살 만큼만 벌고 있지만 고향에는 이만한 일거리가 없습니다.” _ 샴브레 니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