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 최선을 다합니다" – 말레이시아의 취약한 난민 사회에 의료 지원 제공
50세 쇼르 물르크(Shor Muluk)은 2016년, 미얀마 라흐닌 주에서 벌어진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사태를 피하려고 말레이시아를 향해 위험한 여정에 나섰다. 그는 아내와 세 아이를 남겨두고 밀수꾼들에게 돈을 주고 태국으로 갔다. 매우 붐비는 배 위에서 7일을 머문 뒤 태국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캠프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로힝야족은 구타를 당했고, 친척들이 밀수꾼에게 더 많은 돈을 보내면 그제서야 풀려나곤 했다. 가족이 돈을 내지 못하면 죽임을 당했고, 시체는 한밤중에 버려졌다.
돈이 바닥난 쇼르는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 탈출을 계획했다. 그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숲으로 도망쳤고,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몇 주 동안 걸었다. 걷다 보니 말레이시아에 도착했고 운 좋게 로힝야족 가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곧 태국에서 구타를 당해 다친 다리의 고통이 견디기 힘들어졌다.
50세 로힝야 난민 쇼르는 태국에서 밀수꾼에게 구타를 당하다 도망쳐 나와 2019년 4월 말레이시아 페낭에 도착했다. ©Arnaud Finistre/MSF
“집세 낼 돈이 부족해서 그저 하루하루 그날 잘 수 있는 곳에서 잡니다. 살아남으려 최선을 다합니다.” _ 쇼르 물르크
이제는 다른 사람의 도움에만 의존해 살고 있는 쇼르가 말했다. 쇼르는 말레이시아에서 등록된 177,690명의 난민과 망명 신청자 중 한 명일 뿐이다. 난민과 망명 신청자 대부분은 미얀마 출신이다. 약 97,750명이 로힝야 난민으로, 말레시아에서 가장 큰 난민 집단을 이루고 있다. 로힝야족은 원래 거주하던 라킨 주에서 차별을 피해 1990년대부터 말레이시아로 오고 있다.
방글라데시에 있는 캠프의 미래가 불확실해지자 더 많은 사람들이 말레시아아로 계속해서 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도시에서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은 어느 정도 익명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으나, 안전망이 거의 없다. 근처 다른 많은 나라들처럼, 말레이시아는 1951년 유엔난민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는데, 이는 망명 신청자들과 난민들이 국내법에 의해 사실상 범죄로 간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민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 등록할 수 있지만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으며, 교육, 의료 및 다른 사회적 복지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다.
체포, 구금, 그리고 심지어 추방까지 당할 수 있다는 끊임없는 두려움 때문에 난민과 불법체류자들은 더욱더 숨게 된다. 대부분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꺼리고, 병원 직원들이 출입국 관리소에 신고할 것이 두려워 응급상황에서도 의료시설을 찾아가지 않는다.
25세 무하마드는 페낭 바얀 레파스(Bayan Lepas) 지역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다른 노동자들과 같이 현장에 살며 기본적인 숙소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Arnaud Finistre/MSF
"많은 난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비공식 영역의 일자리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건설이나 농업 일용직처럼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하게 됩니다. 말레이시아 내 불법체류자들은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_ 베아트리스 라우(Beatrice Lau) 국경없는의사회 말레이시아 현장 책임자
이들에게는 일자리에서 착취를 당하거나, 협박을 받거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페낭 내 부키트 구당(Bukit Gudung) 지역의 한 건물에 로힝야족이 모여 산다. ©Arnaud Finistre/MSF
이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지원 격차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말레이시아 페낭(Penang) 주에 있는 로힝야족과 다른 난민 및 불법체류자 사회에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동 진료소 운영 외에도 2018년 10월 불법체류자 및 난민이 많이 거주하는 페낭 인근 버터워스(Butterworth)에 1차 진료소를 설립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 10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진료소에서 6,770건, 이동 진료소에서 1,896건의 진료를 진행했다. 정신건강 교육, 정신사회적 지원, 상담 또한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의사회는 보다 취약한 난민을 유엔난민기구에 위탁하는데, 2018년 10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총 489건의 위탁을 진행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쿠알라룸푸르, 네게리셈빌란(Negeri Sembilan), 조호르바루(Johor Bahru) 등 인신매매 피해자를 위한 정부 보호시설 5곳에서 1차 보건의료, 환자 의뢰, 정신사회적 지원 및 상담을 제공하는 등 다른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지원 또한 확대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 비정부기구(NGO) 머시 말레이시아(MERCY Malaysia)와 협력해 많은 난민과 불법체류자들이 있는 벨란티크(Belantik) 구금 센터에서 이동 진료소와 식수위생 개선을 실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말레이시아 보건부와 함께 유엔난민기구, 머시 말레이시아와 같은 다른 기관과 장기적인 난민 의료지원 접근성 향상에도 협력하고 있다. 공공 의료 시설의 의료 제공과 이민 집행 사이의 방화벽을 옹호하고, 의료 보험과 같은 지속 가능한 건강관련 자금 조달 계획을 개발한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말레이시아 공공 의료 시설 직원이 난민 및 불법체류 환자의 취약점과 의료적 필요를 민감하게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