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과 각국은 생명을 살리는 치료제들의 접근성 증진을 위해 시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도 뭄바이에 거주하고 있는 하니프(25세)가 결핵 약을 먹고 있다. 하니프는 결핵 내성의 가장 복잡한 형태인 '광범위내성(XDR-TB)' 환자로, 지난 3회 치료 모두 실패한 끝에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신약 치료를 받고 있다. © Atul Loke/Panos Pictures
2017년 3월 24일
3월 24일 전 세계가 ‘세계 결핵의 날’을 기념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최신 의약품 사용을 신속히 확대하여 더 많은 약제내성 결핵 환자들이 보다 간편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시급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모두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을 막기 위한 것이다.
결핵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매일 약 5000명에 이른다. 1분에 3명이 넘는 수치이다. 매년 발생하는 신규 결핵 환자만 1000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180만 명에 달한다. 이는 HIV나 말라리아보다 많은 숫자로, 감염병 중에서는 결핵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결핵 유형이다. 2015년, 약제내성 결핵에 감염된 사람은 50만 명이 넘었다.
신규 결핵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아시아로, 2015년 전체 신규 환자 중 61%가 아시아인이다. 세계에서 결핵 환자가 가장 많은 3개국도 인도·인도네시아·중국 등 모두 아시아권 국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한국 결핵 환자는 4만 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비율은 80명이다. 북한의 경우 결핵 환자는 총 14만1000명이며, 인구 10만명 당 561명으로 한국의 7배 이상이다.
50년 만에 첫 신약 개발
최근 새 결핵 치료제들이 비로소 개발돼 소개됐다. 근 50년 만에 선보이는 첫 번째 신약들이다. 베다퀼린(Bedaquiline)·델라마니드(Delamanid) 등 신약 2종은 기존에 사용하던 약보다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적다. 다제내성 환자의 경우, 이 신약들을 사용하면 치료 기간이 9개월로 급격히 단축되고 주사를 맞을 필요도 없어 환자들의 고통이 줄어든다.
벌써 근 4년째 이 신약들이 시판되고 있지만, 2016년에 델라마니드를 받은 약제내성 결핵 환자는 단 469명이며, 베다퀼린을 받은 환자도 4300명을 웃돌았을 뿐이다. 즉, 이 약들이 필요한 전체 환자 중 5% 미만이 실제로 약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 밖의 약제내성 결핵 환자들은 모두 기존 치료제들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 약들은 전체 환자의 50%만을 치료하고, 청력 상실·정신병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얀센이 제조하는 베다퀼린, 오츠카 제약이 제조하는 델라마니드를 활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제한점이 있다. 이 회사들이 결핵 문제가 큰 여러 국가에 아직 이 약들을 등록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결핵 부담이 높은 국가들에서 약제 등록을 시급히 서두르는 한편, 약품 가격도 적정 수준으로 책정해 줄 것을 두 회사 모두에 요청한다.
케이프타운 근교 칼리쳐 출신 결핵 환자 시네템바 쿠세(Sinethemba Kuse, 17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델라마니드를 구한 첫 번째 환자들 중에 들었거든요. 이제 14개월째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부작용도 거의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치료제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효과가 있거든요. 이 약들을 받을 기회가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계속 고통을 받고 있어요.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각국 정부가 이 약들을 사들여서 사람들이 또 다른 삶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요.”
스와질란드 결핵 환자 '위닐레' 이야기 - 말보다 행동이 더 크게 말합니다
주요 임상 시험 시작
엔드TB(EndTB) 최근 국경없는의사회와 미국 비영리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Partners In Health, PIH) 등 의료 기관은 결핵 치료의 장애물을 제거해보고자 ‘엔드TB’라는 새로운 결핵 치료 및 리서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엔드TB는 베다퀼린과 델라마니드 두 신약으로 치료 받는 환자를 늘리고 치료 기간 단축, 환자 위주의 치료 방법 개발 등을 골자로 한다. 엔드TB는 북한을 포함한 16개국에서 실시된다.
지난 3월 조지아(Georgia)에서 첫 환자 치료를 개시했다. 엔드TB 프로젝트를 통해 약 2600명의 다제내성 결핵 환자들이 신약 치료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지아를 비롯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레소토, 페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에서 750명의 환자가 임상 시험에 참여한다. 위 국가들은 결핵 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엔드TB 파트너들은 이곳에서 현지 다제내성 결핵 치료 활동을 지원한다.
엔드TB는 4년 동안 이어질 예정이며, 한국도 기금을 전달하고 있는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로부터 6000만 달러 기금을 받아 운영된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결핵 치료를 받고 있는 35세 남성 환자. 두 가지 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MDR-TB)’ 환자로, 하루 2회 아침저녁으로 이미페넴(imipenem) 주사를 맞아야 한다. ©Daro Sulakauri/MSF
TB프락테칼(TB PRACTECAL) 지난 1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작한 TB프락테칼 임상 시험은 다제내성 및 광범위내성 결핵 환자들을 위한 치료 요법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치료 기간을 6개월로 대폭 줄이고 치료 중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쇠약해지는 현상을 줄이는 효율적 치료가 목표다. 이 과정에서 결핵 신약인 베다퀼린과 더불어 아직 개발중인 신약 프레토마니드(Pretomanid)를 함께 사용할 예정이다.
TB프락테칼 첫 환자는 우즈베키스탄 북서부 카라칼파크스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 밖에도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약 630명의 환자들이 TB프락테칼 임상 시험에 참여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30년 간 결핵 치료를 이어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단과 같은 만성 분쟁 지역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이나 러시아처럼 안정적인 지역 등 세계 각지에서 결핵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를 포함, 전 세계 24개국에서 결핵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