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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을 덮친 전례 없는 대규모 영양실조 위기

2022.06.13

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 뒤티 병원의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에 급성 영양실조로 입원한 아동 이프투(Iftu)와 보호자인 어머니 라비아(Rabia). ©Njiiri Karago/MSF 

에티오피아 아파르(Afar) 지역에서 전례 없는 영양실조 위기가 일어날 조짐이 보여 긴급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분쟁으로 겨우 피신한 수십만 명의 피난민뿐 아니라 아파르 지역 주민도 극심한 가뭄과 영양실조, 식수 및 의료 접근성 차단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금까지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가장 우려됩니다. 아파르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뒤티(Dupti) 이송병원에는 길고 힘든 여정 끝에 병원에 도착한 아동이 많은데, 대부분은 지병과 영양실조로 48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사망하고 맙니다.”_라파엘 베히트(Raphael Veicht) / 국경없는의사회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긴급 구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는 4월부터 뒤티 병원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 병원은 이미 수십만 명의 실향민 포함 110만 명이 넘는 인구를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올해 중증 영양실조로 입원한 아동은 이미 작년 기준치의 서너 배 이상이다. 심지어 어떤 주에는 20% 이상의 높은 환자 사망률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8주간 35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들 중 2/3는 입원 48시간 이내에 사망했다. 

 

26세 국내실향민 여성 마이람(Mayram)이 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 뒤티 병원의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생후 3개월 된 아들 알리(Ali)를 안고 있다. 알리는 중증 영양실조 환자다. ©Njiiri Karago/MSF 

“최근 분쟁과 실향, 의료서비스 접근성 저하, 식량 및 식수 부족과 미진한 인도적 대응으로 지역주민 대다수가 의료서비스나 식량, 식수를 가장 최소한의 수준으로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선 식량 안보, 필수 의료서비스, 식량 및 식수를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지원이 시급합니다”_라파엘 베히트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구호 코디네이터 

현재 아파르 지역 병원 대부분은 파괴되었거나 인력이 없고 재원이 부족해 운영이 중단되었고 지역 내 20% 정도의 병원만 정상 가동 중이다. 뒤티 병원에 영양실조로 입원한 아동 중 80%는 과거에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차단되어 있을뿐더러 식량이나 깨끗한 식수 접근 등 기본적인 필요조차 충족되지 않아 영양실조나 다른 치명적인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뒤티 병원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에티오피아 보건부 의료진이 아동의 팔 둘레를 재는 방식의 영양실조 검사를 하고 있다. ©Njiiri Karago/MSF 

 

아시야(Asiya)의 고향에서는 많은 이들이 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아시야는 안전한 거처를 찾기 위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걸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실향민 캠프에 거주하고 있지만 의료 시설은 물론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식량과 식수를 조달할 수 없어 12개월 된 딸을 뒤티 병원으로 데리고 오게 되었다. 

“지금 지내고 있는 캠프는 사람이 살기에 매우 열악합니다.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어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지붕이 없기 때문에 뙤약볕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_아시야 살리 모하메드(Asiya Salih Mohammed) / 뒤티 병원 입원 아동 보호자 

국내실향민 아시야(Asia)가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생후 12개월 된 아들 마디나(Madina)를 안고 있다.  ©Njiiri Karago/MSF 

뒤티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입원이 필요한 영양실조 아동 중 약 3분의 2가 국내실향민 출신이고, 입원율은 나날이 치솟는 실정이다. 4월, 국경없는의사회가 뒤티 병원에 14병상 규모의 입원 치료식 센터를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한 병상을 두 명 이상의 환자가 함께 사용할 정도로 환자 유입률이 빠르게 증가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임시 시설에 14개 병상을 추가로 설치했지만 금방 환자가 채워졌고 과부하된 병원에서 의료진의 충분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소아과 병동도 병상 수에 비해 환자가 두 배 이상 많은 상태다. 

“진흙 웅덩이의 물을 마실 수밖에 없어 이틀 만에 41명의 아동이 소화계 질환으로 소아과 병동에 입원했습니다.”_라파엘 베히트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구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에티오피아 보건부와 협력하여 병원의 소아과 병동, 입원 치료식 센터와 응급실 수용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로 시설을 추가 확보 및 설치하고, 위생시설 및 안전하고 깨끗한 수원(水源)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동시에 필요도가 가장 높은 다섯 개 지역에서 영양실조 외래 치료식 프로젝트를 개시할 계획이지만 다가오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지원을 확대가 필수적이다. 

아파르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소말리아와 국경을 접한 소말리(Somali)주 베르더(Wardher)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지역 주민은 여전히 장기화된 가뭄이 야기한 식량 및 식수 부족으로 복합적인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베르더 지역은 의료서비스 접근성뿐 아니라 식수와 식량 접근성도 차단되어 있는데 심지어 가축과 다른 생계 수단을 없애는 최악의 가뭄이 닥칠 조짐까지 보인다.  

현재 에티오피아 전역의 영양실조 위기로 수천 명이 고통받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식량 및 인도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영양실조 위기에 가장 확실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식량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특히 실향민 등 아파르와 다른 지역민 대부분은 의료서비스나 식수와 같이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에 대한 접근성 또한 차단되어 있다. 아파르에서의 인도적 대응 규모를 긴급히 확대하지 않으면 분쟁, 실향, 가뭄의 고통이 배가할 것이다. 극심한 영양실조 위기로 인한 에티오피아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선 전 세계적인 인도적 지원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