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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1년 후, 더욱 악화한 의료 위기

2021.08.04

1년 전인 2020년 8월 4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고, 2019년 말부터 경제 침체와 정치적 불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까지 겹쳤던 레바논은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레바논 인구의 절반이 식량과 의약품 접근성이 차단된 채 빈곤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그 어느때보다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버지의 품에 안긴 세 살 소녀 사마(Samar). 폭발로 인한 화상과 안면 손상 치료를 받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임시 진료소에 방문했다. ©Mohamad Cheblak/MSF 

 

레바논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치료받고 있는 64세 환자 파우지야 알-사힐리(Fawziyya Al-Sahili). 고혈압, 당뇨와 골다공증을 앓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되기도 했다.  © Tariq Keblaoui 

 

대규모 폭발 이후

2020년 8월 4일 베이루트 항구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사고로 200명 이상의 사망자와 6천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수만 명의 주민이 집을 잃었다. 병원을 비롯한 여러 공공시설이 무너지고, 특히 레바논 보건당국의 비축물자 보관소가 훼손되면서 의약품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특히 노년층과 만성질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이 저하됐다. 

 

폭발로 파괴된 베이루트 아크라피에(Achrafieh) 지역의 한 건물. ©MSF

폭발이 발생한 후 몇 주 사이 코로나19 환자까지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레바논 공공병원의 수용력이 한계에 다다랐고, 감염 확산 통제를 위해 레바논 전역에 봉쇄 조치가 시행됐다. 경제 위기로 인해 의료 물자 및 의약품 조달에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레바논의 공공 의료시스템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압박이 가중됐다. 

폭발 사고 직후 국경없는의사회는 레바논 민방위에 응급처치키트를 제공하고 레바논 적십자에 의료물자와 수술용 마스크를 지원하는 등 대응을 시작했다.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레바논 카란티나(Karantina), 마르미카엘(Mar Mikhael), 칸다크(Khandak) 세 개 지역에서 활동하며 1,800명 이상의 부상자와 의료지원이 필요한 4,500명의 만성질환자를 치료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폭발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필요한 의료지원 규모를 조사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실시하기도 했다. 나아가 피해 지역에 식수 저장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위생 키트를 보급하며, 심리사회적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의약품 부족 

베이루트 폭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레바논 인구의 의료적·심리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대부분의 레바논 주민들은 높은 민간 의료서비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필요한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레바논의 의료시스템은 대부분 민영화되어 있어 진료나 의약품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식품과 의약품 가격 또한 예전에 비해 5배나 뛰었고, 주민들은 먹을 것과 약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_하무드 알-샬(Hammoud al-Shall) / 국경없는의사회 레바논 현장 부책임자  

하무드 알-샬 국경없는의사회 레바논 현장 부책임자. © Tariq Keblaoui 

 

불확실한 미래 

또 한가지 심각한 문제는 현재 레바논 주민과 레바논 내 거주하는 난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외상이다. 폭발 피해와 더불어 급격히 악화한 생활 환경 또한 이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우울증, 불안 또는 좌절감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환자가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통해 무상의 의료 및 심리적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우려 속에 살아가고 있다. 

 

64세 여성 파우지야 알-사힐리(Fawziyya Al-Sahili)는 고혈압, 당뇨와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환자이다. 파우지야는 레바논 북부 헤르멜(Hermel)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검사와 약 처방을 받고 있다. ©Tariq Keblaoui 

 

레바논의 아르살(Arsal) 난민 캠프. ©Tariq Keblaoui 

국경없는의사회는 레바논의 취약 지역사회 뿐 아니라 난민과 이주 노동자를 위해 무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600명 이상의 직원이 레바논 전역 10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매년 약 15만 회의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