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파로 빌라스밀(Amparo Vilasmil)은 모잠비크 카부델가두(Cabo Delgado)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책임자로, 카부델가두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몬테푸에즈(Montepuez)의 팀에 소속되어 있다. 몬테푸에즈는 최근 연안도시 팔마(Palma)에서 발발한무장 공격으로 피난한 사람들이 찾는 목적지 중 하나다. 빌라스밀이 카부델가두의 현 상황과 피난민이 겪고 있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팔마에서 발생한공격 이후 인도적 위기에 처한 모잠비크 카부델가두. ©MSF
국경없는의사회는 2020년 11월부터 몬테푸에즈에서 의료프로젝트를 개진해왔습니다. 최근 이어진 인도적 위기로 지난 한 해 동안 몬테푸에즈로 강제 피난 온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현재는 약 5만 명이 실향민 캠프나 수용 지역사회(host community: 유입된 피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기존 지역사회)에 머물고 있습니다.
팔마 공격 사태의 심각성이 극명하게 드러나자 몬테푸에즈를 포함한 카부델가두 전역에 파견된 각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새로 유입될 피난민을 지원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며칠 사이 약 400명(4월 1일 기준)이 몬테푸에즈에 도착했는데, 그 중 3분의 1이 아동이었습니다. 이미 도착한 피난민에 따르면 현재 이곳으로 이동 중인 사람의 수도 상당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팔마에서 발생한 폭력을 피해 무에다로 온 피난민에게 구호품을 보급하고 있다. ©MSF
몬테푸에즈로 온 피난민은 팔마에서 목격한 광경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당시 상황을 전하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합니다. 한 피난민은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팔마라는 도시 자체를 잃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피난민은 목숨을 부지하려 수풀 사이에 몸을 숨겼고, 꼬박 4~5일을 밤낮으로 걸어 이곳까지 왔습니다.
많은 피난민이 이동하는 중 아사하거나 탈수로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보았다고 합니다.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더러운 강 뿐이었습니다. 주요 도로를 따라 걸어왔지만 안전을 위해 깊은 숲 속에서 잠을 청하고, 마을을 피해 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 연명해왔습니다.
피난민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 중 하나는 팔마에서 130km 정도 떨어진 난가드(Nangade)라는 마을입니다.친척의 도움을 받아 돈을 마련한 피난민은 이동수단을 구해 산악지대에 위치한 군 통제 지역인 무에다(Mueda)로 향하고, 그렇지 못한 피난민은 계속해서 남쪽으로 걸어 몬테푸에즈로 향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동수단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물도 음식도 없이 계속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이들이 도착할 시점에는 건강 상태가 매우 악화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피난민의 이동 경로와 목적지를 파악해 이에 맞추어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팔마에서 발생한 폭력을 피해 무에다로 온 피난민에게 구호품을 보급하고 있다. ©MSF
국경없는의사회는 몬테푸에즈로 들어오는 길목마다 팀을 배치해 피난민이 도착하는 즉시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로 오는 피난민 대부분은 주도(主都)인 펨바(Pemba)로 가서 가족과 상봉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몬테푸에즈 주위의 여러 실향민 캠프에는 이전 카부델가두에서 일어난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족 구성원 중 일부는 몬테푸에즈로, 일부는 팔마로 가서 서로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 이들은 가족의 생사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난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공격이 일어나기 전 팔마의 인구는 수만 명이었으나, 현재는 이중 대다수가 제각기 다른 곳으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는 보트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고, 다른 일부는 수풀 사이를 지나 내륙 쪽으로 가거나 탄자니아 국경으로 향한 이들도 있다. 아직 팔마 외곽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몬테푸에즈 뿐 아니라 무에다(Mueda), 난가데(Nangade), 펨바(Pemba)와 마코미아(Macomia)에서도 팔마에서 피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주 팔마에서 약 25km 정도 떨어진 아푼지(Afungi) 반도에도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파견됐다. 팔마 공격 부상자가 이송되고, 주민들이 피난 온 지역 중 하나이다. 카부델가두에서 일어난 정부군과 비정부 무장 단체 간 분쟁은 2017년부터 지속됐는데, 지난 몇 년간 분쟁이 더욱 심화되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에 따르면 약 67만 명 이상이 폭력 사태로 인해 실향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