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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보상고아 밖에서 일어난 집단 강간 … 생존자들에게서 들은 사건의 실태

2018.03.12

2018년 3월 7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에서 집단 강간 사건이 보고됐다. 이후 생존자 10명은 보상고아 병원으로 이송돼 국제 의료 단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의 응급 치료를 받았다.

이 여성들이 중아공 서부 보상고아 병원에 도착한 것은 3월 3일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2월 17일 보상고아에서 56km 떨어져 있는 키리위리 근처에서 공격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 여성들은 물을 긷고 빨래를 하고 농작물을 돌보면서 숲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고 한다. 그때 현지 무장 단체가 이들을 인질로 사로잡았다. 몇몇 여성들은 간신히 도망쳤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그 무장 단체의 캠프로 붙잡혀 가고 말았다. 거기서 그들은 하루 사이에 여러 번 강간을 당하고 풀려났다.

이번 공격은 이 지역 주민들이 당하는 극단적인 폭력의 일부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예다.

위태로운 치안, 추가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 문화적 압력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이 여성들은 숨죽여 마을에 머물러 있다가 3월 2일에야 의료 지원을 구하러 나섰다. 마침 또 다른 구호 단체에서 오토바이를 제공해 생존자들을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보상고아 병원으로 이송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즉시 응급 처치를 실시하고 뒤이어 산과 지원, 파상풍·간염 예방접종, 심리적 지원을 실시했다. 안타깝게도, HIV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강간 직후 72시간 내에 처방 받아야 하는 치료제는 환자들이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제공될 수 없었다.

보상고아 병원에서 근무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 술레이만-아모앙(mane-Amoi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만난 여성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었지만, 모두들 큰 충격에 빠져 있었습니다. 쇼크 상태에 빠진 이들도 있었고, 공포에 질려 그 사건을 입에 올리기조차 힘겨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여성들에게 칼에 베인 상처가 있었습니다. 정말 끔찍한 모습이었고, 그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 산부인과 팀은 그분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치료에 임했고, 그분들이 자신이 겪은 일을 잘 정리해 나갈 수 있도록 비밀이 보장되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했습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이번 공격을 당한 더 많은 피해자들이 마을에 남아 있다고 한다. 강간을 당했다는 낙인 때문에 보상고아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존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마을에서 배척을 당할까 봐 두려워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중아공 현장 책임자 폴 브로크만(Paul Brockmann)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집단 강간 사건으로 우리는 충격과 슬픔에 휩싸여 있습니다. 특히, 응급 치료가 필요한 여성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크게 우려됩니다. 이 끔찍한 공격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줍니다. 특히 여성과 아이들처럼 위력에 의한 폭력에 취약한 사람들은 더욱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번 공격은 2016년 말에 시작되어 지금껏 위세를 부리고 있는 무차별 공격의 여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공격으로 2017년 9월부터 지금까지 보상고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강간 및 성추행 생존자 수는 56명으로 늘어났다.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총 13명을 치료한 것과 비교하면 무척 큰 숫자로, 이는 이 지역에서 얼마나 많이 폭력이 늘어났으며 국경없는의사회의 성폭력 대응 프로그램이 어디까지 확대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수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아공 곳곳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의료를 비롯한 여러 지원을 실시한다. 방기에 위치한 시카(SICA) 병원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2018년 들어 월평균 300명의 강간 및 성추행 생존자들을 치료해 왔다. 생존자들은 수도 방기를 비롯해 중아공 여러 주(州)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한편, 방기에 위치한 카스토르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월평균 30명의 성-젠더 폭력 생존자가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에게 치료를 받았고, 그바야 돔비아 산부인과에서는 10명의 생존자들이 치료를 받았다. 12월 말부터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해 온 방기 지역 병원(Bangui’s Hôpital Communautaire)에서는 벌써 147명의 성-젠더 폭력 생존자들이 치료를 받았다.

폴 브로크만은 아래와 같이 경고했다.

“우리가 기록한 이 같은 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실제 사건은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우리 팀들이 치료한 사람 중에는 몇 년 전에 강간을 당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의료 서비스를 구할 길이 없었던 거죠.”

“교전이 심화되고, 의료진 수는 줄어들고, 기반시설도 무너져 가는 지금, 좀 더 많은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공격 횟수가 늘어나는 동안 피해자들은 침묵 속에 계속해서 강간 피해를 입고 고통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점을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