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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정부에 의해 강제 중단된 의료지원 활동

2021.07.01

2020년 3월, 국경없는의사회 외과 의사들이 한 남성을 치료하고 있다. 이 남성은 길을 가다가 무장단체에 의해 공격을 당해 5발의 총상을 입고 고문을 당했다. ©Albert Masias/MSF 

분쟁이 만연한 카메룬 북서부의 주민 수천 명이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6개월 전 카메룬 당국에 의해 활동이 강제 중단된 이후 여전히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메룬 정부가 조속히 활동 중단 조치를 철회하고 카메룬 주민들의 의료적 필요를 우선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카메룬 북서부 및 남서부의 영어권(앙글로폰) 지역에서는 4년 이상 지속된 극심한 폭력 사태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마을 습격, 납치, 고문, 건물 파괴, 초법적 살인 등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 상황은 ‘앙글로폰 위기(anglophone crisis)’라 불리고 있다. 

2018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메룬 보건부와 합의 하에 북서부 및 남서부 지역의 보건 위기에 대응하고자 긴급 구호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외곽 지역 인구와 의료 시설 접근성이 저하된 인구를 위해 보건 시설을 지원하고, 무상 구급차 서비스를 상시 운영하며, 지역사회 보건 단원을 지원했다.

2020년 3 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카메룬 북서부 바멘다(Bamenda)의 세인트 매리 솔리다드(Saint Mary Soledad)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구급차. ©Albert Masias/MSF 

하지만 2020년 12월 8일, 카메룬 당국은 국경없는의사회가 비국가 무장단체와 가깝다는 혐의를 제기하며 북서부 지역 활동을 강제 중단시켰다. 몇 개월 동안 이 혐의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여전히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만 명의 주민은 무상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차단되었다. 

“필수 의료서비스가 6개월째 중단되어 카메룬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지속된 폭력을 겪으며 그 경험과 위협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숲 속으로 피신한 상황입니다. 이것은 의료적·인도적 접근성이 현격히 저하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마을과 피난민 지역사회에 의료서비스가 부족해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고 있다고 보건 단원은 전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응급 콜센터에는 끊임없이 긴급 요청이 들어오지만 우리는 응답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시 한번 카메룬 정부가 주민의 필요에 대응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국경없는의사회가 북서부 지역에서 필수 의료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도록 활동 제재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합니다. 더 이상 활동이 보류되어서는 안 됩니다.”  

 

엠마뉴엘 램퍼트(Emmanuel Lampaert) / 국경없는의사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운영 코디네이터 

극심한 보건 위기 

카메룬의 무력 분쟁과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서는 국제 언론매체를 통해 지난 몇 년에 걸쳐 여러 차례 보도됐지만, 이러한 위기가 카메룬 주민들의 기본적인 의료적 필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소 간과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유엔 추산에 따르면, 카메룬 영어권 지역에서 폭력이 급증하며 70만 명 이상의 실향민이 발생했고 6만 명이 인접국인 나이지리아로 피난했다. 분쟁으로 인한 위기는 주민들의 생활 환경에 극심한 타격을 입혔으며, 현재 카메룬 북서부 및 남서부 지역 인구 140만 명 이상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메룬 북서부 및 남서부 지역의 의료서비스 접근이 저하된 것은 중대한 우려사항 입니다. 불안한 치안과 봉쇄, 야간 통행 금지 조치와 의료 시설 공격으로 인해 의료 시설의 5분의 1이 기능을 못하는 상태일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의료 시설을 방문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이동을 두려워하는 실향민이 많은 데다가, 경기 침체로 인해 교통비나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여성과 아동 등 취약인구의 사망률이 급증했고,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적 지원 활동이 강제 중단되어 상황이 악화했습니다.”

 

엠마뉴엘 램퍼트 / 국경없는의사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운영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는 강간이나 고문, 화상 및 총상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지만, 환자의 대부분은 출산이나 말라리아, 설사 등으로 의료지원이 필요한 피난민 지역사회의 환자이다. 작년,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한 지역사회 보건 단원이 북서부 및 남서부 지역사회를 통틀어 15만 회의 상담을 제공했다. 

2020년 4월 바메다 지역 병원에서 지역사회 보건 단원이 코로나19 증상 및 예방 조치에 관한 보건증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MSF

 

불안한 치안과 제한된 인도적 공간

불안한 치안과 지원 인력을 대상으로 한 공격으로 인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체 수가 감소함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와 기타 인도주의 단체의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메룬 북서부 및 남서부 주민들의 긴급한 필요에 대응하고 있는 소수의 의료지원 단체 중 하나이며, 매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환자는 정부군과 비국가 무장단체의 위협과 폭력을 끊임없이 겪어왔으며, 공정성·중립성의 인도주의적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구급차는 총격과 강도를 당하고, 지역사회 보건 단원은 성폭력 및 살인의 대상이 되었으며, 무장단체에 의해 의료 시설이 피격 당하고 심지어 우리 동료들은 살인 협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끊임없이 제공해왔습니다.” 

 

엠마뉴엘 램퍼트 / 국경없는의사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운영 코디네이터 

2020년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카메룬 북서부에서 180명의 성폭력 생존자를 치료했고, 1,725회의 정신건강 진료를 제공했으며, 3,272건의 수술을 진행했다. 또한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는 4,407명이었으며, 이중 1,000여명이 진통 중인 임산부였다. 지역사회 보건 단원이 제공한 상담 횟수는 4만2578회에 달했는데, 대부분 말라리아나 설사, 호흡기 감염 환자였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 중에는 정부와 비국가 무장단체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여러 국가가 포함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헌장’에 의거하여 정치적 종교적 배경이나 인종, 성별에 관계없이 차별 없는 의료지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