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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코로나19 대응 최전방의 생명공학자들

2020.10.15


29세 미생물학자 기르(Girr)와 26세 생명공학자 레베카(Rebecca)가 남수단 주바의 국립 공중보건 연구소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국립 공중보건 연구소에서는 남수단 전역에서 채취된 샘플을 검사하며, 접수 구역에서 샘플을 등록하고 처리한 후 추출실로 보내면 담당자가 해당 샘플이 코로나19 양성인지 확인한다. ⓒ MSF/Tetiana Gaviuk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며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의료 시스템에까지 부담을 가하기 시작한 시점, 남수단과 같은 국가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대비했다. 

몇 년간 지속된 무력 분쟁과 정치적 불안정, 경제 침체로 피폐해진 남수단의 공중보건 시스템은 매우 취약한 상태로 대체로 국제기구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보건 비상사태를 예방하거나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우려가 높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미 심각한 남수단의 인도적 위기 상황에 코로나19 대유행이 미칠 큰 영향을 우려하여, 남수단 전역에서 진행하던 기존의 프로젝트에 코로나19 조치를 통합하기 시작했고, 수도 주바(Juba)에서 구체적인 대응 활동을 개시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3월부터 주바 내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며 기존 의료 시설에서 시행한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를 강화했고, 의료인력을 교육했으며,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보건증진 활동을 진행했다. 

 

현지 의료인력 역량강화

국경없는의사회는 주바의 국립 공중보건 연구소(National Public Health Laboratory)에서 의료인력을 대상으로 환자를 검진하는 방법과 의료진이 스스로 보호하여 안전하게 활동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 및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레베카(Rebecca)는 연구소에서 일하는 26세의 생명공학자로, 예전에는 가족들이 걱정할 것을 우려해 근무지를 밝히지 않았다.

2020년 초 남수단 정부는 코로나19 의심 환자 검사를 위해 생물학 및 미생물학, 병리학 전문가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레베카는 미생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자격요건을 충족했지만, 가족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제가 연구소에서 일하는 모습을 누군가 보고 가족들에게 알려서 가족들이 알게 되었어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하루살이처럼 죽어 나갈 것이라며 두려워했어요.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가족을 안심시켰고,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당부했어요. 저는 우리 나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_ 레베카 / 남수단 국립 공중보건 연구소 소속 생물공학자

의료인력에게 코로나19에 대해, 또한 스스로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것은 대유행 대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아드리앙 마하마(Adrien Mahama)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식수 및 위생 코디네이터가 주바의 알사바(Al Sabah Hospital)병원 직원 대상 감염 예방 및 통제 교육 중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Gabriele François Casini/MSF 

“의료인력은 최전방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환자를 식별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지식과 도구를 제공하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정보를 지역사회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의료진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에 각 의료인력이 바이러스에 대해, 증상과 보호 조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_테야슈리 샤(Tejshri Shah)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기르(Girr)는 29세의 미생물학자이며, 남수단 북서부 와우(Wau) 마을 출신이다. 레베카와 마찬가지로 기르 역시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전방에서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고 있다.

기르는 8명의 생명공학자로 구성된 팀을 관리하는데, 기르의 팀은 연구소 내 접수 구역에서 남수단 전역에서 온 샘플을 받아 검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르의 부모는 기르가 어디서 일하는 지 알게 되었을 때 일을 그만 둘 것을 종용했다. 기르와 가족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기르는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도 하는 데, 제가 못할 이유는 없어요. 제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저는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4월 5일 남수단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접촉 추적 및 검사가 시작되면서 연구소는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에는 시스템도 없었고 작업을 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모두가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상황이었고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연구소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나아졌어요. 이제는 샘플을 받으면 바로 다음 날 결과가 나옵니다. 이전에는 2-3일이 걸리고, 샘플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_ 기르 / 남수단 국립 공중보건 연구소 소속 미생물학자

국경없는의사회는 주바에서 남수단 정부와 협력해 계속해서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레베카나 기르와 같은 의료인력을 대상으로 환자를 검사하거나 스스로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국립공중보건연구소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고 생물공학자 8명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주바대학병원(Juba Teaching Hospital) 또한 지원하고 있다. 주바대학병원은 수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병원이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시설이나 코뇨코뇨(Konyo Konyo) 시장과 같은 인구 밀집 구역, 비공식 국내 실향민 정착지 등에 손을 씻을 수 있는 급수장 12개를 설치했고, 지역사회와 보건소에서 보건교육 및 위생증진 활동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남수단에는 2,6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다른 국가에 비하면 높지 않은 수치이고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으로 국립 공중보건 연구소의 상황이 일부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전국적인 검사 역량이 제한적이고, 잠재적인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